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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분류: 수다, 글쓴이: Mik, 7시간 전, 댓글12, 읽음: 78

안녕하세요. 지야(Mk)입니다.

본래 게시판에 긴 이야기는 적지 않는데, 이번에 생각한 바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BL 문화의 향유자입니다. 쓰고 읽고 행복해하며 자랐습니다.

특히 특정 미디어에서 남성 캐릭터들이 연애하는 2차 연성 BL을 현재도 좋아합니다.

주된 독자는 아니지만 1차 BL(BL 장르 웹소설, 만화, 소설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여러분께서 심연이고, 광기고, 한 번 해보라고 말했지만 그렇게까지 가기는 망설여지는 BL 장르는 브릿G 작가 한 명이 ‘좋아하는’, 그리고 다른 몇몇의 사람이 분명히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이 이상의 내용을 어떻게 설명하는게 좋을까요?

계속 고민하며 쓰고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BL과 서브컬쳐는 밀접한 단어입니다. 저 또한 BL 커뮤니티와 서브컬쳐 커뮤니티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커뮤니티에서 BL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이 작품(1차, 2차를 불문한 모든 BL 작품을 가리킵니다) 너무 좋다!, 얘네 후속 이야기가 왜 없을까?, 이번 작품에 온힘을 다했어요,  완결 후 이야기는 외전에서 담겠습니다, 와아아!’

이것이 BL 커뮤니티의 언급이라면,

 

‘BL은 심연, 쉽게 다가가면 다쳐요, 어이쿠 그걸 하려고요? 큰맘 먹으셨군요, 거긴 정말 작정하고 쓰셔야 합니다, 제법 재밌는데 님도 오세요, 으아악 ㅁㅁ님 돌아와요’

서브컬쳐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식으로 언급합니다.

 

저는 두 가지 시점 모두 이해하지만, 특히 두 번째 시각과 의견을 보며 늘 자신을 검열했습니다.

 

-BL을 좋아하는 건 옳지 못한/이상한/부끄러운 일이다

-BL은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모르는/몰라야 할/모르는게 나은 심연이다

-BL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한정된 장소여야 한다

 

다만 서브컬쳐 커뮤니티와 BL 커뮤니티가 늘 두부 자르듯 구분되어있던건 아닙니다.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이 작품은 멀쩡하게 남녀가 연애하는데 또 이상한 BL 오타쿠들이 남자끼리 연애하게 만드네. 솔직히 기분 나쁘다’는 발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저는 상처받았지만 한편으로 맞는 말이라는 생각에 제 자신이 쓴 글을 기형적인 무언갈 인지하며 자신을 혐오했죠.

 

하지만 BL은 일반적인 장르입니다. (그게 1차적으로 말하고 싶은 바입니다)

심연도 아니고 다른 차원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여러분이 잘 모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작가들은 작품을 기획하고 연재하고 슬럼프에 빠졌다가 완결을 내고 독자들은 그걸 읽고 좋아하거나 아 이건 별론데…를 느낍니다.

어떤 독자들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서도 자기 스스로 BL을 쓰거나 그리는 아마추어 창작자가 되어 플랫폼에 올리기도 합니다.

그런 독자들이 BL 작가가 되기도 하고 BL 향유자로 남기도 합니다.

BL을 떠나는 사람도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BL이 향유자 이외의 바운더리에서는 이상하고 기괴하며,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여성 오타쿠들의 어두운 취향으로 정의내려져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BL 향유자지만, BL 커뮤니티 바깥에서 일어나는 BL에 대한 편견 타파 시도는 장르 비향유자의 발언에 더 힘이 실리기 쉬운 커뮤니티 특성 상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합니다.

 

왜 장르 비향유자의 발언에 힘이 더 실리기 쉬운가?

BL 향유자는 여기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저”) 왜 자신들의 의견을 들려주지 않는가?

 

이유는 사람의 발언이 눈이나 귀로 인지되는 것 뿐만 아니라 동조자가 많을 때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게시글을 보았을 때 덧글은 이미 BL에 대한 특정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발언을 굳이 적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그 글을 나왔습니다.

자기검열을 하면서 적은 제 의견이 ‘비난하려고 한 말이 아니다’ 혹은 ‘그런 의도로 쓴 글이 아니었다’ 등으로 많은 사람에게 정중히 되돌려지면 또 되돌이표*를 찍을 테고 제가 피곤해질 것 같았으니까요.

(비겁한 도주지만, 왜 이 선택을 내렸는지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되돌이표*란 또 무슨 소리일까요?

이것은 단지 BL이라는 한 장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 삼십년 남짓한 인생경험으로 쌓인 데이터입니다.

 

「어떠한 언행으로 상처받았을 때, 상처준 사람이 나에겐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

저는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이후에 사과가 이어지던 이어지지 않던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처를 준 사람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갑자기 네 상처가 생겼구나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제가 말한 내용을 겉핥기로만 이해하고 자기 입장만 내미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이후로 무엇을 어떻게 설명하던, 그것은 그 사람과 관계없는 별도의 사정이 됩니다.

서로 이야기가 오가는게 아니라 사실상 같은 대화가 되돌이표*를 찍을 뿐입니다.

 

결국 BL 향유자가 적은 바운더리에서 BL의 편견을 지적해봤자 “내가 그러려고 한건 아닌데, 미안하다. 하지만~” 이상의 답변을 기대할 수 없고 그마저도 스트레스를 받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지적하는 BL 향유자의 발언은 적어지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고, 이로 인해 BL 비향유자의 발언이 점점 힘을 얻고 유머처럼 쓰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BL 향유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지요. 비향유자들이 BL 향유자에게 그럴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 하더라도요.

 

사람은 언제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라는 말에 충격과 슬픔, 반감을 느끼신다면 제 글이 당신을 상처준 거겠지요.

저는 그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받아들이면서 쓴 글이여야만 상처입은 자가 왔을 때 진심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해자라는 말에 상처받으셨다면, 저는 사과와 더불어 어러분들이 쓴 BL에 대한 글 또한 BL 향유자들을 상처주었기에 그러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런 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며 썼던 글이나 이런 말 쯤 다들 익숙해졌더라며 쓴 표현이 누군가를 상처줄 때, 그리고 제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글을 함부로 쓴 자신과 남의 잣대에 마음대로 편승한 제가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함부로 말하지 말자고 되뇌입니다.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사과하고, 또 되뇌입니다.

 

함부로 말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겠어.

나에게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발언하겠어. (2차적으로 말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장르 상업작을 염두에 둘 때 해당 장르의 요소를 연구하고 시장 조사를 하는 건 필수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나올 자기 작품을 ‘심연, 여러분(=장르 향유자들)이 보면 큰일날 작품’으로 홍보하려는 작가는 없겠죠.

BL은 심연 운운하는 글을 쓰면 거기에 동조하는 발언이 점점 쌓여갈 뿐, BL 향유자들이 ‘네? 심연은 무슨! 이거 너무 좋은데요? 바로 써주세요! 리디 1위할 각!”하며 시놉시스를 추켜세워주는 일은 없습니다. 아마 그런 예상도 하지 않으셨겠지만.

 

(그 심연 내가 읽어요)

(BL 작가님들이 좋아하는 걸로 쉽게 돈 버는 것도 아니고요)

(에휴 됐다 내가 뭘 어쩌겠냐…)

 

하지만 결국 이런 글을 썼군요!

역시 저는 BL이, 더 나아가 모든 장르와 향유자가 마땅히 존중받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BL도 BL의 어둠이 있지만, 그거야 사람 하는 장르가 다 그렇죠.

 

그리고 GL도 존재합니다.

(순수하고 깨끗한 GL을 넘어 추잡하고 음란한 GL이 널리 알려지기를)

내친김에 말하자면 LGBT+도 존재합니다. (뜬금없나요?ㅎㅎ)

 

자신이 말하는 바가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게 말한다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브릿G 자유게시판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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