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자게북클럽](후기)<임포스터>, 燻落洪 저, 다림사(2025)

분류: 책, 글쓴이: 라쿤 덱스터, 2시간 전, 댓글10, 읽음: 27

날씨 더운데 다들 잘 보내고 계시나요? 저는 뭐 그럭저럭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서류에 치이고 상사에게 깨지고 밤에는 땀 뻘뻘 흘리다가 깨길 반복하고 있죠.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고 있을거라 생각하면 저 역시 평균적으로 그럭저럭 보내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솔직한 심정으로 따지고 보다면 죽을 맛입니다. 이게 사는건가 싶은 그런 느낌이에요. 날씨 말고도 개인사적으로 이런저런 힘든 일이 좀 겹쳤거든요. 딱히 어디다가 하소연 할 길도 없구요.

그런 하소연 할 길이 없는 일 중 하나가 가입했던 인터넷 서점이 해킹당한 일이거든요. 그… 얼마전에 터진 큰 서점 말고 작은서점이요. 예, 다들 하나씩은 절판된 책을 찾아 여기저기 헤메다가 나도 모르게 가입하게 되는 소규모 인터넷 서점들 있잖아요? HTTPS도 아니고 HTTP인걸로 모자라 나*웹에디터를 사용해 만든것 같은…

예, 얼마전에 핸드폰으로 문자가 하나 왔는데 사과 문자더라고요. 내용은 자기네 홈페이지가 해킹당해 일정기간 이용하기가 힘들었는데,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25년 신작 소설을 랜덤으로 보내주겠다… 뭐 그런 내용이었어요. 처음에는 스팸인 줄 알았죠. 링크를 누르면 개인정보를 뜯어가려는 가짜사이트가 나오고, 거기에 내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지갑이 털리게 되는 뭐 그런 거요. 그런데, 문자에 그런 링크가 없더라고요. 이상했죠. 보통 이런 문자에는 있잖아요? 아니, 딱 봐도 스팸인데?

근데 더 이상한 일은 그 다음에 생겼어요. 저는 시키지도 않은 택배가 집앞에 와있더라고요. 수취인은 저고요. 보내는 사람은 문자를 보냈던 인터넷 서점. 이걸 어떻게 보낸거야? 하는 마음에 이걸 열어야 하나 말아야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열어봤어요. 너무 깊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안그래도 요즘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머리가 아픈데, 이런 것까지 골치아프고 싶지도 않은 마음도 있었구요.

아무튼 열어보니까 새까만 유광 겉표지에 하얀색 글씨로 <임포스터> 라고 적힌 책이 한권 나오더라고요. 다림사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고 저자는 燻落洪라는 사람. 검색해보니까 딱히 나오지는 않았어요.  같은 제목으로 나오는건 2002년작 게리 플레더 감독의 영화 정도? 당연히 ISBN에도 나오지 않고요. 아직 등록이 안된건지, 아니면 자가출판물인건지…

…어쨌든, 그렇게 본의 아니게 공짜책이 생겼어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했거든요. 장르는 뭐라고 해야하지? SF 미스테리? 호러? 내용은 대충 이래요. 죽어가고 있는 차원이 있는데, 그 차원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거든요. 그런데 다른 차원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의 유전 형질을 지속적으로 훔쳐야 해요. 차원 자체가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를 없애려고 하는 일종의 면역체계가 있다는 설정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쪽 차원에 살고 있는 사람의 유전형질을 훔쳐야하는데, 문제는 같은 유전형질의 존재가 둘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차원이 그것을 이상현상으로 판단해서 없애려고 한다더군요. 결국, 유전형질을 훔치면서 그 사람을 죽여야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고요. 1장 이후의 이야기는 그렇게 주인공이 차원을 넘어와서 살인을 하는 내용을 담아요.

필력이 좀 들쑥날쑥한 소설이에요. 지루한 구간이 좀 있는데 그것 때문에 책을 덮으려고 하면 또 갑자기 훅 치고 들어와서 심장을 조이는 그런 맛이 있더라고요. 단점도 명확하지만 그만큼 장점도 명확한 소설이라 꽤 재미있게 읽었어요. 특히 주인공이 유전형질을 훔칠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게 사실 과설정이라면 과설정인데, 저는 또 과설정 좋아하는 오타쿠라 마음에 들었어요. 아무튼, 주인공이 아무 사람이나 유전형질을 훔칠수 있는건 아니더라고요. 자신에게 매칭되는 사람의 것을 훔쳐야하는데, 그걸 알기 위해서 쓰는 방법이 독특했어요. 책을 택배로 보내더라고요.

혹시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안 읽으신 분 계세요? 이건 조금 스포일러인데… 조금 양해를 구할게요. 그것과 비슷한 방법을 써서 유전형질 매칭자를 찾았어요. 주인공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알러지 성분을 책에 입히는거죠. 그래서 그 책을 랜덤하게 사람들에게 보내요. 뭐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요. 이벤트 당첨이라던가 충성고객 보상 뭐 그런 것들 말이죠. 그리고 나서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재채기를 하는지 지켜보다가. 재채기를 하면 그 사람의 유전형질을 훔치는거죠. 어떻게? 택배로 가장해서요. 그렇게 유전형질을 훔치는 과정이 제법 쫄깃해요. 묘사도 적나라하게 기괴하고요.

사실 여기저기서 많이 본 클리셰같은 설정들이기도 하지만, 이게 이렇게 뭉쳐있으니까 나름 읽을만 하더라고요. 음… 그래서 사실 재미있게 읽었어요. 나쁘지 않았어요. 아쉬운게 있다면 이게 갑자기 어떤 사람의 집에 유전형질을 훔치러 들어가는 부분에서 뜬금없이 이야기가 끝나거든요. 이게 다음권이 있어서 끝나는건지, 아니면 정말 여기가 끝인지, 그도 아니면 인쇄 오류인지 설명도 없이 말이죠. 혹시나 책을 보낸 서점에 후속권이 있나 하고 들어가봤는데, 사이트가 뻗었는지 404 에러만 뜨고요.

뭐… 그게 요즘 근래에 벌어진 어디다가 하소연하기도 힘든 일 중 하나였어요. 오래전에 가입한 인터넷 서점이 해킹 당했지만 그 보상으로 받은 책이 나쁘지 않았으니 괜찮은건가? 싶다가도 화장실을 중간에 나온것 같은 느낌으로 끝나는 결말을 만나니까 참 뭐랄까…  그래요. 그래서 혹시라도 브릿G에 이 책 읽으신 분이 있을까 싶어서 후기를 남겨봤어요. 읽어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리플로 좀 남겨주세요. 후속권의 존재 유무를 말씀해주시면 더 좋을것 같구요.

이래저래 주저리주저리 하소연 하듯이 최근에 읽은 책 후기 써봤습니다. 오타랑 맞춤법이 많은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도 맞춤법이랑 그런거 잘 신경쓰지 않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 알수없는 알러지 때문에 고생하고 있거든요. 재채기에 가렵고… 병원에서는 원인불명이라고 스테로이드제만 처방해주고… 약은 안듣고… 그게 또 하소연하기 힘든 일 중 다른 하나네요… 하하…

오랫만에 브릿G와서 자게에 쓰는 글이라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길게 쓰고 싶은데 여기서 마무리해야할것 같네요. 택배가 와서 나가봐야하거든요. 난 시킨거 없는데. 인터넷 서점에서 2권 빼먹었다고 2권 보내준거면 좋겟네요. 아무튼! 모두 건강하시고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이 책 아시는 분 계시면 리플에 좀 남겨주세요! :)

라쿤 덱스터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