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작가들에 대한, 개인적인
저는 여성 장르 작가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습니다. 그 시작은 당연히 르귄이지요. 언젠가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테하누였나? 서해안연대기였던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이 아줌마는 같은 판타지를 쓰면서도 이렇게 다른 세상을, 이토록 섬세한 감수성으로 펼쳐내는구나…!”
르귄의 영향은 다른 여성 작가를 찾아보게 했지요. 마거릿 에트우드, 옥타비아 버틀러 같은. 한동안은 여성 작가들 단편집들을 찾아 읽기도 했습니다. 낸시 크레스, 코니 윌리스, 그리고 여성작가 단편집 <혁명하는 여자들> 같은. (왜 자꾸 타 출판사 작품들을 언급하니? 아작나고 싶어?)
제 눈에 그녀들은, 같은 우주와 마법 세상을 그리면서도. 그 세계들을 남자들이 보지 못하는 시선으로, 낯설고 매력적인 감정선으로 풀어냅니다. 또한 (한국이나 외국이나 남자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기에)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투쟁과 소외된 것들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것도, 제가 그녀들을 애정하는 이유지요.
무엇보다 제가 보지 못하는 시선으로 세상을 풀어내고, 제가 쓰지 못하는 감성으로 온전한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내는 여성 작가들이 저는 좋습니다.
브릿G에도 그런 작가가 있더군요.
낯선 고요함 속에, 곧 휘몰아칠 폭풍을 품은 듯한… 장아미 작가
저는 장편보단 단편집을 좋아합니다. 어떤 단편은 즐겁고, 어떤 단편은 제 취향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작가의 단편이라는 파편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작가가 추구하는 전체적인 세계가 그려지면서. 단편 하나로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매력적인 세계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장아미 작가처럼요.
요즘 장아미 작가님의 단편들에 빠져 읽고 있습니다. <장아미 단편집>을 읽듯이… (제 싸구려 눈높이로 보기에도) SF 판타지 서스펜스 등 서로 다른 장르를 시도하면서도, 매 단편마다 고르고 안정적인 필력으로 예상 못한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펼쳐냅니다.
무엇보다 처음 잔잔하고 고요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이야기와 인물들 밑에 숨어 있는 뜻밖의 무언가를 발견하곤 흠칫 놀라게 됩니다. 휘몰아치는 욕망과 감정들을 짧은 이야기 속에 감춰놓고는, 그것을 서서히 드러내는 데 능한 작가 같습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어떤 단편부터 읽어도 작가의 개성과 작품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지만, 제 취향에서 몇 편 언급하면
추천작이고 많이 읽힌 작품이라 짧게. 작품에 등장하는 몇 개의 한국적 단어들을 의식하지 말고 읽어보셔요. 이국적인 배경과 인물들 사이에서 ‘엿보는 듯한 시선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마치 스산한 고딕 공포를 읽는 듯합니다. 작가의 내공을 온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죠.
판타지 태그지만, 세상을 보는 여성작가 특유의(?) 시선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작품. 쇠락한 주술사를 따라가면서, 저는 <어스시의 마법사> 게드의 피곤한 고뇌의 얼굴이 아른거렸습니다. 작가는 르귄을 읽은 게 분명합니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이 짧은(35매) 단편은, 코브라의 맹독을 품은 듯한 작가의 능력과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언젠가 이 작가에게서 <라비니아> 같은 판타지가 나올수도 있겠다! 하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이 긴 추천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저는 여기까지. 리뷰를 써볼까 하다가, 단편 하나로는 이 작가를 규정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여기에 열어놓고 추천해 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으신 분들이 댓글로 또 언급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아직 장아미 작가를 알지 못하는 독자를 위해서 말이죠. 고맙습니다.
덧.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캠페인을 이어가 보면 어떨까요?
브릿G가 다른 거대 소설 플랫폼과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면… 브릿G에서는, 장아미 같은 작가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일지 모릅니다. 그것이 경쟁력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좋은 작가이기 전에, 얼마나 좋은 독자인 걸까요…? 그렇다면, 알고 있는 다른 장아미를 찾아주세요. 숨어 있는 보물을 드러내 주세요. 그것이 돌파구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