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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풍의 기묘한 분위기의 노래 소개합니다.

분류: 음악, 글쓴이: 랜돌프23, 3월 17일, 댓글4, 읽음: 58

(위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최근에 발견한 노래인데, 노래의 컨셉과 분위기가 꽤나 마음에 들어서 공유하고자 게시물 씁니다. 이런 노래가 또 장르소설을 쓰시는 이곳의 다른 분들께 자그마한 영감이나 도움이 되길 바랄 따름입니다 ㅎㅎ

 

영상 자체에도 한국어 번역 자막이 있긴 한데, 저것만으로는 본래 일본어 가사가 가지고 있던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있는 듯 하여, 제 나름의 번역을 아래에 함께 달아둡니다. 모쪼록 감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해설이 붙은 부분은 (1), (2), (3) 등으로 표시했으며, 해설은 맨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何処から喰へば(1)良いものか

어디부터 먹으면 좋을고?

美味いものか不味いものか

맛있는 거려나 맛없는 거려나

さっぱり俺にゃ分からない

나는 당최 알 수가 없네

決まりばかりの世の中じゃ

지켜야 하는 것 투성인 이 세상에서

仏が何時も水を差す

언제나 부처가 찬물을 끼얹네

我慢するのが礼儀でしょう?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거죠?

鬼がこの身を唆す

오니(*)가 이 몸을 부추기네

御先にどうぞ遠慮なく

먼저 드시지요 사양 말고

あゝ(2) かっぴらけや 其御口

아아 쩌억 벌리게 그 입을

宴、宴が始月曜(3)

잔치, 잔치가 시작되고만데이

勿体無えや一度切り

아깝구나 딱 한번 뿐이거늘

好きなもの丈食べなはれ(4)

좋아하는 것만 먹게나

あゝ何方を捲りゃ良いものか

아아 어느 쪽을 넘기면 좋을고

白い札か黒い札か

하얀 패냐 검은 패냐

一丁 賭けるとしませうか(1)

어디 한번 이 판에 걸어보기로 할까

死ぬも生きるも紙壱重

죽느냐 사느냐는 종이 한 장 차이

御釈迦が蜘蛛の糸垂らす(5)

석가모니께서 거미줄을 내려주시네

遅くはないわ 御出なさい

아직 늦지 않았으니 이리 오거라

地獄の聲が耳を打つ

지옥의 목소리가 귀를 때리네

踏み外す(6)のも惡くない

잘못해서 떨어져도 나쁘지 않아

あゝ真っ盛りや 此ノ宴

아아 무르익었구나 이 잔치

今宵、今宵は帰日曜(7)

오늘 밤, 오늘 밤은 못 돌아갈 성이데이

宴も酣

연회도 한창이렷다

あかよろし(8)

지화자 좋구나

堕ちるとこまで堕ちなはれ(9)

떨어질 대로 떨어지게나

アア イヤ イヤ イヤ

廻レ 廻レヤ 展ケ 展ケイヤ(10) (×4)

아아 이야 이야 이야

돌아라 돌아라 열어라 열어라 (×4)

かっぴらけや其御口

쩌억 벌리게 그 입을

宴、宴が始月曜

잔치, 잔치가 열리고만데이

勿体無えや一度切り

아깝구나 딱 한 번뿐이거늘

好きなもの丈食べなはれ

좋아하는 것만 먹게나

堕ちるとこまで堕ちなはれ

떨어질 대로 떨어지게나

 

(1) 현대에는 食えば로 쓰지만, 옛날 표기로는 食へば로 쓰였습니다. (발음은 ‘쿠에바’로 같습니다.) 예스러운 느낌을 내려고 할 때 이런 표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이시옷이나 아래아를 섞어 쓰곤 하는 것처럼 말이죠.

더불어 ましょう도 옛날 표기로는 ませう라고 썼습니다. 발음은 동일하게 합니다. 더 자세한 게 궁금하시다면 歴史的仮名遣い라는 걸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ㅎㅎ

 

(2) あゝ는 현대에는 그냥 ああ라고 씁니다. 지금은 한자만 같은 글자가 반복될 때 (예컨대 様々처럼) 々을 쓰지만 (이걸 ‘오도리지’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렇게 글자가 반복될 때 쓰이는 특수문자가 히라가나랑 가타카나에도 있었습니다. 현대에는 안 쓰이고, 이렇게 예스러운 느낌을 주거나 할 때 종종 사용됩니다. 예스러운 느낌을 내는 다른 방법으로는 ああ를 嗚呼로 한자로 표기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겐 ‘오호 통재라’로 익숙한 그 ‘오호(嗚呼)’입니다.)

 

(3) 始月曜(はじマンデー)는 이 노래에서 만들어낸 단어로, 발음은 ‘하지만데-‘로 붙어있습니다. 이건 일본어로 ‘시작되다’를 뜻하는 ‘하지마루’와 영어로 ‘월요일’을 뜻하는 Monday의 일본식 발음 ‘만데-‘를 합친 것으로, 사용된 한자와 어우러지면서(始+月曜) 전체적으로는 일본어 옛말 혹은 사투리로 ‘시작될거래이’ 같은 인상을 줍니다. 번역은 ‘시작되고만데이’라고 어찌어찌 원래 의도된 느낌을 살려보려고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4) なはれ는 なさい보다 부드러운 느낌으로, 찾아본 결과 관서지방(오사카, 교토 등)에서 사용되는 가벼운 명령형이라고 하네요. 이건 저도 검색해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하군요 ㅋㅋㅋ

 

(5) 석가모니가 거미줄을 내려준다는 표현은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가 1918년에 발표한 ‘거미줄(蜘蛛の糸)’이라는 단편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석가모니가 어느 날 극락을 거닐던 중, 지옥을 내려다보니 죄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보이는데, 그 중에서 칸다타(犍陀多)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생전에 무거운 죄를 많이 지은 자였지만, 딱 한 번, 거미를 밟아 죽일 뻔하다가 멈추고, 그 거미의 목숨을 살려줬던 적 있었다. 이를 떠올린 석가모니는 거미줄을 내려보내 칸다타를 구원해주고자 하였다. 극락에서 내려온 거미줄을 본 칸다타는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거미줄을 타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기 뿐만 아니라 다른 죄인들도 지옥에서 벗어나려고 따라 올라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를 본 칸다타는 잘못하다가는 거미줄이 무게를 못 이기고 끊이질 거라 생각하여 뒤따라오는 죄인들에게 ‘이 거미줄은 내 거다, 썩 내려가지 못 할까!’라고 외쳤고, 그 순간 칸다타 바로 머리 위에서 거미줄이 끊어져 버려서 칸다타는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원문: https://www.aozora.gr.jp/cards/000879/files/92_14545.html)

 

(6) 踏み外す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는 ‘발을 헛디디다’이고, 다른 하나는 ‘상도에 어긋나다’입니다. 위에서 말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거미줄’이라는 단편의 내용을 생각하면, 두 뜻 모두 담고 있는 중의적 표현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됩니다.

 

(7) 帰日曜(かえサンデー)도 始月曜와 마찬가지로 이 노래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발음은 ‘카에산데-‘로 붙어있습니다. 이는 일본어로 ‘돌려보내다’라는 뜻의 ‘카에스’와 영어로 ‘일요일’을 뜻하는 Sunday의 일본식 발음 ‘산데-‘를 합친 것으로, 사용된 한자와 어우러지면서(帰+日曜) 전체적으로는 일본어 옛말 혹은 사투리로 ‘돌려보내지 않을 거래이’ 같은 인상을 줍니다. 번역은 ‘못 돌아갈 성이데이’ 정도로 했는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ㅎㅎ; 

 

(8) あかよろし 는 화투 패 중에 아래 패에 쓰여있는 글자입니다. 

제가 화투는 잘 모르지만, あかよろし는 검색해본 결과 옛말로 ‘명백히 좋다’, ‘분명히 좋다’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따라서 옛말로 좋다고 외치는 듯 하면서도, 앞뒤 가사를 봤을 때 화투를 치고 있는 상황이 묘사되므로 나온 화투패를 가리키기도 하는, 중의적 표현으로 봤습니다. 저는 그냥 ‘지화자 좋다’ 정도로 번역했지만, 훌륭한 번역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겠네요 ;;;

 

(9) 원래 ‘떨어지다’는 한자를 落ちる로 ‘떨어질 낙(落)’을 쓰는 게 보통이지만, 堕ちる를 쓰면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질적으로 나빠지거나 상황적으로 추락하거나, 뭐 그런 뉘앙스를 담게 됩니다. 애초에 쓰인 한자도 ‘타락’의 ‘타(堕)’를 씁니다.

 

(10) 원래 ‘돌다’와 ‘열리다’는 한자를 回る와 開く를 쓰는 게 보통이지만, 여기서는 廻る와 展く를 썼습니다. 回る와 廻る는 한자 사용 차이로 의미 차이가 뚜렷하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廻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輪廻)에 사용되는 한자라는 걸 생각하면 묘한 인상을 받습니다.

展く는 애초에 한자변환 자체도 지원이 안 되는, 제 생각엔 이 노래에서만 임의로 붙인 한자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일본어에선 만화책이나 노래 가사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ㅋㅋㅋ) 크게 심오한 뜻이 있다기보다는 연회를 전개(展開)한다는 느낌으로 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견 있으시면 답글로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ㅎㅎ

 

(*) 鬼를 ‘귀신’으로 번역할지 ‘도깨비’로 번역할지 ‘오니’로 표기할지 고민을 했습니다만, ‘도깨비’는 dragon과 용을 똑같이 대응시키는 것만큼 이상한 번역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뺐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귀신’과 ‘오니’ 중 뭘로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일본 명칭을 그대로 가져와 ‘오니’로 표기했습니다만, 여전히 뭐가 더 적절했을지 고민되네요 ㅎㅎ;

 

즐거운 감상 되시길 바랍니다.

랜돌프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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