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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리뷰

분류: 책, 글쓴이: 창궁, 15시간 전, 댓글2, 읽음: 60

감사합니다.

 

저를 찾아내주셨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한 줄 요약

정보를 아시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긴키 지방은 호러 모큐멘터리 소설이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인터뷰 녹취, 인터넷 스레드, 실종 전단, 괴담 취재, 잡지 기사 등의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허나 긴키 지방의 이야기는 일종의 파편과도 같다. 각 챕터에 할당된 페이지는 상당히 적으며(이는 잡지에 실리는 기사들이 흔히 분량에 쫓기듯) 각 이야기들은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취재 상의 한계’ ‘분량의 한계’ 등의 각종 한계에 부딪혀 찝찝하고 모호하게 끝을 낸다.

 

괴담을 즐기거나 즐길 줄 안다면 초중반부의 무수한 괴담들은 그야말로 인터넷 괴담 모음집을 정주행하던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다만 불분명한 진상과 찝찝한 결말 등에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상상력은 훈련을 요구하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적극적인 상상력이라고 해서 미스터리 장르에서 흔히 보일 수 있는 ‘본격추리’의 상상력과는 결이 다르다. 긴키 지방 역시 ‘마른 참억새’ 같은 진상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느냐면, 그조차 마지막 호러를 위한 연출로서 쓰여서 진상과 반전이 핵심이라고 할 만한 건 아니다.

 

즉, 긴키 지방에서 요구되는 상상력은 몰입감에 가까운 종류다. ‘나에게도 일어난다면’이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로선 긴키 지방은 매우 친숙한 소재들과 형식으로 독자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조차 거부하려는 독자들을 위한 마지막 결말이 마련돼 있다.(그렇기에 이런 종류로 몰입하지 않는 독자라면 결말이 더욱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긴키 지방은 신입 편집자 ‘오자와’ 군이 특집으로 엮기 위해 ‘나’에게 원고 청탁을 넣으며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해 조사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오자와 군은 어디까지나 진실에 기초한 기사를 쓰기 위해 과거 취재된 내용들을 정리하고 취합하며 하나의 진상을 구축해내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긴키 지방은 미스터리 문법을 따라가고 있고, 결말 역시 완전히 닫힌 결말로서 모든 진상과 의문을 해소하고 끝맺으니 호러-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추리인가 아닌가는 아주 엄격하신 팬층을 의식해 안 붙이기로 했다)

 

미스터리로서의 평가는 차치하고(애초에 이 책에서 미스터리는 호러를 위한 서브 장르고, 따로 독립하는 게 아닌, 호러에 종속된 미스터리로 존재한다), 호러로서 말하자면…… 나는 정말로 만족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폴리탄 괴담이는 장르를 매우 즐기고 있고, 그것을 취미 삼아 창작도 했던 사람으로서 긴키 지방은 매우 훌륭한 나폴리탄 괴담 모음집이었다. 비록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감성 차이랄지, 일본 특유의 신사, 사당, 귀신과 영적 존재에 대한 샤머니즘 차이가 있었지만,(한국은 좀 더 무신론적 분위기거나 토속적인 쪽이라 일본과 감성의 결이 달라도 확연하게 다르다) 그 차이 역시 내게는 흥미를 더하는 요소였다.

 

중반부를 넘어서 진상에 도달하려는 그 움직임이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 각종 괴담을 통해 암시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읽어나갈수록 점점 오싹해져서 중후반부를 넘어가서는 페이지 터너가 따로 없었다. 물론 이때 페이지 터너는 호러보단 미스터리로서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지만, 그 근간은 호러였다.

 

최후반부… 그러니까 결말부는 사실상 고조된 이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를 둘러싼 괴담에 대한 의문을 소해하는 이야기다. 다만 이 소해 과정이 딱히 명쾌하다거나, 합리적이라거나, 도파민이 치솟는다거나 하진 않는다. 말 그대로 ‘마른 참억새’ 같은 진상이다. 부조리할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조리한 마른 참억새야말로 호러로선 결정적인 수라고 생각한다. 그 형편없는 부조리로 그 앞선 많은 참극이 일어났다는 것이며, 그 참극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작용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긴키 지방 중간에 삽입된 호러 작가와의 대담, 곧 ‘마른 참억새’ 얘기가 나오는 부분이 긴키 지방을 읽는 두 가지 독해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귀신을 믿지 않기에 마른 참억새만을 볼 것이냐.

 

그게 아니면 마른 참억새 너머의 ‘위험한 것’을 상상할 것이냐.

 

긴키 지방에 대한 악평과 비판은 마른 참억새를 향한 비판이겠고, 긴키 지방에 대한 호평은 마른 참억새 너머 ‘위험한 것’에 대한 칭찬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마른 참억새 너머 ‘위험한 것’을 충분히 상상하고 즐기고 오싹함을 누렸던 자로서, 긴키 지방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긴키 지방을 읽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호러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을 재고해보는 것도 좋다. 본인이 퍼즐과 정합성을 즐기고 합리적이고 마땅한 것을 추구한다면, 긴키 지방에선 마른 참억새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부조리 자체가 주는 폭력성과 비참함에 대해 누릴 자신이 있다면, 마른 참억새가 가리키는 부조리로부터 섬뜩함을 느낀다면, 때때로 진상에 굴하지 않고 상상을 펼쳐나갈 수 있는 독자라면, 긴키 지방으로부터 ‘위험한 것’을 기어코 상상해내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가 바라는 마지막 결말일 것이다.

 

부디 ‘위험한 것’에 너무 빠지지 말기를.

 

 

 

다른 곳에 썼던 리뷰인데 인상 깊게 읽은 만큼 여기에도 공유합니다!

창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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