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0.
안녕하세요, 천가을입니다.
오랜만에 자유게시판 왔어요.
1.
요즘 글이 안 써지네요.
도대체 몇 번째 슬럼프인지 모르겠어요. 슬럼프라고 해야 하나, 사실 특별한 계기도 없고, 그냥 글을 안 쓰다보니 못 쓰게 된 건데. 아무튼 그래요. 글 쓰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방금 단편 하나 올렸다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 바로 지우고 온 거예요. 이번에만큼은 꼭 제대로 된 단편을 보여드리겠다고 마음 먹고 올렸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빈손이 되어버렸네요. 저 정말 어떡하죠.
2.
작곡이란 걸 하는 중이에요.
작곡하면서 깨달은 건 저에게 문학적 센스뿐만 아니라 음악적 센스까지 없다는 거네요. 동아리에서 배운 화성학도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고, 가상악기로 백날 찍어봐도 들어줄만한 노래는 겨우 하나 나올락말락 하고 있고.
사실 뭐랄까, 작곡은 도피처였어요. 글을 못 쓰니까 작곡을 해보자 같은 느낌으로. 그런데 다양한 걸 시도하면 시도할 수록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란 느낌밖에 없어요. 아이러니해요. 더 많은 걸 시도해볼 수록 제가 정말 할 수 있는 건 점점 줄어들어요. 마치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느낌이에요.
어쩌면 제가 창작가 체질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런 주제에 괜히 창작을 하고 있다가 이꼴이 난 거라고. 그래도 창작을 포기하고 싶은가 하면 또 아니네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3.
이전에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보자는 취지의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왜냐하면 스스로 자학은 많이해도 칭찬을 많이 안하니까. 자학이라는 악마가 자꾸만 우리 자신감을 갉아먹고 있으니까. 뭐, 그때도 누군가가 자학성 댓글을 달았던 걸로 기억하지만요.
아무튼, 지금은 무슨 느낌이냐면, 정말 모르겠어요. 이전에 그나마 잘한다고 칭찬받았던 부분들도 이제는 자신이 없어요. 자꾸만 과거의 저에게 추월당하는 기분이에요. 제가 브릿지에서 가장 질투하고 있는 대상은 인기많은 작가님들도 아니고, 출판하신 작가님들도 아니고, 바로 과거의 저에요.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제 막대과자 단편을 이겨본 적이 없어요.
그게 너무 화가 나고, 무력하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4.
제가 좋아하는 곡 중에서 “르상티망 클럽”이란 노래가 있어요.
특히 가사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창작인데 어느새 질투와 원망의 바다에 빠져버린 그런 감정을 잘 표현하거든요. 왠지 공감이 되는 그런 곡이에요. 점점 제 주변사람들과 멀어지는 게 느껴져요. 모두 저보다 한참 앞서 있고, 저는 가만히 앉아있어요. 그런 느낌이에요.
5.
아무튼 그래요.
기분이 울적하니까 이상한 이야기만 계속 하게 되네요. 자유게시판에 민폐 끼쳐서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