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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에 대한 잡생각

분류: 수다, 글쓴이: evo, 2시간 전, 댓글2, 읽음: 31

저를 포함해서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의 큰 실수는 자신이 자기 이야기의 신이라고 생각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관을 형성하고, Original Character도 만들고, 말 그대로 없던 사람, 사물, 역사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제가 처음 소설을 쓸 때도 그런 점에 매력을 느껴서 열심히 소설을 썼고, 소설가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쪽에 재능이 엄청난 분이라면 정말 신처럼 쓸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이야기의 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어떤 이야기를 쓸 때, 내가 이걸 만들었어,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은 내 일부야,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발전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만든 이야기에 대한 주인 의식이 너무 강하면, 피드백을 받을 때도 그게 저에 대한 비판인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열심히 쌓아올린 모래성이 픽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모래성이 열 번 무너진 후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가 쓰는 이야기의 신이 아니다. 나는 그저 내 마음속에 있는 어떤 사물들을 비추는 카메라를 든 다큐 감독이다. 글을 쓰는 스타일과 능력에 따라 렌즈와 카메라 바디가 바뀔 뿐. 이야기의 재료가 되는 생각들은 사실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한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제가 만들기는 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라기보다는, 제 머릿속을 스스로 관찰하면서 편집한 어떤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부담이 좀 덜해진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글을 쓰는 목표도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더 칭찬을 많이 듣고, 관심을 많이 받을지에서 어떻게하면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더 공감을 줄 수 있을지로요. 그게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에서 주는 것을 목표로 방향성을 바꿨다고 설명하겠습니다. 그것이 감독의 일이니까요.

이런 마음가짐이 어떤 도움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방금 자고 일어나서 갑자기 생각났거든요. 다만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e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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