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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리뷰하다 4. 나란 글쟁이, 가끔 리뷰어.

분류: 수다, 글쓴이: BornWriter, 17년 8월, 댓글19, 읽음: 130

리뷰를 리뷰하다 1. 나란 글쟁이, 못난 글쟁이.

리뷰를 리뷰하다 2. 나란 글쟁이, 못난 글쟁이?

리뷰를 리뷰하다 3. 나란 글쟁이, 못난 글쟁이!

 

아무도 찾지 않을 리뷰리뷰 씨리즈가 돌아왔습니다. 다들 제목에서 알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3주만에 이 씨리즈가 돌아온 까닭을 말이죠.

 

 

장리우 님이 자게에 쓰신 글을 다 읽고나서 제가 든 생각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모든 리뷰는 매우 상대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아 물론 이 우주에서 광속만큼 절대적인 것도 없습니다만, 시간마저도 상대적으로 흐르는 만큼 하나의 리뷰를 각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매우 상대적인 해석이 나오는 것을 막을 구멍은 보이지 않습니다. 리뷰는 작품과 마찬가지여서, 읽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갖게 됩니다.

 

저는 제 리뷰가 어느정도 공정한 논리 위에서 수행된다고 생각합니다. 칭찬할 부분은 칭찬하고, 껄끄러운 부분은 지적하고, 도입부에서는 작품의 소개를, 종말부에서는 작품의 전체적인 평가를.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내가 이 작품의 리뷰에서 과도하게 독자를 호도하는 발언을 쓰지는 않았는가. 예컨데 읽지 말라느니 쓰레기 같다느니, 그런 말을 쓴 적 있는가.

 

사실 이러한 고민은 매우 무의미합니다. 제가 의도한 문장들이, 의도한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브릿ㅉ의 많고 많은 작품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리뷰를 이용할 것입니다. 그들은 작품을 읽기 전에 리뷰부터 읽는 독자입니다. 이들은 리뷰만 읽고 리뷰어의 문장으로 작품을 평가합니다.

 

생각해보면 아주 웃긴 일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리뷰부터 확인하는 사람입니다만, 영화는 보러가면 돈이 들지 않습니까? 브릿ㅉ는 리뷰를 읽다가 작품을 읽고싶어지면 버튼 하나로 작품에 돌입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장편은 클릭 두 번). 제 경우에는 리뷰가 너무 박하다고 생각되면 오히려 작품을 읽어보는 편입니다. 이 리뷰가 편파적으로 작성되지는 않았는지, 작품이 실제로 그렇게 나쁜지 제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자 말이죠.

 

원래 사람은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고 하면 더더욱 코끼리를 떠올려버리는 괴상한 존재입니다. 리뷰에서 작품 읽지 말라고 하면 더더욱 읽고싶어지지 않을까요. 저는 문제의 리뷰를 읽고서 오히려 작품이 읽어보고 싶어지던데요(물롱 이것은 제가 이상해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리뷰가 논하는 작품을 읽어보는 데 돈이 들지는 않으니까요.

 

 

이것 말고 떠오른 다른 생각은 사실 선작21님이 남겨주신 댓글을 보고 떠오른 겁니다. 선작21님은 작가가 의도했던 부분이 아닌 걸 호도하면서 작가를 비난하는 것이 짜증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독자는 작가가 뭘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지 오독할 수 있습니다. 또한 100명의 독자가 동일한 작품을 읽어도 그에 대한 반응은 각자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가령 제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저는 말풍선 컴필레이션의 ‘빨간 맛’이라는 작품을 읽고서 장문의 리뷰를 남겼습니다. 저는 그 작품을 읽으면서 ‘먹고 사는 것의 비애’를 느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작가가 의도하려는 작품의 주제의식과는 맞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렇게 느낀 것을 다르게 느꼈다고 거짓말 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더군다나 작가를 비난하는 것도 독자의 몫이겠죠. 어쩌면 비난하는 리뷰를 쓴 독자는 다른 독자들에 비해 조금 더 성실했던 걸지도 모르고요. (물론 그걸 짜증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도 선작21님의 몫이겠지만.)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작가를 비난하는 리뷰는 오히려 독자들이 알아서 걸러냅니다. 그렇지만 어느정도 합당한 이야기로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 아닌지와는 상관 없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다면) 비난하는 것은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클레멘타인의 감독도 그런 똥작을 만들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클레멘타인을 비난하는 리뷰가 잘못된 걸까요. 감독 입장에서는 그런 리뷰를 짜증나게 생각할 테지만….

 

저는 글도 쓰고 리뷰도 씁니다. 글을 쓸 때보다 리뷰를 쓸 때 조금 더 개방적으로 문장을 나열합니다. 이것은 제 몇 안 되는 믿음으로부터 기인하는데, 그것은 ‘독자의 의견은 매우 상대적’이라는 믿음이 그것입니다. 독자의 의견은 정말이지 매우매우 상대적입니다. 그리고 특히 저라는 독자의 의견은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작가가 작품 내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표면적인 것 말고 내면 깊숙한 곳에서 발견하고 싶어합니다. 때문에 깊이깊이 파고들어가면서 작품을 해석하는데, 이러한 경우 저는 대체로 작품을 오독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작가의 입장에서만 오독이고, 독자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해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도 작품을 해석해볼 수 있다는 거지요(물론 논리에 합당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쓰다보니 중언부언했는데, 요는 이겁니다. “독자는 저마다의 상대성으로 작품을 읽고 리뷰한다.” 리뷰를 절대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것은 작가에게나 다른 독자에게나 아까운 일이니까요.

 

 

+ 댓글 대환영입니다! 제가 본문에 무슨 헛소리를 해놓았으면, 거기에 대해 따끔하게 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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