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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클립이 운영을 종료한다고 합니다.

분류: 수다, 글쓴이: 샘물, 19시간 전, 댓글3, 읽음: 80

오디오 클립이 종료된다고 해 예전부터 들을까 말까 고민만 하던 이영도 작가님 오디오북 시리즈를 소장해 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파일 소장을 하려고 해도 오디오클립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실행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잠깐 생각해도 당연한 소리겠죠. MP3로 풀렸으면 장사가 정상적으로 될 리가 없으니까요.

서비스 종료를 알린 뉴스 기사에도 네이버 측에서 구매자들을 위해 사후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기업은 돈이 되지 않는 위선을 쉽게 포기합니다. 한 1년 정도 갈까요? 오디오 파일의 DRM이 해제되지 않는다면 이 플랫폼에 올라간 모든 작품은 결국 수명을 갖는 꼴입니다.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시한부죠.

매번 그렇습니다. 게임 회사 하나가 망해서, 온라인 연결이 크게 필요 없는 작품들도 계속 다운로드 할 수 있게 창구를 마련했지만, 결국 서버비도 아까웠는지 다운로드도 막고, 접속 때 거치는 서버도 결국 꺼버려서 영영 못하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매번 이런 촌극을 보고 있으면 우습습니다. 아날로그는 오래 가지 못한다며 비웃으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그것들보다 더 빠르게 타오르고 사라집니다. 돈 더 벌어야 하니까 자기들이 갖고 놀았던 산업을 지속 시키겠다는 노력을 쥐뿔도 하지 않아요. 전 이런 꼬라지를 볼 때마다 디지털 데이터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에 더 어울리는 소재인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브릿G도 오래간다면 좋겠지만, 언젠가 서버를 내릴 때가 오겠지요. 운영진들께서 기습적으로 샷다 내리고 도망갈 일은 없을테니 분명 아카이빙할 기회도 충분할 거고, 작품의 보존은 다른 사이트나 여러분들의 메모장 파일로 어떻게든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이 레이아웃으로 보던 그 기억, 칭찬과 조롱과 리플베리를 얻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성한 단어의 나열, 그 댓글들은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형태가 곧 본질”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대다수 사람은 시야로 정보와 형체를 파악하는 걸요. 당장에 사이트 리모델링만 거쳐도 ‘내가 다니던 사이트가 맞나’라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는데, 형태가 바뀐 것을 이전의 것이 아닌 이전의 대체품으로 간주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일 겁니다.

 

전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을 쫓아갈 수 없습니다. 미국은 대체 뭔 나라와, 또는 뭔 외계종족과 전쟁을 벌이려고 이를 갈고 있는지 매번 봐도 모르겠고, 무언가를 크게 외치는 사람은 지성이 있는 것인지, 내가 그를 이해할 머리가 되지 않은 건지 분간할 수 없고, 분명 멸망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세태인데 이 공간은 여지껏 없던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건 절대 없고 결국엔 무엇이든 변한다는 권지용 선생의 말에 적극 공감하지만 대체 그 난장판 속 눈을 가린 채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 어디로 향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천하의 디지털 콘텐츠도 정전기 한 번 맞으면, CEO 잘못 만나면 골로 가는 세상에서 그저 기습적인 죽음을 웃으며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생각은 복잡하지만 몸뚱이를 가진 저는 여느 때보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삶을 살아가는 오늘입니다.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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