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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문 4답] 늦었지만 적어봅니다:)

분류: 수다, 글쓴이: 조은별, 3월 6일, 댓글2, 읽음: 54

  1. 내 글에 영향을 준 창작물

제 글의 근원이라고 할까요. 우연히 만나서, 아직까지도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amazarashi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고, 프론트퍼슨 아키타 히로무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라고 감히 말할 수 있어요. 아마 평생 그럴 거예요. 모든 곡, 모든 앨범을 다 좋아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제가 적는 소설/시의 문장은 기본적으로 이분의 영향 아래에 있다는 걸 딱히 숨기지는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명확히 해두는 바입니다. 이번 3월 10일에 첫 내한 공연을 하시는데, 저도 예매 성공해서 친구들이랑 간답니다!

호소력 짙은 보컬 속 어딘가에 서려 있는 소년의 목소리, 그런 걸 좋아해요. 저를 록과 모던록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밴드사운드도 좋아해요. 무엇보다, 개인의 삶에 밀접하게 녹아있는 문장을 시라고 한다면 아키타상이 부르는 가사는 정말 좋은 시가 아닐까 늘 생각합니다. 제가 말로 더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최근의 곡 가사 번역을 두 개만 가지고 왔습니다. 듣지 않고 읽기만 해도, 이건 시예요.

어리석은 니므롯

태양의 우화

<러브 라이브!> 시리즈도 제게 정말 많은 것을 줬어요. 사실 어린 시절의 저는 아이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 시리즈의 무인편을 처음 볼 때도, 제목만 보고 그냥 순정 럽코로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나왔던 “아이돌이란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라는 대사가 진짜 너무 세게 박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돌 좋아해요. 지금까지도 이 시리즈는 최신작까지 따라가면서 덕질하고 있습니다. 판타지와 현실 사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다수의 캐릭터를 어떻게 각본에서 다루어내는가 하는 부분은 이 시리즈에서 많이 배웠어요.

그 외에 꼭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은 작품들은…
<판의 미로>, 기예르모 델 토로
<해수의 아이>, 와타나베 아유무
<아이의 노랫소리를 들려줘>, 요시우라 야스히로
<태평양 횡단 특급>, 듀나

개인적으로 <해수의 아이>는 사상적인 동질감을 느꼈던 작품이라, 소중합니다.

 

  2. 내 글의 지향점

뭔가를 지향하기보다는 써야지 살아가는 것 같아요. 거창한 의미를 품고서 하는 말은 아니에요. 저도 문예창작을 전공 중이지만, 꼭 상업적으로 데뷔를 해서 작가가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물론 목표로 하고 있고, 큰 꿈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그런 것이 없었더라도 글은 썼을 것 같아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 저는 스스로를 많이 부정하기도 긍정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살아낼 만한 가치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지향도 amazarashi와 아키타상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내가 세운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

도달은 못한 것 같아요.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업 데뷔 하고 싶고, 언젠가는 단편집 내보고 싶고, 무엇보다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아직은 더 살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4. 글이 안 써질 때 나만의 방법

안 써질 때는 진짜 안 써지더라고요. 사실 소설이 안 써질 때 시로 도망칩니다(…). 그러다가 시도 잘 안 써지면 옛날 글들을 들춰봐요. 사실 꽤 마음에 드는 문장으로 적혀진 소설 서두가 여러 개 있는데, 다시 읽다보면 완성을 못한 이유가 있구나 싶기도 하고, 가끔은 그것을 토대로 지금 쓰는 글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사실 글을 한창 쓸 때는 남의 글을 볼 생각도 못하기 때문에, 안 써질 때 남의 글도 좀 읽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거나 온라인 게임 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최근 2024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을 빈지노의 <NOWITZKI>가 수상했는데(앨범 좋아요! 엄청 들었습니다), 해당 평론에 좋은 문장이 있더라고요.

“7년 만의 새 앨범. 그 시간 동안 빈지노는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을 했다. 이는 한 연예인의 가십이 아니라 한 예술가의 축적된 시간을 의미한다.”

결국 살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축적된 시간, 경험한 삶 속에서 지향하는 글이 나올 때까지 살아봐야 하는 거겠죠. 그렇게 적으면서도, 저도 또 글이 잘 안 써져서 이런 문답으로 환기해보는 중이지만요.

조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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