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북클럽] 이 공포소설 아시는 분 제목 좀 확실히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브릿G에 온지 이제 한달 조금 넘었습니다만 이렇게 자게에 데뷔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른 분들이 쓰신 후기들을 보다가 문득 저도 대충 읽었던 책 하나가 생각나서 짧게 적어봅니다.
인천역 차이나타운 근처 잘 아시는 분 계시려나 모르겠어요.
저는 인천에 살고 있는데 신포시장에서 개항장길 지나 차이나타운 쪽 들어가는 그 길을 좋아해서 가끔 혼자 걷고는 합니다. 8-90년대 느낌을 최대한 유지중인 그 동네 나름의 낭만이 있어서 종종 지인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해요.
이 동네 주욱 지나다보면 조그만 책방들이 군데군데 있어요. 아기자기한 느낌의 책방도 있고, 옛날 헌책방 느낌 그대로인 곳도 있고 깔끔하게 리모델링 된 집도 간혹 있고 하더라고요.
작년 초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가봐서 그런지 못보던 책방 하나가 있더라고요.
아무리 오랜만이어도 그 동네를 잘 알고 있어서 제가 몰랐을리가 없는데 싶어서 한번 들어가봤어요.
인테리어 컨셉이라기엔 그냥 오래된 아니, 사실은 버려진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오래된 책방이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미처 못봤나보다.. 이런 집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너댓평정도 되어 보이는 조그만 가게였고 키 179cm인 제가 고개를 숙여야만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높이였어요.
주인은 자리를 비운건지, 보이지 않았구요. 낡은 책장에서 풍기는 그 독특한 냄새와 종이 냄새가 섞여 이런 느낌은 정말 새로웠습니다.
내내 흥미로웠네요. 그냥 느낌만 충분히 느끼고 나가려던 차에 낡은 책들 사이에서 비교적 상태가 양호해 보이는 책이 눈에 띄었어요.
표지만 봐도 공포소설 같아서 대충 훑어만 보고 내려놓을 생각이었어요.
제목이 ‘눈’이길래, 눈을 보면 죽거나 저주를 받거나 뭐 이런 내용이려니 하고 앞장을 열어봤어요.
대충봐서 자세한 내용을 기억 못하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소설의 배경이 이 동네인거 같아요. 지금은 그래도 이 동네가 문화의 거리다 패션의 거리다 뭐다 해서 그래도 많이 발전(?)했는데 90년대만 해도 진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번화가 반대편으로 철도 가로질러 항구쪽 동네는 정말 옛날옛날 동네였거든요.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라는 책 많이들 아실텐데 그 동네 배경인거 같았어요.
마침 이 곳이 거기서 멀진 않아서 호기심에 좀 더 읽어봤는데, 눈과 관련된 미스터리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쌀집 아저씨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는데 아들을 먼저 보낸 노인의 곡소리가 삼일 내내 끊이질 않더랍니다.
집에서 치러진 장례가 끝나고 동네 주민들이 노인의 집에 안부 차 들렀다가 집에서 쓰러져 숨이 끊어진 노인을 발견해서 졸지에 줄초상을 치렀네요.
뒤로 주욱 넘겨보니 쌀집 아저씨도 누군가의 장례에 다녀온 후 그런 사고를 당했고, 노인의 집에서 대신 조문을 받고 상을 치러준 어르신도 상중 내내 곡을 하시다가 며칠 후 사고로 죽게되는데, 이게 아마 곡소리에 어떤 원한을 되살리는 그런 저주스런 의식의 일부더라구요.
뭐 어떤 원한을 품은 영적인 존재와 얽힌 죽음과의 관계 그런..?
제가 오컬트 장르 꽤나 좋아는 하는데요. 더 읽어봤으면 좀 자세한 후기를 남길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가 좀 드네요 ㅎㅎ
워낙 책방이 낡기도 했고 천장도 낮아서 적당히 보다가 내려두고 나왔습니다.
재밌는게, 책을 내려놓고 나오는데 표지를 보니까 제목이 ‘곡’이더라구요.
분명 저는 ‘눈’으로 봤었는데 말이죠. 어쩐지 눈하고 관련된 소설이 아니더라… 싶었어요.
근데 걸으면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좀 소름돋는게, 분명 책은 제가 바로 봤던거 같은데… 거꾸로 봤을리는 없는데…
찝찝해서 돌아갈 땐 그길로 안가고 자유공원 쪽으로 돌아서 내려왔네요.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진 것 같습니다.
주말 잘 마무리&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