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리뷰를 받아서 기쁘네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짝사랑 문제’를 쓰는 별입니다. 요즘 리뷰의뢰를 활용해서 평소에 좋아하던 분들에게 다양한 감상을 듣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마리 멜리에스를 쓰셨던 달바라기님에게 리뷰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면을 드러내주시면서도, 어떻게 이 소설을 써가야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셔서 특히 좋았습니다. 이 소설을 어떻게 써가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한 이야기들을 짧게 해볼까해요.
1.
짝사랑 문제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추리 소설이에요. 결말까지 이어지는 선명한 플롯을 처음부터 준비하고 시작했답니다. 달바라기님이 말씀하신대로
노트의 행적, 젖은 실내화 가방, 예은의 과거와 기도, 세월호를 통해 결국 소화기
로 이어지는 사건이 핵심이었죠.
그런데 통제에 실패했다고 할까요. 디테일하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치고 올라왔어요. 동생 세준이라던가, 두 사람의 가족, 혜경이, 빼뺴로데이 같은 곁가지들이었죠.
처음에는 이걸 쳐내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쳐내니까 제 소설이 볼품 없어졌달까요. 뭔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게 제가 겪은 현실이기 때문이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현실의 사건들은 뒤죽박죽으로 일어났고, 전혀 상관 없는 일이 다른 쪽에 영향을 줬거든요.
플롯을 마음에 품고서도, 어느샌가 그 순간순간을 탐구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매주 한 회씩 ‘연재’를 하다보니 더 심해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디테일이 주는 매력만큼이나, 다음 이야기를 읽게하는 ‘동력’이 없다는 건 문제에요. 역시 제가 안고가는 모순이고 답을 찾으려 노력해야겠죠.
2.
예은이와 세영이가 별개의 인격체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부분은 사실 저도 똑같은 고민을 했어요. 두 사람을 닮았지만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려 했던 게 의도였거든요.
한켠님도 비슷한 지적을 하셨고 제가 부족한 게 맞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의 고질적인 문제죠.
특히 ‘모드를 바꾼다’고 언급하신 부분을 읽고 뜨끔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썼거든요.
예은이는 시를 읽고, 촉각이나 청각에 좀 더 신경을 썼고, 세상을 바꾸려 하고, 사랑 받고 싶어하죠.
세영이는 수학을 좋아하고, 남자로서 폭력을 두려워하고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려하고요.
하지만 두 사람 다 결국 비슷한 사람이에요. 예은이도 결국 이과생이고, 세영이도 어린왕자를 이해하잖아요? 두 사람은 너무 가깝고 닮았죠. 둘 다 결국 저라서 그래요. 모드를 바꾼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예은이의 시점을 보여드린 순간부터 더욱 더 그랬죠.
이게 현실적일까요? 아니죠. 저는 이만큼 저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요. 물론 저와는 다르지만 결국 제가 이해하려 노력하고 고민하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에요. 두 사람은 제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요.
왜 그렇게 썼는지 심리를 따지자면 한켠님이 말씀하셨듯이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예은이가 그렇듯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말이죠.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을 이렇게 투영하는 것 같아요. 정말 사랑 받고 싶거든요.
저는 이 소설을 통해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나가고 싶었어요. 그게 제 의도였으니 어떤 면에서는 실패한 거겠죠.
이 역시 제가 풀어야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리뷰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