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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이상한 작가 등짝 뿅망치로 두드리고 싶어하기

분류: 책, 글쓴이: 0EMUF, 2시간 전, 댓글38, 읽음: 35

안녕하세요 벌써 2월이네요.

지난 번에 추천해주신 책도 다 사고 책등과 전자책 표지를 매일매일 감상하고 있어요. 자나깨나 책의 내용이 머리에 블루투스 또는 에어드랍으로 전송되기를 바라면서도 그러면 충분히 감상할 수 없을테니 역시 시간을 들여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저세상에 가면 사놓고 안읽은 책을 섞어서 읽는다지요? 출판사가 구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근데 내용이 섞인 책이라도 재밌긴 할거같네요.

 

아무튼 저는 요즘

하루종일 뭔 이상한 작가 등짝을 뿅망치로 두드리고 싶어하고

저승에서 꺼내와서 신작 더 쓰게 하고 싶어하고

그 작가 양반을 커비하고 싶어하고…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

 

한동안 렘을 읽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제가 전에 이 작가가 저보다 먼저 죽어서 다행이라고 했었나요? 아닙니다 이 작가 빨리 부활시켜서 신작 더 쓰게 해야합니다. 근데 말년에 더 쓸거 없다고 절필선언했다는게 최종적으로 열받지만 어쨌든 쓰게해야합니다…

 

민음사 렘 시리즈 세 권 다 읽었고(폴란드 대사관에서 홍보해줬던데요 wow…) <사이버리아드>도 읽었으니 이제 남은건 현대문학에서 내준 단편선집 하나와 절대진공 뿐인데 자꾸만 솔라리스생각이 납니다… 과몰입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제가 천착하는 주제가 이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솔라리스는 말이죠 주제를 독자가 체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말 신기한 책이란 말이지요. 무슨 가상의 학문을 발전과정과 실제 내용과 역사까지 단숨에 풀어내는 상상력과 구체성도 무서운데 묘사는 묘사대로 아름다워서 저 진짜 솔라리스 바다에 입수하고 싶은 충동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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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읽기 전에도 북적북적에 이렇게 써놨는데 맞는거같아요…

 

그런데 단편들은 유쾌하게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상상력을 밀어붙이는게 정말 신기합니다 웃음기 싹 빼고 엄격하게 인간중심주의 해체하다가 갑자기 (지인표현에 의하면) ‘우주 비탈길 굴렁쇠로 굴러가는 글인데 굴렁쇠 자세히보면 우주복 헬멧인’ 개웃긴 글같은거 쓴단말이에요

쓰는 사람 입장에서 진짜 못하는게 없어서 열받는데 대단하고 능력치 흡수하고 싶고 근데 죄다 잘하니까 뭐부터 흡수해야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펜 놓고 읽게되는 무서운 작가입니다.

작가양반 (저만 몰랐던거같지만) 굉장히 유명한 거장이라던데 굳이 심오한 이유 아니어도 순수체급으로 개웃겨서 어떻게든 이름을 남겼을거란 생각을 해요

 

진짜 웃기거든요… 뭔 느낌이냐면 이런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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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쓴맛을 이해한 끝에 자살하는 이상한 외계 식물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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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에서 전도가 어려운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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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좋아하실 분이 계실거같아서

 

근데 그렇게 웃다보면 사회비판적인 풍자가 촌철살인으로 들어가있어서 웃다가 약간 이 상태가 되긴 합니다

 

웃어도 되는거 맞지…?

 

하 너무 재밌는데 작가가 웃느라 힘들때마다 문장 끝에 천연덕스럽게 느낌표 붙여가지고… (저는 글에 느낌표 자주쓰는거 정말 안좋아하는데도) 느낌표모양 뿅망치 주문제작해다가 만들어서 책이라도 한대씩 두들기고 싶은 그런 마음이란말이죠

근데 이 내용이 뭔지 얘기하는건 스포일러니까 대신 장편에서 인상깊었던 구절을 긁어오겠습니다. 장편은 되게 진중해요. 그래도 장편이나 단편이나 하는 말은 비슷해서 보시면 압니다.

작가양반 인간중심주의 되게 싫어하는데 저도 되게 싫어하거든요 저만 싫어하는게 아닐텐데? 그거 싫어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사랑에 빠지실 것을 확신합니다.

 

우리는 인간 말고는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아. 다른 세계는 필요치 않은 거지.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인 거야

– <솔라리스>

그러므로 우리가 가진 감각과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미지의 영역에서, 마치 수학적인 대위법에 맞춰 적어 내려간 음표처럼 서로 촘촘히 연결된 수백만의 동시다발적인 변화가 일어남을 알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 <솔라리스>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어두운 구석이나 미로, 막다른 골목, 깊은 우물, 그리고 굳게 닫힌 시커먼 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세계, 다른 문명과 접촉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까지 진출하고야 말았다.

– <솔라리스>

생각하는 거대한 바다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평화로울 수가 없다. 설사 우리가 은하계를 구석구석 탐사해서 우리 인간과 흡사한 문명을 발견한다 해도, 솔라리스는 인간에게 영원히 수수께끼의 도전장을 내밀 것이다.

– <솔라리스>

인간이 터득하기에는 너무나 생소하고 놀라운 현상들이 우주에 얼마나 많이 감춰져 있을까? 발 디디는 곳마다 인간의 이해력에 상충하는 모든 것들을 함선의 무력으로 파괴해야 하는가?

– <우주 순양함 무적호>

모든 것이, 모든 장소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야.

– <우주 순양함 무적호>

 

이건 장편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해서 긁어왔어요. 단편은 대충 이런 분위기입니다.

인간 혈통에 학살과 전쟁의 증거가 남아 있으면, 우주의 고귀한 문명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기가 곤란하다고!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아시겠죠

아시겠죠

재밌다니까요

 

 

그래요… 또 장문의 글을 써버렸습니다.

이쯤해서 제가 이 글을 왜썼는지 궁금하실텐데 별 이유는 없고 그냥 작가가… 열받게 잘쓰는게 열받아서요(positive)… 진짜 별의 커비마냥 삼키고 싶게 잘쓰는데 아니 얼마나 잘쓰냐면 제가 도저히는 이걸 읽고 쓸 자신이 없어요 ㅋㅋㅋㅋ 이 작가 미친사람 아닙니까 이거?

그치만 읽을때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아니 진짜 행복해요 행복을 가지고 철학자들은 왜 싸운답니까? 스타니스와프 렘 읽으면 행복이 뭔지 알 수 있을텐데 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진짜 사비로 책 잔뜩 사다가 온세상 사람들에게 뿌리고 싶어요 미치겠네요 진짜…

아니 정말 읽어야 할 책과 사놓은 책이 정말 많은데 책장 넘어가는게 아쉬워요… 근데 또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읽어버리기도 하고 다 읽고나서 무슨 솜사탕 씻은 너구리처럼 사라져버린 책을 애도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아무튼 뭐라고 글을 마무리하죠

렘 읽어주세요

제발

 

제 올해 최대 고민이 이겁니다 이 작가 책 더 안나오면 난 폴란드에 가야하나? 근데 저 진짜 가려고 팔자에도 없는 폴란드어도 하고 있단 말이죠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 않으시는걸 권합니다)

 

그래도 전 행복해요 여러분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구요

0EMU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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