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쓴 문장6 – 감성적 이성주의자
안녕하세요. [짝사랑 문제]를 쓰는 Stelo입니다.
예은이는 소화기를 들어올리더니 뒤집었다. [18회 뒤집힌 소화기]
1. 아무도 모르겠지만 저는 추리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곧 해결편이 다가오는데요. 이 뒤집힌 소화기는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단서이자 문제입니다. 여러분이 기이한 단서들 속에서 진실을 눈치채주시기를 속으로 빌고 있습니다.
이 뒤집힌 소화기 사건은 제가 겪은 실화이기도 합니다. 원래 저는 제가 읽고 느끼고 겪은 일만 쓰긴 하지만요.
2. 추리소설에는 진실을 숨기려는 사람과 진실을 밝혀내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죠. 남들은 도저히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런 사람들은 외로워집니다. 그래서 평범해보이는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자신을 숨기려는 거죠.
하지만 숨기면 숨길 수록 외로움은 더 심해지고, 더 고통스러워집니다.
원래 이런 주제를 하고 쓴 건 아닙니다만. 쓰다 보니 결국 이런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예은이 그러니까 강예은은 특이한 사람이거든요.
3. 저는 예은이의 노트에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겠다”라고 쓰는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짝사랑 문제를 읽어주시는 몇 안되는 분들은 이제 아실 겁니다. 예은이는 시를 좋아합니다. 이걸 문학 소녀 같은 ‘클리셰’로 받아들이시면 거기서 끝입니다.
하지만 탐정들은 섬세한 사람들이거든요. 관찰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리뷰 공모는 끝났지만, 저는 여전히 추리를 해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왜 예은이가 특이한 사람인지 눈치 채 주시면 좋겠습니다.
4. 저는 황현산 씨가 번역한 [어린왕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황현산 씨는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시자, 많은 시집을 번역하고 평론하신 분이죠.
어제 황현산 씨가 쓴 [밤이 선생이다]를 읽는데 이런 글을 봤습니다.
기억만이 현재의 폭을 두껍게 만들어준다. 어떤 사람에게 현재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겠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연쇄살인의 그 참혹함이, 유신시대의 압제가, 한국동란의 비극이, 식민지의 몸부림이, 제 양심과 희망 때문에 고통당했던 모든 사람의 이력이, 모두 현재에 속한다.
미학적이건 사회적이건 일체의 감수성과 통찰력은 한 인간이 지닌 현재의 폭이 얼마나 넓은가에 의해 가름된다.
강예은이 어떤 사람인지 이 문장이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는 기억술이니까요.
오늘의 힌트는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