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꿈을 꾸었습니다

분류: 수다, 글쓴이: 하늘, 17년 9월, 댓글44, 읽음: 106

제가 평소에 넷상에서는 제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인데요. 이건 워낙 드문 일인지라, 어디라도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브릿G 게시판에 일단 남겨 봅니다. 지금 하는 커뮤가 여기밖에 없거든요.

한 보름 정도 전이었던 것 같아요.

자다가 꿈을 꾸는데, 꿈 속에서 제가 어딘가 막 달리고 있더라고요. 어딘지는 모르겠고, 시 외곽지 같았는데 주위가 허허벌판이었어요. 사방이 어슴푸레했어요. 새벽 같기도 하고. 초저녁 같기도 하고. 근데 원래 꿈이라는게 논리가 없잖아요. 그게 이상한 상황인데 이상하게 안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깼어요.

좀 특이한 꿈이라서 하루종일 생각이 났어요.

근데 또 그 다음날 비슷한 꿈을 꿨거든요. 막 달리다가 깨는 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는데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제 귀에 들릴 정도였어요. 이틀 연속으로 그런 꿈을 꾸니까 진짜 이상하더라고요. 딱히 악몽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좀 찜찜했어요. 저는 꿈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 잘 안하는 편이거든요. 그걸 말하면 다른 사람한테 옮는다는 얘기가 있어서.

거기까지면 괜찮았는데요. 다음 날 그 꿈을 또 꾸는 거에요.

이러니까 좀 무섭고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같은 꿈을 계속 꾸는 것도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닌데, 더 걸리는 건 꿈속에서 보는 광경을 제가 어디서 본 것 같다는 거였어요. 제가 달리고 있는 길이 분명히 익숙한데 잘 생각이 안 났어요. 언제 봤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걸 그 다음날 알았는데요. 도로를 막 달리는데 표지판이 보였거든요. 표지판에 저희 지역 이름이 쓰여 있더라고요. [○○시까지 몇KM] 하는 식으로요. 그러니까 그 쪽이 시가지로 진입하는 자리였어요. 그걸 보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는 거에요. 제가 꿈속에서 보고 있던게 뭔지.

꿈에서 저는 외곽지 쪽에서 제가 사는 시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어요.

그 다음날이 되니까 더 분명해졌어요. 막 뛰는데, 익숙한 풍경이 보이는 거에요. 시 진입로라든가, 그 근처에 있는 건물들이라든가. 근데 헤매거나 망설이지도 않고 한쪽으로 쭉 달리더라고요. 꿈속의 저는 의지가 없으니까 제가 하는 행동들을 보기만 하잖아요. 이걸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내 쪽으로 들어오는걸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꿈속의 제가 저희 집으로 뛰어오고 있다는 걸요.

잠에서 깼는데, 갑자기 무섭더라고요. 꿈 속에서 제가 달리는 속도를 보면 한 사흘 안에 저희 집에 올 것 같았거든요. 그 광경이 너무 구체적이니까 사흘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이 안 되는 거에요. 우리 집 앞에 도착해서, 문을 확 열고 들어왔는데 집 안에 내가 또 있는 건가. 그러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낮에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고요.

진짜 한 사흘 정도밖에 안 남은 것 같은데, 막 초조하고. 겁도 나고. 그래서 지역 정보지 같은 걸 찾아봤거든요. 제가 종교도 없고, 단 한 번도 점이나 다른 수단에 의존한적 없는데 이게 말로 설명 안 되는 얘기니까. 집에 오는 길에 뽑아 온 지역 정보지를 뒤져보니 점이니, 운명이니 그런거 본다고 선전하는 역술인 광고가 많더라고요. 그 중에 한 군데에다 전화해 봤죠. ‘꿈, 해몽 잘 보는 곳’ 하고 쓰여있는 번호에다가.

그러니까 여자분이 전화를 받더라고요.

굉장히 친절해서 무슨 서비스 센터인줄 알았어요. 위치를 알려줘서 그리로 찾아갔는데요. 저희 집에서 그리 안 멀더라고요. 따로 건물이 있는 건 아니고 일반 맨션이었어요. 초인종을 누르니까 나이 좀 있어 보이는 여자분이 문을 열더라고요. 왜, 점집 하면 뒤에 보살 그림 그려져 있고, 점쟁이가 막 화려한 옷 입고 있을 것 같잖아요. 근데 거기는 완전 가정집이더라고요. 그 분도 거의 가정주부 같아 보여서 제가 제대로 찾아온게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점 보는 분이라서 제 얘기 들어줄 때는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이왕 온 거니까, 하나도 빠짐없이 제 얘기를 다 했어요. 언제부터 그 꿈을 꾸게 되었는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그러니까 그 분이 깜짝 놀랐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묻더라고요.

“혹시 독일 갔다 오셨어요?”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했죠. 저는 외국이라곤 가본 적이 없는데. 그러니까 그 분이 그런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저보고 큰일날 뻔 했다고. 제가 꿈에서 보고 있는 게 독일 귀신이래요. 꿈에서 막 달리고 있는 사람이 제가 아니라면서요. 그게 귀신의 시점이라는 거에요. 자기가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거지, 귀신이 그렇게 보고 있고 귀신이 달려오고 있다고.

그러니까 소름이 확 돋았어요.
굉장히 기분 나쁘더라고요.

처음에는 막 따졌죠. 무슨 그런 괴상한 소리를 하냐고. 내가 이런 소리 들으려고 여기 온 줄 아냐고. 그리고 웬 독일이냐고 그랬죠. 난 독일 구경 해본적도 없는데 무슨 생뚱맞은 얘기냐고. 그러니까 그분이 하는 말이, 이게 독일 갔다온 사람들한테 자꾸 이런 일이 이런 일이 일어나서 독일 귀신이라고 그런다, 가끔씩은 거기 안 갔다와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경우는 다른 사람한테 붙은 독일 귀신이 옮겨와서 그렇다는 거에요.

그리고 저보고 그런 케이스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저보고 잘 왔다고. 이게 며칠만 늦었으면 큰일 날뻔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전에는 손 쓸 방법이 있는데 한번 쓰이면 정말로 힘들다고. 그 때부터는 자기들도 피한대요. 이런 꿈 꿔서 귀신들린 사람들은 안 받는게 그쪽 불문율이래요.

너무 놀라서 그 분 손까지 잡았어요.

그럼 이제 어떡하냐고. 저 이대로 귀신 들려야 하는 거냐고. 그러니까 그분이 아니다, 방법이 있다, 그러면서 방으로 들어가서 무슨 길다란 원통 같은걸 갖고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플라스틱인줄 알았는데 하얀 종이를 둘둘 말아놓은 거였어요.

그걸 저한테 주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거 가져가셔서요. 하얀 뒷면이 보이도록 해서 문에 붙여 놓으세요. 절대 앞면 보면 안 돼요.”

그러면서 저를 보시는데, 너무 똑바로 눈이 마주치니까 겁이 났어요. 일단 주는대로 받았죠. 돈을 드리려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시면서 돈도 안 받더라고요. 그게 돈 받으면 안 되는 물건이래요. 그렇게 정색을 하시니까, 어떻게 할 말이 없었어요.

일단 집에 갖고 와서 종이를 펼쳤죠. 앞면이 안 보이도록 해서요. 두 장이었는데요. 몇 장인지 얘기를 안 해줬기 때문에, 좀 뜻밖이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냥 두 장을 전부 문 쪽에 붙였죠. 좀 이상한 상황이긴 했는데 그래도 뭐, 밑져야 본전이니까. 일단 붙여놓고 자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 날은 정말 그 꿈을 안 꾸는 거에요.

아예 꿈이란게 없이 그냥 눈 뜨니까 아침이었어요. 많이 놀랐죠.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싶고. 제가 무당이니, 부적이니 이런 거 전혀 안 믿었는데 사람들이 왜 그런거 믿는지도 알 것 같고.

그리고 며칠 동안 한 번도 그 꿈을 안 꿨어요. 계속 그 꿈을 꿔서 불안하기도 하고 안절부절했는데, 갑자기 사라지니까 정말 거짓말 같더라고요.

독일 귀신인지 뭔지가 없어진 거죠.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나름 괜찮고 해서 고마운 마음에 이 방법을 알려줬던 점쟁이 분한테 전화를 해 봤거든요. 그 분이 받으시길래,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했어요.

제가 물어봤죠. 저한테 준거 뭐냐고. 그거 문에다 붙이니까 정말로 그 꿈을 안 꾸게 됐다고.

그러니까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그게 독일 귀신 퇴치하는 유일한 방법인데, 그걸 붙이면 독일 귀신이 제가 있는 곳을 못 찾게 된대요. 그러니까 일종의 부적인 거죠. 제가 계속 궁금해 하니까, 조금 더 얘기해 주더라고요. 거기에 독일 남자아이 여자아이가 그려져 있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독일 점술가가 그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에 귀신을 쫓는 힘이 있대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거 계속 붙여 놓아야 된다고. 절대 뜯어보면 안 된다고. 그러면 귀신이 다시 위치를 찾아내서 해꼬지를 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 처음에는 수긍을 했죠.

근데 며칠이 지나니까 자꾸 궁금해졌어요. 대체 무슨 그림이길래 이것땜에 귀신이 나를 못 보나. 제가 또 궁금한건 못 참잖아요. 인터넷에 독일 귀신, 독일 남자아이 여자아이… 별걸 다 쳐봐도 하나도 안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더 미칠 것 같은 거에요.

처음에는 꿈 때문에 날마다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 그 반대가 돼서, 그 그림이 궁금해서 잠이 안 오는 거에요.

그래서 조금 전에요. 될 대로 돼라 싶은 마음에 그 그림을 뜯어버렸거든요.

그림 앞면을 보는데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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