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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공포영화를 잘 못봐서, 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공포물이 고소영 나오는 ‘아파트’였는데…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몰라요. 제가 공포영화를 안보게 된 게. 장동건 주연의 ‘무극’을 본 이후 중국영화를 안보게 된 것과 비슷합니다요)
‘그것’은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싱 스트리트’와 구조적으로 동일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지 아이들이 락을 통해 성장하느냐, 페니와이즈찡을 통해 성장하느냐의 차이 정도겠지요.
그런면에서 ‘싱스트리트’가 다소 동화적인 느낌을 주었다면, ‘그것’은 보다 어둡고 묵직한 톤이었습니다.
집에서 짬짬이 연주하던 솜씨로 발표하는 노래마다 흥행몰이를 했던 싱 스트리트의 아이들과, 하수구를 구르며 페니와이즈와 몸의 대화를 나누던 루저클럽 아이들이 같을 순 없겠죠.
저는 ‘그것’의 빈틈없는 짜임새도 참 좋았어요. ‘싱스트리트’는 결국 보컬소년과 히로인의 관계, 보컬소년의 가정사에 집중하면서 밴드 멤버들을 들러리 세운 감이 좀 있었습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섯 명이나 되는 루저클럽 아이들 개개인의 트라우마와 그 극복과정을 소명하는 데 균등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절제의 미학도 좋았습니다. 각 인물의 개성과 장점이 분명하면서도 너무 과장되지 않은 게 훌륭했습니다. 마치 탱커, 딜러, 서포터의 환상궁합 수퍼플레이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 혼자 하드캐리했다면 지루했을 거예요.
무엇보다도, 캐릭터를 하나하나 공들여 쌓은 덕분에 그 여섯명이 손잡고 도원결의하는 엔딩이 가슴에 와닿을 수 있었습니다. (다리가 여섯개나 되는 테이블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역시 여섯 다리의 높이가 같아야겠죠.)
물론 이 영화의 저변에는 다소 미국적인 낙관론이 깔려있고, 그래서 조금 덜 무섭습니다. 맞서 싸워 추방할 수 있는 악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페니와이즈찡도 매 맞으면 아파요. (피통이 좀 크긴 하더라고요.) 루저클럽은 불방망이로 정의를 구현합니다.
“봤지?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으면 어떤 상황에도 맞설 수 있어!”
그들은 그렇게 또 한 단계 성장하네요. 언젠가는 그들 역시 사회로 나가 전혀 다른 형태의 악을 마주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먼 훗날, 늙고 지친 루저클럽의 아이들은 빠따로 단죄가 가능했던 페니와이즈를 추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무리는 페니와이즈찡~
뀨?!
하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