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추리하기
추리물을 분류하는 방법 중에 후 더 닛, 와이 더 닛이라는 게 있습니다.
흔히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아내는 건 Who done it이라 하죠. 누가 그랬는가?
하지만 Why done it. 왜 그랬는가? 를 추리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살인 사건이니 살인의 동기를 찾는 이야기랄까요.
요즘 추리 소설 중에서는 이 동기를 포기하는 소설들도 있습니다. 헤이세이의 엘러리퀸이라 불리는 아오사키 유고의 [관 시리즈]가 특히 그렇죠. 주인공인 덴마는 천재적인 추리를 펼치지만,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
여기에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자연과학과 달리 사람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기에 심리학이든 뭐든 맘대로 추리할 수가 없단 것이죠. 예컨데 딸을 죽인 엄마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생각해보면 경찰이나 탐정이 범인의 마음을 알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어쨌든 딸을 죽였고, 그건 살인이니 체포해서 죗값을 치르면 되겠죠.
추리 작가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엄마가 딸을 죽일 수 있지!”하는 충격적 반전만 있으면 독자들은 좋아해주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저는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는 오만한 대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가 쓴 [고전부 시리즈] 최신작 [이제와서 날개라 해도]는 그런 의지를 명확하게 표명하고 있죠.
왜 이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가 하면 제가 연재 중인 추리 소설이 이제 중반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그저 사회성 없는 친구들의 로맨스 같은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수수께끼를 한 번 추리해주십사 하는 것이죠.
직접적으로는 백도씨님의 댓글입니다.https://britg.kr/community/freeboard/?bac=read&bp=37878/comment-page-1
“꺼내지도 못하고 묻어버린 말은 뭐였을지…”
추리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