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오늘 쓴 문장4

글쓴이: stelo, 18년 4월, 읽음: 54

그래. 이제 기다릴 뿐이었다. [23회 따뜻한 어둠 속에서]

Stelo입니다. 23회를 하루 일찍, 아니 6일 늦게 올렸답니다.

 

1. 소대원들과 외출을 나왔습니다. PC방에 와서 다들 옆에서 배틀 그라운드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을 죽이는 게임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3D 멀미가 심해서 1인칭 FPS는 힘들더라고요.

저는… 글을 쓰고 있네요. 저에게는 왠지 익숙한 모습입니다. PC방이라는 장소는 낯설지만요.

 

2. 23회 마지막에 어떤 걸 소개할까 고민하면서, 좋아하는 노래들을 다시 들었습니다.

그러다 래퍼 슬릭의 Liquor를 듣고 놀랐습니다. 예은이가 딱 이런 마음이었거든요.

실은 다 지나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할 날을 기다리고

실은 다시는 누가 하는 말이든 고막까지 닿지는 말고

실은 나 따윈 아무도 만지려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고

실은 나까진 아무런 결말 없이 안아달라는 걸까

 

3. 이번 회는 제목처럼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쓰면서는 가장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예은이의 마음을 상상하니까 이 친구는 자기 욕망을 억누르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욕망이라는 단어 말고 표현할 방법이 안 떠오르네요.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예은이는 아픔을,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숨기려고만 합니다. 세영이한테 짐이 될까봐요. 미안해하고 이기적이라 생각하죠. 계속 자기를 깎아내립니다.

세영이도 그런 예은이를 위로할 방법을 모릅니다. 저번에 상처를 줬었으니까요. 안아주고 들어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쓰는데 계속 ‘침묵’만 이어지더라고요.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게 따뜻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저는 두 사람이 서로 소외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글을 더 쓰지 못할 정도였죠.

 

그렇게 빙빙 돌다가 결국 깨달았습니다. 세영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라는 걸요. 미뤄왔던 고백 말입니다. 너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필연적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영이가 도망치지 않고 그 길을 찾아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4. 물론 아직 결말까지는 많은 길이 남아 있습니다. 문제들이 다 풀리지 않았으니까요. 예은이는 아직 모든 걸 숨기고 있고, 세영이는 기다립니다.

그래도 두 사람 모두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stelo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