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참여 양식이 따로 있었을 줄이야…
저는 은원보입니다. 저는 많은 곳을 거쳐왔고, 많은 곳으로 갈 예정입니다. 한 번에요. 무슨 소리냐고요? 50량은 일상에서 쓰기에 너무 무겁단 뜻입니다.
예전이 좋았단 생각을 합니다. 과거 협객놈들이란 경제적 지식이 없어서 죽엽청에 오리구이 하나를 시켜놓고 은원보를 턱 내밀었단 말이죠. 호방한 옛날이여! 하지만 어느덧 제 친구들은 모두가 깎여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협객놈들, 감각도 세밀하고 제주도 좋지요. 한 냥어치 물건을 사면 정확히 한 냥을, 25냥 짜리 물건을 사면 절반을 뚝 잘라서 주니 그 때마다 제 친구들은 모두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표국에서 주로 사용되었으니까요. 사업용으로 함께 지불되는 친구들과 묶여 있었으니 깎여나갈 우려라곤 전혀 없었죠. 한 표사의 퇴직금으로 지불되기 전까지 이야기입니다.
표사의 한 달 월급은 은화 서너냥에 불과해요. 하지만 10년 넘게 일한 표사의 퇴직금이라면 총관이 은원보를 턱 꺼내주는 일도 가능하겠죠.
표사, 전직 표사의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지만 그와 비례하여 저는 불안합니다. 돈은 돌아야 돈이니 어딘가로 가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롯이 저로 가고 싶지 조각조각나 가고 싶진 않아요. 표사가 돈을 쓸 곳이야 뻔하잖아요. 생활비로 쓰이겠죠. 은원보는 커녕 철 전 몇 닢이면 충분할 일입니다. 차라리 고급 객점에서 죽엽청이나 여아홍을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루주들은 은원보로 결제받는 곳도 있으니까요. 청루나 홍루에 간다면 더 안전하겠죠. 하지만 만두에 소채볶음이나 먹는다면 저는 분명 박살날 것입니다. 주인과 제가 동상이몽 하고 있을 그때, 길가에 좌판을 늘어놓은 장사치가 주인에게 말을 거네요.
“이봐 자네.”
“무슨 일이죠?”
“이것 좀 보고 가지 않겠나?”
“이건 대체 뭐죠?”
“글자 못 읽나? 淚太人 이라네.”
“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요?”
한숨을 푹 내쉬고 장사치가 말하네요.
“요즘 강호에 소문이 자자한 안력을 돋구는 비약일세!”
“아아 그 소문으로만 듣던!”
한번 만저보려는 듯이 손을 뻗자 계산하고 만지라며 손을 탁 처내는 장사치. 제 주인님은 있지도 않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 조심스레 가격을 물어보네요. 은화 몇 냥이면 되겠냐는 말에 장사치는 콧웃음을 치며 말합니다.
“은화 몇 냥? 은원보 하나는 받아야 겠네.”
가슴 속으로 손을 넣어 저를 강하게 움켜쥐네요. 이 움켜쥠은 내주지 않겠다는 손놀림이에요.
“너무 비싼데…”
“그럼 갈 길 가게. 돈은 돌고 도는 것이지만, 강호의 보물을 얻을 기회는 흔치 않으니 누구 손해인지는 뻔하지.”
장사치는 배짱을 튕기네요. 손길에서 주인님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여러분, 저는 저 신비의 명약과 교환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곳에서 산산이 조각나 세상을 떠돌까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롯이 저로 사용되길 희망할 뿐이에요.
명문들 옆에 놓으려니 부끄러울 뿐이지만 선종외시라 하였으니 뭐 하나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