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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 만남의 밤 연쇄살인 사건]

분류: 수다, 글쓴이: 류화린, 17년 12월, 댓글9, 읽음: 176

은 안타깝게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몸은 작가 마음은 탐정인 분이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는 일이나, 여러 사건들과 작품을 리뷰해 온 할아버지의 이름을 아이디로 쓰는 분이 행사장에서 소란을 일으킨 일도 없었습니다. 참 아쉽네요.

대신 브릿G를 가꿔나가시는 분들의 소개를 들었고, 매력적인 작품을 들어보는 자리가 있었으며, 그 작품을 쓰신 작가님의 멋진 마이크 웍이 있었습니다. 마침 제 자리가 가깝다 보니 자신의 작품을 성우가 읽고 모두가 감상하는 모습에 어쩐지 어쩔줄 몰라하신다던가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제 착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이산화 님.

그리고 김밥과 샌드위치, 음료와 커피(커피는 작가의 음료이기 때문에 따로 취급합니다.) 쿠키와 과일 등이 있었습니다. 좋은 자리에 먹거리가 있다는 것은 주최측의 따뜻한 배려이며, 즐겁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릿G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곳에는 치킨이 있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모습과 향기. 즐거운 자리에 치킨이 있다는 것은 그곳이 완벽하다는 뜻입니다. 치킨은 진리이며, 저녁-밤에 먹을 때 그 빛을 발하는 신의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콜라와 치킨무가 함께 있었습니다. 브릿G는 갓- 사이트가 분명합니다. G가 GOD를 뜻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맥주도 있습니다. 브릿G는 뭔가 제대로 알고 있는 사이트가 분명합니다. 다만 어째서 그 콜라가 펩시였는지는 궁금하지만, 오늘 밤의 비밀로 해 두겠습니다.

그보다 의문점은 대체 왜 제가 그 자리에 있었냐 하는 것이겠죠. 흥미로운 일입니다. 분명 40명이 넘었을테고, 추첨을 하신 것 같은데. 그 명단에 낄 수 있었다니. 너무 놀란 나머지 비어있던 프로필 란에 평소 마음에 들던 토끼 인형 사진을 올릴 정도였습니다. 전 부터야 알고 있었지만 브릿G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주 짧은 이야기 두 개, 리뷰 하나 정도를 쓴 제가 말입니다. 심지어 그 리뷰는 어째서인지 알 수 없지만 추천리뷰를 받았던 것도 같은데 도저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갔습니다. 테이블에서 제 이름이 적힌 명찰을 보고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뭐, 그래서 지금 이렇게 후기를 적고 있겠지요. 참가자 선정 과정이 정말 공평했구나 싶습니다.

아, 자극적인 제목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범인은 당신이야!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상상하면 갔었어요. 분명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분이 오셨고, 아무래도 그런 곳에서 일을 벌이기는 어려우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응원할게요.

하여간 브릿G 초보인 제게는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깜-짝 놀란 그 뉴스는 여러 매체를 통해 들으셨을 테니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은 처음에 눈을 의심했고, 다시 한 번 보고 놀라셨으며, 드디어 해냈구나 라고 외쳤답니다. 언제나 가능성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사람을 놀라게 만들죠. 이번 만큼은 감을 씹어먹으며 추운 겨울을 보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브릿G가 가꿔온 길, 그리고 가꿔나갈 길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이 이름으로야 뭔가 썼다고 하기 부끄럽지만, 계속 써 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신뢰가 생겼다고 할까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뭔가 써야 할 것 같지만 브릿G 작품들을 읽기도 정신이 없답니다. 리뷰를 쓰고 싶은 작품도 있고요. 아니 이렇게 쓰면 작품 리뷰를 써야 할 것 같네요. 하하 도망쳐야지.

유달리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 더 이야기 해 보자면 역시 시상식이겠지요. 이 순간이 될 때까지 미지의 사건을 기대했지만 평화롭고 즐거웠던 시상식이었습니다. 특히 상을 받으시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하시는 역대급 사건을 목격하고 나니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순간순간 마다 또 무슨 사건이 터질까 두근두근한 자리였네요.

이어지는 상품 추첨은…… 왜 통이 투명한 것인가를 제외하면 괜찮…… 았던 것 같고 제가 뽑히지 않았으니 아쉽기도 하고 의외로 많은 분께서 받아가셔서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다음에는 뽑기를 한 번 정도 접어서 넣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자리에서 당첨자를 원하지 않게 미리 보는 경험도 나쁘진 않았지만요.

돈을 넣지 않아도 글을 뽑아 주는 자판기가 있었습니다. 가끔 먹통이 되더군요. 돈을 내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어쩐지 정신을 차려보니 이영도 작가님의 문장만 세 편 있던데, 이것은 하나의 계시가 아니었을까요. 게다가 절묘하게 세장의 작품이 겹치지 않았더군요. 신-기해라.

장소가 살짝 좁았던 점은 아쉽지 않나 싶었습니다. 물론 사람이 친해질 때는 어느 정도 밀착된 거리가 좋지만, 이동이 조금 불편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 덕분에 후끈한 자리였나 싶기도 하네요. 작가와 리뷰어, 독자들 사이를 좁혀나가려는 브릿G의 음모일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늦어 장소 들어가자마자 헤매고 있을 때 우루루 달려 오셔서(약 다섯 분 – 생각해보니 이거 한 꺼번에 거의 다 오신거네요?) 맨 앞쪽에 자리 있다고 하셨던 상냥하셨던 분들, 기억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여기 지-각-자다! 지-각-자가 있다! 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습니다. 다음에는 늦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음에도 가게 될(생략)

무리하지 않고 길을 가꿔 나가는 느낌. 오늘 느꼈던 것 중에 가장 인상깊고 멋졌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고민하시고, 많이 고생하셨겠죠. 그리고 앞으로 계속 해나가실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많은 날이었군요.

오늘 만나 뵈었던 분들, 정말 반가웠습니다. 좋은 자리였고,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특히 남은 음식을 얼마든지! 마음껏! 다! 가져가세요 하고 외치신 순간에 역시 G는…… 생략하겠습니다. 지금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펩시일까요. 저는 왜 치킨무를 하나 챙기지 않은 걸까요? 치킨이 없어도 치킨무는 제법 먹을만한 음식입니다. 물론 전 치킨무 국물을 마시진 않지만요. 가끔, 아주 가끔 입에 머금어보기는 합니다.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웠고.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다 함께 모여 자유롭게 오가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모르는 사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즐겁고, 그분이 그분인 것을 알게 되면 앗 당신이 그 사람이었군 하고 멱살을 잡는 순간은, 음, 제가 잡힐것 같긴 하네요. 하여간 꽤 신기한 경험입니다. 운 좋게 브릿G가 마련해 준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고, 충분히 만끽하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뽑아 주세요. 아무 짓도 안할게요.

류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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