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통한 스토리텔링
Lucid Dream, 자각몽이라는 제 작품을 소개하고 해석할려고 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주시고, 읽기 귀찮으신 분들은 그냥 스포일러 감추기를 펼치고 계속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전에 한번 자게에 홍보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달리 해석도 같이 할려고 합니다.
자각몽이라는 제목처럼 꿈을 자각하고, 현실 같이 느끼는 상황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꿈속의 꿈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있는데, 제가 실제로 꾼 꿈을 각색해서 만들었습니다. 물론 각색했으니, 이 작품의 이야기는 허구이며,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을 구성했는지 해석하려 합니다.
작품은 총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와 두번째, 그리고 네번째는 꿈입니다. 세번째는 불확실하지만 현실로 추정되고, 다섯번째는 현실입니다.
첫번째의 테마는 죄책감입니다.
주인공이 눈을 떳을 때, 누군가가 주인공의 집에 침입합니다. 주인공은 이미 늦었다 생각하면서 겁에 질려, 기도를 하고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눈치채질 못하길 바라죠. 하지만 누군가가 옆 방에 침입했을 때, 주인공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화자를 통해 말합니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거죠. 그렇기에 주인공은 누군가에게 죽어갈 때, 미쳐가면서 기뻐합니다. 드디어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아무것도 안하고 눈을 감는 행위는 무언가 사건이 터졌을 때, 모르는 척 도망가는 걸 상징합니다.)의 죄값을 받으리라 생각했던 거죠.
두번째 테마는 혼란입니다.
또 다시 첫번째랑 비슷하게 흘러가나 싶었지만, 갑자기 이상하게 뒤틀립니다. 그리고 방 주변은 유령들이 맴돕니다. 주인공은 또 다시 눈을 감고 모른 척 합니다. 유령들은 주인공을 비웃고, 어떤 유령은 소름끼치는 입김을 주인공에게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상황을 악몽이라 생각하고, 마침내 꿈에서 깹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과연 꿈일 뿐인지, 아니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유령들을 사람들로 바꿔도 위화감이 없기 때문이죠.
그들은 눈도 없이.
그들은 코도 없이.
오직 주둥이를 놀려.
나를 능멸한다.
눈도 코도 없는 그들(유령)은, 인터넷 상에서의 악플이나 소문, 그런 걸 상징할 수 있습니다.
악취미인 자가 다가온다.
하아아ㅏㅏ.
내 귀에 입김을 불어 넣는다.
소름이 끼친다.
하나도 위로되지 않았다.
멋대로 만족했겠지.
그리고 소름끼치는 입김을 불어넣는 유령은, 위로하러 온 지인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굉장히 싫어하네요.
그런데도 끝나지 않는 손가락질.
영원한 시간이다.
일단 꿈은 여기서 끝나지만, 이것이 현실을 뜻한다면 정말 영원히 끝나지 않겠네요.
세번째 파트에서는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갑니다.
주인공은 꿈에서 일어나 방을 나갑니다. 새벽에 깨어난 그는 부엌에서 물을 꺼내고 약을 청해, 다시 잠에 듭니다.
즉, 주인공은 약 없이는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는 악몽을 자주 꾼다고 독백합니다. 꿈에서 일어난 일들이 현실일 가능성이 높네요. 꿈은 불안감이나 우울증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번째 파트, 세번째 꿈은 나머지 꿈들의 복선 회수입니다.
주인공은 몽롱한 상태로 밤에 깨어나, 나쁜 꿈을 꾸었다고 독백합니다. 새벽에 그가 일어나서 약을 먹었던 일은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안방으로 가서 주인공의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 후에는 문으로 가서 “그”는 필요없으니 집은 안전하다 말하고 다시 잠을 잡니다. 그리고는 어머님이 여기에 있을리가 없다 말하죠.
어머니와 대화하고 나서 굳이 문으로 가서 “그”가 필요없다 말하는 이유는, 첫번째 꿈에서 나타난 그 누군가는 주인공이 바라던 허구의 인물이기에 그렇습니다. 어머님이 계시는 지금은, 그를 통한 속죄가 필요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는 어머님이 여기에 있을리가 없다 말하는 이유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다섯번째 파트는 명백한 현실입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면서도 마지막 꿈에서 본 어머님의 모습을 잊기 싫어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마칩니다.
다섯번째를 통해 유추 가능한 것은 어머님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꿈을 아쉬워하는 거죠. 보통 꿈은 금방 잊혀지기에 그는 되새김질하며 과거를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약을 먹고 난 뒤, 마지막 꿈에서만 행복한 꿈을 꾸었던 게 조금 수상합니다. 무슨 약을 먹으면 저리 좋은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수면제가 아니고 마약이라도 한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렇게 해석은 끝납니다. 하지만 직접 해석하면서 이 작품을 보면 더 재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았구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