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와 쇼팽과 카프카와 찰스 유와…
윌리엄 터너가 내다 버린,
자기 일생의 역작인 줄 몰랐던 그림들
오로지 쇼팽 혼자 듣고 말았던
어떤 즉흥곡
(노래 가사예요)
그리고
내가 죽으면 전부 불살라버리라던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들 속 ‘변신’
우리에게 결코 닿지 못한, 닿지 못할 뻔했던 어떤 아름다움들을 생각하다보면
모골이 송연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아름다운 것들은 살아남아야 합니다
머릿속에 뛰노는 마구잡이의 미친 소리들을
얼개로 엮어 이야기로 내놓는 데에는 어떤 우주적인 것이 깃들어 있습니다
텅 빈 무대에 서서 부르는 노래처럼
노래가 끝난 뒤 울리는 객석의 침묵처럼
(노래 가사예요)
한때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란 책이 너무 좋아서
다 읽어놓고, 다시 읽지도 않으면서도 한참을 가방에 들고 다녔던 적이 있어요
그냥, 그 책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싶지가 않아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미란다 줄라이의 ‘이 사람’이라는 단편이 있어요
저는 그 이야기를 몸닳게 좋아해서 가끔 머릿속으로 되뇌어보곤 합니다
그 이야기들이 제게 닿지 못했다면
을 생각하면 문득 모골이 송연해질 때가 있습니다
카프카가 내 인생에 닿지 못했다면
지금은 단지 허공 중에 끄적이는 것일 뿐인 당신의 글이
영영 내게 닿지 못한다면
그런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겁니다
카프카가 없었다면 제 인생에 얼마나 더 많은 구멍들이 도사리고 있었을지
그러니 아름다운 것은 살아남아야 합니다
당신의 글은, 살아남아야 해요
살아남아 저의, 누군가의 생의 공허에 닿기를 바라요
지금은 텅 빈 무대에 서서 부르는 노래 같겠지만
노래가 끝나고도 객석에는 침묵만이 박수처럼 메아리치고 있겠지만
윌리엄 터너가 내다 버린
그의 일생의 역작
자기 자신 외엔 누구도 듣지 못한
쇼팽의 즉흥곡
누구의 손에도 닿지 못할 곳으로
침몰해 버린 난파선
아무도 듣는 이 없이
홀로 쓰러진 나무가 내는 소리
그 누구도 곁에 없을 때
내게만 보여주는 그대의 모습
얼어붙은 폭포에 손을 대는 것처럼
장례식을 장식한 꽃들처럼
그런 낯선 종류의 아름다움
텅 빈 무대에 서서 부르는 노래처럼
노래가 끝난 뒤 울리는 객석의 침묵처럼
나에겐 기묘한 그대
언어가 미처 다 못한 말들의
정수를 담은 입맞춤
매일 밤
나의 입술 위에 남는 그대의 순간
이미 오래 전에 죽은 빛임을 알면서도
맨눈으로 바라보는 별
혹은
평생 단 한 번 하늘 너머로 날아오르는 혜성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걸 알기 위해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얼어붙은 폭포에 손을 대는 것처럼
장례식을 장식한 꽃들처럼
그런 낯선 종류의 아름다움
텅 빈 무대에 서서 부르는 노래처럼
노래가 끝난 뒤 울리는 객석의 침묵처럼
나에겐 기묘한 그대
무너진 제국의 황제가 흘리는 눈물
문 앞을 울리는 군화발 소리
그런
기묘한 종류의
아름다움
A strange kind of beautiful / bruno maj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