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의 진상을 응징하는 소설을 쓰고싶습니다.
이날의 여행은 아내가 먼저 제안했다.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강원도 속초로 가서 뜨는 해를 보았다. 맛있는 것도 먹고 때마침 흐드러지게 핀 벚꽃도 보았다. 오랜만에 아내의 입에서 불만대신 웃음이 나왔다. 오후가 되어 슬슬 집으로 돌아갈 걱정이 됐다. 봄나들이 나온 관광객들 때문에 미어터질 고속도로. 나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기에 고속도로 대신 국도로 차를 몰았다. 아내는 산과 꽃구경을 더 한다며 기뻐했다.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하는 대로 도로를 달렸다. 붉은 노을이 질 때 즈음 나는 열어 놓은 차 창문 사이로 징과 꽹과리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동네를 지나 숲길이 시작될 때 많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본다. 차를 천천히 몰아 조수석의 창문을 응시한다. 마른 논밭 너머 산 밑, 사방으로 펼쳐진 휘장과 몰려드는 어둠을 밝힐 횃불. 그리고 제단과 그 앞 돼지머리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 그 앞에서 무당이 악사들의 악기에 제자리에서 튀어 오른다. 나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뭐 하는 거야?”
안전벨트를 푸는 내게 아내가 물었다.
“저것 좀 보자. 신기하잖아.”
내 손짓에 그제 서야 아내가 그 굿판을 본다. 아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굿하는 거잖아. 기분 나쁘게 뭐하러?”
“어느 곳엔 한 해의 농사를 기원하며 그 곳의 지신에게 제사를 한 대. 그거 같아. 처음이야. 무당이 굿하는 모습 보는 거. 자긴 안신기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나 말고도 몇몇의 차가 멈춰서고 사람들이 내려 그 모습을 구경했다. 나도 그들처럼 길가에 서서 그곳을 바라본다. 무당의 목소리가 꽹과리에 가려 들리지 않았다. 제단 뒤편엔 음식이 잘 차려진 여러 상이 있다. 술과 고기가 즐비하였으며 막걸리와 맥주, 소주, 이과두주가 가득이다. 그 옆에서 한 청년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리 와서 이것 좀 드세요!”
그는 꽤 호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생각보다 모인 사람이 없어서요.”
그 말에 내려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논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 옆으로 온 아내가 나의 팔을 잡았다.
“가자.”
“왜? 우리도 잠깐 가서 구경하면서 먹자.”
“기분 나쁘단 말이야.”
“봐, 다른 사람들도 가는데 뭐 어때?”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논길을 따라 그곳으로 향했다.
이런식으로,
10년마다 신이 여는 인간사냥을 주제로 글이나 쓸까합니다.
사냥감은 인간을 상대로 요괴나 인간용병이 한다는 설정이고요.
많은 주인공들이 있겠지요? 재밌겠지요?
(로맨스스릴러 쓰기 싫어서 딴 짓하는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