진짜 페미니즘이 뭔가요?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오고 갔는데, 도대체 진짜 페미니즘이 뭔가요? 온건한 페미니즘이 뭔가요? 페미나치라는 단어는 도대체 왜 사용되고 있는 건가요? 여자들이 남자 가스실에 처넣고 몰살시키기라도 했나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몇 번 봤는데요, 아니 수없이 들은 말인데, 이 말만큼 사회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무의미한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립. 침묵. 내가 불편하니 너는 아가리를 다물어라. 침묵. 침묵은 대개로 강자의 언어에 편승합니다. 침묵이 약자의 대변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침묵하고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페미니즘이 있는 것이고, 페미니스트가 있는 것이고, 그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죠. 여자들에게 여성 혐오는 숨 쉬듯이 느껴지는 것이 지금 이 사회입니다. 김치녀, 김여사, 유리천장, 몰카, 리벤지포르노, 강남역 살인사건…… 네, 여성 혐오는 곧 여성의 삶입니다. 하지만 ‘남성 혐오’는 어떻죠? 남성에게 유리천장이 있나요? 남자들은 공중 화장실 칸에 뚫린 구멍들을 통해 두려움을 느끼나요? 제가 아는 지인은 몰카 때문에 무서워서 공중화장실을 아예 이용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두려움을 남성도 여성처럼 가지고 있나요? ‘여성 혐오’가 여성의 삶인 반면, ‘남성 혐오’는 대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닫으면 끝나는 수준입니다. 한남, 저도 이 단어 좋아하는 거 아닌데요, ‘여성혐오’와 ‘남성혐오’의 온도차가 이렇게 크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나무위키에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군요. 이름하야 ‘메갈 블랙리스트’. 와, 훌륭해요. 작가님들 트위터를 일일히 사찰해서 블랙리스트 목록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이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나요.(지금은 블랙리스트 내려갔지만요.) 그 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메갈 낙인으로 직장을 잃는 경우를 김자연 성우 사건 이후로 너무 많이 봤고, 너무나도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낙인은 현대 사회에서 엄청난 효과를 일으킵니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개념녀’가 되지 않으면, ‘메갈’이라고 부르고 마녀사냥하면 됩니다. 저는 솔직히 현 시대에는 ‘메갈’이 마녀사냥의 용도로밖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위키 등재자님. 당신은 블랙리스트를 만들며 이 ‘메갈’들이 모두 절망 속에서 절필하기를 바랐나요?
메갈과 중립을 외치는 이들에게 페미니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페미니즘을 아나요? 그래서 온건한 페미니즘, 진짜 페미니즘 운운하는 건가요? 현재 여성들의 위치가 사회적으로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 그들이 어떤 혐오를 받는지, 어떤 폭력을 당하는 지 모두 다 알고 메갈과 중립을 외치시는 건가요? 도대체 진짜 페미니즘이 뭔가요? 여러분을 불ㅡ편하게 하지 않는 페미니즘? 가부장제의 특혜를 빼앗아가지 않을 페미니즘? 자신의 젠더 권력을 유지시킬 페미니즘? 대체 뭐죠? 성차별주의자는 되기 싫은데 자신의 권력은 잃기 싫다. 제게는 여러분의 말이 이렇게 밖에 들리지 않네요. 모르는 것도 권력입니다. 모르는데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은 권력입니다. 여성들이 페미니즘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이 당한, 당하고 있는 혐오와 폭력을 언어로 정리하고,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체득하기 위해 읽습니다. 배워야, 무엇이 부당한 건지, 자신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으니까. 여러분은 어떤가요? 페미니즘을 공부할 생각이 있나요? 그 망할 ‘진짜 페미니즘’을 공부할 생각이 있긴 한가요? 여러분은 그냥 마녀사냥하고 싶은 ‘메갈’들을 하이애나처럼 찾고 있는 건 아닌가요?
글에 두서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우리 모두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거, 몰라도 되는 거, 권력입니다. 부디 많은 이들이 더 많이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