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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쨌든 사실대로 말해봐. 토요일에 뭐했어?”

분류: 수다, 글쓴이: stelo, 18년 3월, 댓글3, 읽음: 103

“야. 어쨌든 사실대로 말해봐. 토요일에 뭐했어?” [19회 – 3년 전]

 

안녕하세요. Stelo입니다.

1. 휴가를 나와서 글을 좀 많이 쓰려고 했는데, 인간의 게으름은 무섭군요. 낮에 일하고 밤에 글 쓰는 게 습관이 되서 그럴지도 모르고요. 내일은 일어나서 일찍부터 글을 써봐야겠어요. 아직 휴가는 며칠 더 남았으니…

2. 이번 회에서 세영군은 좀 많이 허둥거립니다. 휘둘린다고 할까요. 불쌍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3. 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제가 보고 겪은 현실을 많이 넣으려고 노력합니다.

 

어제 개명 이야기를 했는데요. 저는 개명을 하진 않았지만 그 후임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할 수 있었어요.

4. 저도 부모님이 이혼하셨거든요. 어렸을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밤에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깨곤 했죠. 이불 속에 숨어서 자고 있는 척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저 때문에 이혼하신 건 아닐까 죄책감을 느꼈던 기억도 납니다. 제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지고 싸우셨거든요. 산타가 없다는 건 진작에 알아버렸어요. 애한테 이건 너무 비싸지 않냐, 그래도 애가 갖고 싶다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며 다투시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났어요. 집 아래 내려가니까 동생들 선물은 있는데, 제 건 없었어요. 저는 어린 마음에 서운하기만 했죠.

결국 값비싼 로봇 조립 세트를 선물로 받았어요.

이혼하시고 나서 동생들이 형/오빠 때문이라면서 화를 냈던 기억도 나네요.

 

5. 제 양육권은 아버지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개명을 안 한 거죠.

아버지는 집안일을 할 줄 모르셨어요. 아니면 할 줄 아는데 안 하셨다고 해야할까요. 청소를 안 하면 화를 내셨죠. 처음에는 냉동 식품(떡갈비?)에 밥만 먹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참다 못한 남동생이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저희 집에서 요리를 가장 잘 하게 되었죠.

세준이가 요리를 잘 한다는 설정은 여기에서 따왔습니다. 카레를 자주 먹는 것도 사실이에요. 한 번 잔뜩 해놓으면 며칠은 먹죠. 남은 건 밀폐용기에 담아서 얼려뒀다가, 밥하기 귀찮을 때 녹여서 먹어요.

차이가 있다면 제 남동생은 요리하는 걸 아주 귀찮아합니다. 아이돌 연습생도 아니고요. 다정하기보다는 시니컬한 성격입니다.

 

제가 남자가 집안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페미니즘에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어머니가 안계셔서 그런 것 같아요.

 

6. 후레자식이라는 욕이 있죠.

홀애비/애미 밑에서 자라서 버릇이 없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에요. 나쁘게 보지 않는 사람들도 불쌍하게 보죠. 적어도 이런 게시판에 올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불편한 것도 있고 힘든 것도 있지만 그냥 그럴 뿐이거든요. 사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극복해야할 아픔도 아니에요. 어느샌가 너무 익숙해져서 원래 그랬던 것처럼 살아가거든요. 당연한 게 되버리죠.

그러니 예은이나 세영이도 어떤 과거가 있든 너무 불쌍하게 생각하시지 않으면 좋겠어요. 아픔이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삶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그런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으면서 살아갈 거에요. 그게 시가 될 수도 있고, 수학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죠.

 

이런 생각들을 소설을 통해서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성공했는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다들 아름다운 하루를 만들어가시길.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st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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