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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북클럽] 도서관 구석에서 발견한 책

분류: 작품추천, 글쓴이: 매미상과, 1일 전, 댓글6, 읽음: 64

안녕하세요. 요즘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때문인지 공포 소설이 뜨더라고요.

공포 작가로서 이런 현상 정말 좋다고 느끼네요. 저는 웬만한 공포 소설은 다 챙겨본 편이라서 숨겨진 공포 소설이 있지 않을지 싶어서 동네 도서관에 갔습니다. 동네 도서관이 한 층만 있을 정도로 작지만, 알찬 구성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책들이 있거든요. 일본 소설 칸을 보던 중, 즉신불에 대한 소설이 있더라고요. 즉신불(卽身佛)은 살아 있는 사람이 생전에 스스로 수행을 통해 죽은 뒤에도 육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하여, 미라 상태로 남아 있는 불교 수행자를 말합니다. 유튜브에서 일본에 있는 즉신불을 봤기에 흥미롭게 읽고 있었죠.

이 소설은 즉신불이 되려고 하는 승려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일본 에도 시대 북부 지역에 가뭄이 일어나며 아사한 이들이 늘어나자, 승려가 걱정하며 즉신불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승려는 곡기를 끊고 수년간 ‘목이(木食)’ 수행하면서 점점 몸이 앙상해져 가는데요. 소설 속에는 영양 부족으로 환각을 보기도 합니다.

환각을 경험하면서 내용이 이상하게 변하는데요. 눈앞에 부처가 와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원숭이가 그의 곁에 와서 말을 걸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책의 뒷부분에는 일본어도 한국어도 아닌 언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찍어서 chat GPT에게 어떤 언어인지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부분을 보자 소름이 끼쳐서 책을 덮었습니다. 자료실을 나오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용객이 없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사서분도 없으니 이상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직원분은 늘 상주해 있으니까요. 도서관을 나오니 허기가 졌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가니 삼각김밥이 눈에 띄어서 사왔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먹으려고 하니 전혀 입에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김밥을 입 가까이 대기만 해도 헛구역질이 났습니다. 결국 그날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에도 냉장고에 먹다 남긴 양념치킨을 먹으려고 했지만 상했는지 구리한 냄새가 났습니다.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병원에 가봤지만 제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니 매우 떫고 썼습니다. 수액 같은 맛이 나길래 어머니가 제 자취방에 와서 수액을 냉장고에 넣었나보다 싶었죠. 정수기에 물을 떠서 마셨지만, 냉장고에 있는 물맛과 비슷했습니다.

결국 제가 이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음식을 그 책을 읽은 순간 입에 대지 못하고 물을 마셔도 수액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미라가 되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고 옻나무 수액만 마셨던 즉신불의 저주 때문일까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미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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