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느 예술가의 이야기

분류: 수다, 글쓴이: 조딘, 1일 전, 댓글3, 읽음: 70

이것은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수업을 마치면 지하실에 틀어박혀 카세트 테잎 가득 자작곡을 녹음하던 소년.

테이프는 종이 상자 가득 쌓이고, 종이 상자는 지하실 가득 쌓여가는 동안 소년은 하릴없이 청년이 됩니다.

글쎄요, 또래들에겐 흥미로운 인물이긴 했을 겁니다.

배운적도 없는 솜씨로 카툰 히어로들을 쓱쓱 그려내고

진짜 뮤지션처럼 건반을, 기타를 두드리며 자기 노래를 만들어내는 이 아이가요.

그러나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부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넌 뭐가 되려고 그러니, 쓸모없는 놈, 제대로 된 일을 해봐라, 니가 하고 있는 건 온통 헛짓이다. 그딴 걸로 유명해질 일은 없을 거다, 유명해진다 해도 그걸 신께 바치지 않는다면 모두 악마의 일일 뿐이야.

 

청년은 부모의 저주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집을 뛰쳐나와 무작정 대도시로 향하죠.

작은 클럽에서 공연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무렇게나 녹음된 카세트 테잎을 뿌리며 자신의 길을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그것도 길은 길이었던 겁니다.

청년은 마침내 규모가 꽤 큰 락페스트벌 무대에까지 올라 어설픈 솜씨로 더듬더듬

‘수 년 전 고향을 등지고 떠나올 때 내 꿈은 산산조각 났어. 그러나 지금 날 봐, 내가 이 무대 위에 서있어. 난 조각난 꿈 속에 살고 있어.(i live my broken dreams)’를 울먹이며 노래합니다.

그렇게 청년은 작은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고, 당시로선 꿈의 무대였던 엠티비에까지 출연하게 되죠.

이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한 시골 소년의 성공담.

 

-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요.

그러나 무엇이 방아쇠가 되었을까요.

손을 대기 시작한 마약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애초에 예민했던 정신이? 아니면 자아가 채 주조되기도 전 그의 영혼에 퍼부어졌던 부모의 저주가?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이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가장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건.

스스로를 믿었던, 그래서 모두 떨치고 도망쳐왔다고 생각했던 부모의 저주가 마침내 소년의 뒷덜미를 잡아채고 맙니다.

자신의 이 작은 성공이 정말로 악마의 소행이라 믿기 시작한 거죠.

다니엘 존스톤, 정신 분열증의 시작입니다.

 

 

이봐, 죠
기운 좀 내
슬픈 노래는 그만 부르자
이미 슬픈 세상, 무얼 또 더하진 말자

이봐, 잭
그만 돌아와
너 자신을 추스릴 때도 됐잖아
조금만 힘을 내봐

너의 신경질적인 웃음이 신경쓰여서 그러는 거 난 알아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너무 잘 안단 말이야

이봐, 시드
사람들이 뭐라 하건
결국엔 다 잘 될 거야
잘 될 수밖에 없어
지금 네겐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말야

이봐, 죠지
다시 너의 업무로 돌아와
더는 괴로워하지 마
난 네가 단순히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아

틀림없이 널 위한 별이, 널 위한 천국이 있을 거야
널 위한 천국이, 널 위한 별이
널 위한 천국이, 널 위한 별이

(스파클홀스의 다니엘 존스톤 커버곡)

 

 

한 평론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니얼 존스톤이 노래할 때) 당신이 처음 듣게 되는 건 소음이다. 그러다 갑자기 그 안에서 비틀즈가, 한 편의 심포니가 울려퍼진다.’

저로선 스파클홀스의 인도로 들어선 존스톤의 세계,

그러나 원곡은 이렇게 정돈되어 있지 않아요. 그럼에도 박자도 음정도 제 멋대로인 낡은 테잎 속 소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오래지 않아 제 귀에도 비틀즈가, 한 편의 심포니가 울려퍼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 감동.

어떤가요, 여러분에게도 들리십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리지널은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 당했고, 그는 어디까지나 가내수공업 카세트 테잎 가수일 뿐이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어설펐고, 녹음 상태는 형편없었고, 형편없는 녹음 상태를 탓하자니 라이브는 더더욱 처참했죠.

아직도 유튜브 댓글란 곳곳에 그의 음악은 형편없으며,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미친놈이라 좋아하는 것 뿐이라고 빈정대는 목소리들이 발견되곤 합니다.

무수한 대중은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듣지 못했거나, 들으려 하지도 않았지만 어쩐지 뮤지션들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여기에 링크한, 링크하지 않은, 존스톤에 열광하고 그를 카피한 뮤지션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이름만 불러도 음악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대단한 라인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펄 잼, 틴에이지 팬클럽, 벡, 탐 웨이츠, 일즈, 윌코, 브라잇 아이즈, 데스 캡 포 큐티, 노아 앤 더 웨일, 스피리츄얼라이즈드, 쉬 앤 힘, 스웰시즌……

발음도, 음정도, 박자도, 녹음 상태까지도 엉망인, 심지어 나중엔 정신 분열을 앓게 될, 이 소년의 낡은 카세트 테잎 속엔 대체 무슨 마법이 있는 걸까요.

철저히 대중의 외면을 받아온, 이토록 황홀한 이름들이 끝없이 상기시켜도 여전히 상업적으로는 실패를 거듭해온, 이제는 고인이 된 이 노인의 이야기는 그래서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이 소년의, 청년의, 노인의 이야기는

절대로, 비극으로 끝맺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론, 희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도 아닐테죠.

이것은 인생의 희비극의 사이에서

대중에게 잊혀지든 말든,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알려지든 말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아주 조용히 계속 되고 있는

어느 예술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주목하십시오, 얘길 하나 해드리죠
나이 든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명예와 명성을 위해 예술가가 되지요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게 용감하지 못합니다

친구도 가족도 그에게 말합니다
‘이봐, 그냥 취직을 하지 그래?
넌 대체 왜 그러고만 있는 거야
꼭 그렇게 별나게 굴어야 돼?

우리가 보기엔 니가 하고 있는 거 진짜 별로야
그런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우리 생각에 넌 그냥 문제가 많은 것 뿐이야
결국엔 그게 널 병들게 할 거야’

예술가는 꽃길을 걸으며
가만히 햇살을 느껴봅니다
깨어있는 시간엔 종일 그러고만 있죠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홀로 걷는 예술가의 등 뒤에서
누군가 비웃으며 지나갑니다
‘저 사람은 자기가 무슨 예술가인 줄 아나봐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그리고는 티비 앞에 둘러 앉아 떠들죠
‘그래, 이런 게 진짜 재밌는 거지’
그들은 다시 예술가를 향해 말합니다
‘저 친구도 좀 즐길 줄을 알아야 해’

들어보세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죠
나이만 들어가는 어느 예술가의 이야기예요
어떤 사람들이 명예와 명성을 좇는 동안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느 예술가의 이야기-엠워드 (다니엘 존스톤 커버)

조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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