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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실

분류: 영화, 글쓴이: 하늘, 17년 11월, 댓글6, 읽음: 70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보통은 연예 뉴스 같은 데서 간간이 존재를 알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비밀리에 찍었는지 (그럴 리는 없겠지만) 개봉할 때까지 제작 소식은 커녕 예고편이나 포스터조차 못 봤거든요. 오로지 시간이 맞아서. 뭐라도 한 편 봐야겠다 싶어서 후닥닥 들어갔던 것인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한 편이라 한 30분 정도 지나면 몸에 좀도 쑤시고 피곤함이 몰려와서 그 때부터는 영화를 아주 쉽게 따라가지는 못하거든요. 좋은 작품들도 재미와는 별개로 언제 끝날까 하는 생각을 10분마다 한 번씩 해요. 근데 이 영화는 정말로 그럴 생각을 할 겨를이 조금도 없었어요. 놀이기구 타듯이, 다 끝나니까 ‘앗, 이제 내리는가’ 싶을 정도로.

내용이 진짜 정신 없어요. 대혼란 자체입니다. 그렇다고 헷갈린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냥 순수한 의미로 정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작품들이 해외에 꽤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이 계열의 영화들을 잘 몰라서 아쉽더라고요. 이야기를 무척 세밀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주인공들이 움직이는 공간도 한정적이고 상영 시간도 짧은 편인데 그 사이를 무척 촘촘하게 짜넣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 굉장한 액션과 갈등이라니! 특히 액션이 대박! 특히 페○○즈!

신하균과 도경수가 나옵니다(상영관 앞의 포스터 덕분에 제가 유일하게 알았던 정보). 신하균은 한동안 저의 취향의 영화나 드라마에는 나온 적이 없었는데 가히 하드캐리가 뭔지를 보여주더라고요. 아주 많은 부분을 즉흥 연기로 때우면서 찍었다고 추정되는데 연기 보는 재미가 굉장히 좋아요. 제가 너무 좋아했던 신하균의 영화인 지구를 지켜라 생각도 납니다. 연기 스타일은 또 그것과 달라요! 대단히 톤을 잡기 어려운 연기가 아닐까 싶은데 정말 선 타는 기술이 탁월해요.

도경수는 투톱인 것처럼 포스터에 나오지만 사실상 신하균 원맨쇼라서 거기 대응하는 배역입니다. 저는 이 분이 연기하는 걸 처음 봤는데요. 괜찮더라고요. 영화가 잘 나와서 아마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거에요. 아이돌의 연기 겸업은 언제나 모험이라 작품이 잘 나오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잖아요?

몇 단락을 쓸 동안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도 안 했는데요. 왜냐면 이 영화는 스토리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스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보는게 제일 좋아요. 너무나 저의 취향이었던 이 작품을 아무런 정보 없이 본 건 행운이었어요. 검색, 하시면 안 됩니다. 시놉시스, 보시면 큰일나요. 예고편? 겟아웃 급의 스포일러입니다! 저는 이야기가 ‘전개’ 단계로 촉발되는 지점에서 저도 모르게 작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는데 이건 예고편에서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정보라 예고를 보았으면 대단한 재미 반감이 되었을 거에요. 그리고 홍보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예고에서 꿀잼 포인트를 너무 많이 흘려요.

결론은 보시라는 것입니다. 특히 대책없는 주인공들이 암담한 상황에서 막 나가는 한심하고 기분 더러운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세요! 제가 있던 상영관은 상영 시간 내내 관객들의 호응이 무척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수 자체는 적었거든요. 얼마 안 가 내릴 것 같습니다. 장르가 분명하지 않고 애매한 포지션인데다 매우 부도덕한 내용이라 대중성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는것 같기도 해요. 이런 작품은 어떤 운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빵 하고 흥하기는 어렵지요. 그걸 알면서도 밀어붙인 게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오프닝을 보니 제작사가 명필름이더라고요. 영화 내내 명필름 영화들이 카메오처럼 나옵니다. 일부러 세트 구성을 그렇게 해 놓았더라고요. 그걸 아시는 분들은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영화에 조선족 캐릭터가 나오는데요. 그 동안의 조선족을 다룬 영화들과는 또 다른 시각인데 역시 타자화의 혐의는 피할 수 없겠더라고요. 제가 느끼기에 이 작품의 가장 근본적인 약점입니다. 아마 일련의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제작이 들어갔을 테고 공교롭게도 이런 시기에 개봉을 하는 것이겠지요. 이야기 자체가 가진 한계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얘기를 쓰면서 욕을 안 먹을 수는 없는데 그 소재가 하필이면 조선족이라니 굉장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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