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생각 vs. 작가의 생각
소설이란 뭘까란 생각을 자주합니다.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어서 제가 하는 고민에 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요즘은, 독자는 자신의 생각과, 혹은 믿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란 생각을 해요. 자신이 막연하게 하던 생각을 명쾌하게 풀어서 뒷받침 해주면 더욱 좋아하죠. 어찌보면 당연한가요?
만일 소설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독자의 생각이 똑같다면 소설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준 소모재의 역할은 했겠죠. 작가라면 그 이상을 원하지 않을까요? 내가 가진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내 소설을 읽고 나면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할 거예요.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어떤 독자도 저 소설로 내 생각을 바꿀거야, 라는 마음가짐으로 읽기 시작하지는 않으니까요. 그 소설이 자신의 생각을 강화해주거나, 아니면 그냥 재미있기를 바라죠. 그러니, 작가에게 의미가 있는 소설은 독자에게는 읽기 싫은 소설이 됩니다.
하지만 어떤 소설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사람들을, 혹은 반대의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사람들을 이야기 속에 빠뜨린 뒤, 끝까지 놓아주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독자의 생각을 흔들어 버립니다. 생각을 바꾸어 버리거나, 적어도 작가의 생각에 최소한의 납득을 하게 만들죠.
그것이 바로 반전이죠. 처음에는 작가의 생각이 독자와 같다고 믿게 만들고 끌고 가다가 마지막에 뒤집어 버리기. 그 반전이 너무도 탄탄해서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 그럼으로써 세상의 다른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주어 독자의 시야를 좀 더 넓히는, 그런 것이 좀 더 적극적인, 작가 중심적인 소설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재미없는 소설은, 작가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다가 결국은 실패하는 소설이겠죠.
재미있는 소설은, 독자의 생각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고요.
뛰어난 소설은, 작가의 생각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데 성공한 소설일 겁니다.
훌륭한 소설은, 그렇게 납득시킨 생각이 옳고도 바람직한 소설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지금까지 썼던 이야기들은 대부분에게는 재미없고, 일부에게만 재미있는 소설일 거에요.
제가 과연 뛰어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게 안 된다면 재미있는 소설이라도 써야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요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