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북클럽] 요즘 난리 난 ‘그’ 소설, 저도 정말 좋아하는데요.
벌써 개정 7판이 나왔네요.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가 된 ‘그’ 책.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그’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가 기억나네요. 저도 공포소설을 좋아하는지라 얼른 읽어보고 싶었는데 입소문 타기 시작한 때라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이미 커뮤니티에선 감상평과 후기들로 도배되어 있었구요. 스포를 피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결국은 구해서 읽었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 책이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개정증보판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든 구해서 소장할 정도로요.
주인공이 흉가체험을 하는 게 주된 내용인데, 흉가 안에서 벌어진 일은 물론이고 흉가를 다녀온 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도 진짜 무서웠죠. 무서워서 재밌다고 생각한 공포소설은 처음이었어요.
특이하게도 작가님은 후속작을 내놓지 않고 이야기를 덧붙여 내는 방식으로 개정판을 계속 출간하셨어요. 새로운 이야기도 재미있고 표지도 멋져서 소장가치는 충분했어요.
책에 대한 감상을 어딘가에 올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소심한 성격이고, 커뮤니티에선 눈팅만 하는 유령회원이었거든요.
그날은 무슨 마가 꼈는지… 초판을 다시 읽고 벅찼던 걸까요. 처음으로 인터넷에 글을 썼어요. 제가 이 책을 얼마나 고대했고 좋아하고 소유하고 싶었는지를요.
그런데 딱 한 줄이 문제였습니다. “소재는 생각보다 평범했어요.”
이 한 줄. 공포소설에서 흉가체험은 평범한 소재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그럼에도 필력이 미쳐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마음에 들었다고 썼는데…
앞뒷말은 모두 잘라먹고 저 한 줄에 꽂힌 사람들이 저를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해명해도 도돌이표였습니다. ‘니가 뭔데 이 소설을 폄하하느냐.’
맹세코 저는 이 소설을 폄하하지 않았습니다.
서둘러 글을 지우고 그 커뮤니티에서 탈퇴까지 했지만 제 글의 캡쳐는 이미 다른 사이트에 퍼졌더라구요. 역시나 딱 그 한 줄만요. 기사도 났어요. 여러분도 봤을 거예요.
조금 진정된다싶어도 개정판이 출간될때마다 끌올당해서 지금까지 욕을 먹고 있죠.
너무 욕을 먹어서 화가 난다기보다는 무섭더군요. 인터넷을 멀리했어요. 현실에서도 제 글을 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도 함께 욕하며 모른 척했죠.
그런데 요즘 누군가의 시선을 느껴요. 걸을 때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무서워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일이 허다하구요.
인터넷에서 욕하던 사람들이 제 신상까지 알아낸 걸까요?
정말 억울하고 무서워요.
‘그’ 책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지만 분하게도 여전히 ‘그’ 소설은 좋아요…
그렇게 몸을 사리다가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후기를 다시 올리기 위해서예요.
조심하면서 출퇴근만 반복하던 중 택배를 받았어요. 수신인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이름은 낯이 익었죠.
바로 떠올리지 못했지만 작가님 성함이었요!
택배 박스 안에는 아직 출간 전인 개정 8판이 들어있었고 제일 앞 장에는 작가님의 친필 사인이 있었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작가님의 정보는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았죠. 판매부수가 몇 백만을 넘어가도 인터뷰 한번 안 하시고 사인회 한번 열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처음엔 누가 장난치는 줄 알았지만 진짜였어요! 출판사에 전화해서 직접 물어봤거든요!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라는 글귀가 사인 밑에 적혀있었어요. 작가님은 제 마음을 알아 주신 거겠죠? 책을 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억울한 마음이 한번에 녹는 기분이에요. 보상이 차고 넘쳐요.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하길 잘했어요.
그럼 개정 8판의 후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