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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리뷰를 받고

분류: 수다, 글쓴이: stelo, 18년 2월, 댓글2, 읽음: 136

주렁주렁님이 [짝사랑 문제]에 리뷰를 써주셨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만 기쁘면서 슬프네요. 답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런저런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1.

저는 3년 전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가 묻었습니다. 그 이야기의 결말에서 주인공의 고백은 성공합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죠.

저는 여자가 고백을 받아들이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건 그 사람이 할만한 행동이 아니었거든요.

당시에 저는 이 문제를 이른바 ‘연애학’으로… 남주인공에게 기술이 부족해서!라던가, 남주인공이 잘 생기지 않아서! 같은 문제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잘 생겼다고 설정도 해보고, 연애에 대한 책도 여러 권 읽어봤었죠.

하지만 결론은 똑같았습니다. 제가 그 여학생이라면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2.

사실 주렁주렁님이 말씀해주신 것들이 다 와닿았습니다.

저는 캐릭터들을 만들 때 저를 넣기 때문에, 마치 제 마음을 꿰뚫어보신 것 같았습니다.

 

3.

작년 초에 제가 썻던 리뷰들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저는 여자주인공들이 ‘소모품’으로 쓰이는 걸 열렬하게 비판했었으니까요.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아서 같은 이유가 아닙니다. 이건 합리적이고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여성 캐릭터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생각할 수록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다루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소외되고 단절된 느낌

그 느낌이었죠.

4.

오해가 있다면… 주인공이 죄책감을 느끼는 건 서시를 ‘우연히’ 보려고 했던 게 아닙니다. 교무실에서 ‘고의적’으로 노트를 훔쳐보려고 했던 행동이죠.

 

생각해보면 죄책감은 이기적인 감정입니다.

5.

스스로에게 갇혀 있다는 평가는 제대로 보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주제는 바로 그걸 벗어나는 것인데… 과연 성공할까요? 계속 써봐야 알 것 같습니다. 홍세영군이, 아니 제가 그걸 벗어날 수 있을지 말이죠.

 

6.

좋은 로맨스 소설은 여자가 남자가 기대하는대로 행동하지 않고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

그런 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강예은 양의 모델을 저로 삼기로 했습니다. 제 기억들을 불어넣기로 했죠. 노트에 서시를 적어넣는 순간에 제가 짜놓은 플롯들은 길을 잃었습니다. 사실을 소설을 쓰는 순간순간마다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매일 어떻게 이 문제에 답을 해야할지 생각하거든요.

 

8.

저는 남자 여자 하는 이야기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남자이고 군인이긴 한데, 강예은양이 이제 저처럼 느껴지거든요. 이건 이론적이거나 논리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그 단절감과 막막함을 느끼니까요.

 

저는 계속 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리뷰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st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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