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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기적은 있을까?

분류: 수다, 글쓴이: Mik, 5시간 전, 댓글3, 읽음: 36

안녕하세요. 지야(Mik)입니다.

인생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말은 자주 듣습니다만,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기적이 일어나는 일은 없지요.

그럼에도 내심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게 인간의 버릇 같습니다.

 

그 사람의 병이 낫기를

그 공모전에서 상을 받기를

오랜 고통만큼의 보상이 오기를

오만한 그 사람이 벌을 받기를

등등.

 

저 또한 제가 바라는 일이 저의 통제를 벗어난 어딘가에서 사필귀정처럼 이뤄지길 바라왔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이뤄진 것은 없었죠. 거기서 오는 울분과 체념, 자기혐오와 같은 감정들은 오랜 시간 제 안에 뭉쳐있었습니다. 당연히 괴로웠지만 그렇다고 기적이 찾아올 확률이 오르진 않았습니다. 기적은 맥락이나 서사를 따라 찾아오는 벼락 같은게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거라면 뜬금없는 행운처럼 나한테 찾아와도 되는거 아냐?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기적을 바라던 마음가짐은 그랬습니다. 기적을 바라고, 안 이루어지고, 좌절하고, 이번만큼은 기적을 바라고, 안 이루어지고, 좌절하고, 다시 기적을 (이하반복),

 

기적은 통쾌하고 아름답고 멋지고 인생을 바꾸는 일인데 왜 나에게만은 일어나지 않는걸까?

 

굳이 기적 탓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고단한 인생이었습니다. 하긴 기적 한 방이 자기 삶을 바꾸길 바란다는 것도 참 뻔뻔스러운 일이죠. 알겠어, 기적은 바라지 않을테니까 그냥 좀 평범하게라도 살아볼게.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잠을 자고 밥을 먹자. 사람의 기능이란 그런거잖아.

 

놀랍게도 잘 안됐습니다. 왜? 아무튼 잘 안됐습니다. 기적을 바라지도 않고 지내겠다는데 그것도 안된다고? 진짜 이상한 일입니다만 그렇게 됐어요. 그럼 죽으란 말이야? 글쎄 그건 모르겠는데. 진짜로 나한테 남은 기적이란게 그런 거 밖에 없어?

 

하지만 시도는 되지 않습니다. 시도를 하지 않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요. 많은 일이 지나가고 저는 좀 괜찮아졌습니다. 사실은 엄청나게 좋아졌어요. 통쾌하진 않아도 짐을 덜어낸 것처럼 정신이 가뿐해졌고 아름답고 멋진 일은 없는데도 앞으로 살아갈 마음이 생길 정도로 사고의 방향이 변했습니다.

 

그럼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 사이에 뭔가 기적이 일어났나 보군요. 혹은 그에 준하는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분명 어떤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걸 축하해주거나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저조차도 그 사건이 제법 지나간 뒤에야 눈치챘습니다. 어이없는 일이긴 한데, 뒤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이라 해야할지 뭐라해야할지.

 

제가 처음으로 글을 쓰려한 것은 대략 17살 무렵입니다. 고등학생이었고, 손바닥만한 수첩에다 2차 창작을 했죠. (뭐 다들 그러는거 아닙니까?) 그리고 저는 나이를 쑥쑥 먹어 30대 중반을 넘어서게 되는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17살에 첫 글을 쓰기 전까지 제가 살았던 날은 대략 6천일.

17살에 첫 글을 쓴 이후로 제가 살아온 날은 오늘로 약 7천일.

 

2026년 5월 21일의 저는 글을 쓰지 않던 시절의 삶을 1천일 가량 넘어섰습니다. 중간중간 글을 쓰지 않은 시기나 아예 자포자기한 시간을 셈에 더하더라도 앞으로 계속 살아가는 한, 글을 쓰는 저의 시간은 글을 쓰지 않았던 저의 시간을 무조건 뛰어넘게 됩니다. 앞으로도 나에게는 하루가 더해지고 한 시간이 더해지고 1분이 더해지고 1초가 더해지기 때문에.

 

살아가는 한 확정적으로 과거를 능가하게 된다.

 

굉장한 일입니다. 실력이 나아지지 않아도 실적을 만들지 못해도 내가 나를 뛰어넘을 수 있다니. 제가 이걸 처음 알았을 때에는 이미 터닝 포인트를 지난 시점이었고 날짜를 역순으로 계산해보니 현재의 제가 과거의 삶을 뛰어넘었던 날 저는 연차를 쓰고 병원에 갔더군요(ㅋㅋ)

 

기적은 빛나는 천사처럼 강림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남긴 발자국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거구나.

그런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창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인생에 기적은 있을까?

네, 있습니다.

근데 저절로 찾아오는게 아니라 제 흔적 속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이었네요.

 

글을 쓰면서 여러모로 괴로워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써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라 민망하긴 하지만 다들 파이팅입니다.

변덕스런 날씨에 다들 몸 조심하세요!

M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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