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리뷰를 리뷰하다.

분류: 내글홍보, 글쓴이: 장리우, 17년 8월, 댓글32, 읽음: 145

몇 번이나 망설이다 어쩌면 브릿G에서 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글을 써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특정인을 저격할 의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쓰여졌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적어도 제 의도는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고 기분이 나쁘실 거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건 작품을 올리는 이와

그 작품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이에 대한 건전한 토론의 장의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며칠 전 ‘노인과 가다’라는 소설을 하나 올렸습니다.

제 딴에는 관심을 받고자 공모를 걸었고 감사하게도 리뷰를 받았습니다.

리뷰 제목은 ‘노인을 위한 독자는 없다’ 입니다.

내용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70년대 한국 문학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은…(중략) 이 모든게 70년대 한국 문학을 떠올리게 하네요.’

어쨌든 올드하다는 평입니다. 저는 괜찮았습니다. 노인에 관한 이야기고, 단어나 문장을

일부러 예스럽게 쓰기 위해 노력했으니까요.

 

‘너무 뻔하지 않나요? 대단하지만 세상이 몰라주는 내가 너무나 불쌍해 견딜 수 없어!’

뻔하다는 지적입니다. 인정합니다. 제가 써온 글에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니까요.

참신함이 떨어지는 상투적인 글. 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변주의 방향은 여러가지가 있지 않을까요.’ 

저도 이 부분은 적극 공감합니다. 앞서 짚은 상투성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2017년이니까요.’

제가 시대를 착각하고 있을까봐. 연도를 알려주셨습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평을 받았습니다.

물론 혹평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담담한 심리 묘사는 재밋었습니다. 주인공 캐릭터는 상당히 리얼했고요.’

라고 해주셨습니다.

사실 ‘재밌다’는 한마디면 제가 이 소설을 올린 목적은 차고 넘칩니다.

그것이 제가 에세이나 잠언이 아닌 ‘소설’을 브릿G에 올리는 이유겠죠.

그럼 뭐가 불만이냐고 물으신다면 다름 아닌 리뷰의 제목에 있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첫인상이요, 소설로 따지자면 금과옥조인 첫문장과 같은 거지요.

저는 소설 말미에 ‘No Country For Old Men’이라고 썼습니다.

솔직히 말해, 뭔가 있어 보이려고 썼습니다. 소설과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고.

이걸 리뷰어님께서 비틀어 ‘노인을 위한 독자는 없다’ 라고 제목으로 사용하셨습니다.

저는 제목을 읽자마자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독자는 없다’라니?

이런 글을 참고 읽을 독자는 없다, 라는 건가?

 

자, 여기서 제가 제 작가 계정을 걸고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말씀드려봅니다.

공개적인, 그것도 온라인에 글을 올린다는 건 엄청난 마음의 준비를 필요로 합니다.

이미 난도질 당할 각오를 하고 자기의 글을 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떤 피드백이든 다수의 독자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릿G. 아시다시피 하루에도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작품이 올라옵니다.

거기에 편집자 추천, 내글 홍보, 독자 추천, 추천 리뷰, 종합베스트, 큐레이션 까지.

읽고 싶고, 읽을 수 밖에 없는 글들이 수두룩합니다. 읽히기 위한 무한경쟁 체제지요.

제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제가 브릿G에서 읽을 글을 고르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일단 ‘편집자의 선택’ 이 최우선입니다. 신뢰할 수 있습니다.

다음이 ‘게시판 추천’입니다. 얼마나 재밌으면 타인의 글을 홍보할까요.

그 다음이 ‘리뷰’입니다. 추천 리뷰나 인기 리뷰를 보고 마음에 드는 글을 찾습니다.

 

브릿G에는 작가와 독자가 넘쳐납니다. 회원 모두가 작가인 동시에 독자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리뷰어’가 귀한 게 사실입니다.

소설도 쓰시고, 리뷰도 쓰시는 분들은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신 겁니다.

오늘 시험지를 풀던 학생이 내일 시험 감독으로 들어오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요.

지금도 게시판을 보면 ‘리뷰’를 갈구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저를 비롯한 아마추어 분들이 절대 다수다 보니 어떤 ‘확신’ 같은 것을 리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 써도 된다고. 끝까지 도전해도 된다고. 당신 글 좋다고. 뭐 이런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 받기는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그래서 코인을 걸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곳을 들락거리며, 읍소를 하는 거겠죠.

 

저는 절대 ‘주례사’나 ‘돌잔치 인사말’같은 비평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리뷰’는 ‘심판’이 아니라 ‘가이드’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은 읽어 보시라는 의미로, 나쁜 작품은 이러이러한 부분을 고쳤으면 좋겠다는

조언이나 격려로 말입니다.

‘독자는 없다’ 라는 말은 저에겐 ‘절대 읽지 마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가요? 그래서 저도 제목으로 ‘리뷰의 리뷰’라고 썼습니다.

저라면, 만약 제가 다른 분들이 절대 읽지 말아야 할 글을 발견한다면 저렇게

대놓고 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무시를 하겠지요. 안 본 눈 삽니다, 를 뇌까리면서요.

 

제 소설을 읽은 분이 13명. 리뷰를 읽은 분이 24명입니다.

리뷰만 읽은 분이 훨씬 많습니다.

리뷰를 공감하시는 분이 두 분이나 됩니다.

리뷰어 분의 의견에 손을 들어 주신 거죠.

이쯤 되면 제 소설은 망한 소설입니다.

저는 이 82페이지짜리 소설을 수 년 동안 썼습니다.

초고는 거의 오 년 전에 쓴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수시로 퇴고를 했고,

브릿G에 올리기 위해 세 시간 정도 손을 봤습니다.

이건 징징대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어떤 안 좋은 글이라도 그 작자는

수도 없이 고민하고 노력했을 거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섭니다.

 

이제 이 쓸데없이 긴 하소연의 결론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리뷰어 분들께 드리는 간청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브릿G의 절대 권력자들입니다.

죽었던 작품을 살릴 수도 있고, 포기했던 작가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순기능이 훨씬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끝내주는 ‘리뷰’를 보고, 또는 정성스런 ‘추천글’을 보고

얼마나 많은 명작들을 접하고 열광했습니까.

다만 그 ‘펜’이, 그 ‘칼’이 누군가를 살리는 도구가 되어야지, 죽이는 도구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압니다. 이런 글을 써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글을 쓴다는 사람이 ‘악평’에 발끈해서 분탕을 일으킨다?

이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지요.

초딩들 SNS에서도 안 할 짓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올리는 건 제 오랜 고민이 다른 분들에게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분탕 글을 쓰기 위해 저는 엊저녁부터 수도 없이

갈등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결국엔 쓰고 말았네요. 비참하게도.

 

지금도 저는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걸 올려도 될지.

구름이 많지만 맑은 아침입니다. 그러니까 더 부끄럽습니다.

저는 정말로 제 글을 읽어주고 평을 해주신 리뷰어님께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리뷰어님께서도 저한테 악감정이 있어서 평을 해주신 게 아닌 것 처럼요.

아마도 저는 댓글의 의견들을 수렴하고 나서는 탈퇴를 할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짓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겠지요. 그래서 포인트샵에서 책도 주문했습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무시하셔도 좋고요.

혹여 제가 잘못 생각한 게 있다면 꼭 지적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리뷰에 대한 리뷰’에 대한 리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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