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문 4답] 부끄럽습니다만…
1. 내 글에 영향을 준 창작물
전 주로 추리소설을 쓴다고 주변에 말하고는 있습니다만…
사실 십 년쯤 전까지 추리소설을 거의 안 읽었어요. 어렸을 때 홈스 시리즈나 애거서 크리스티 몇 권 읽은 게 전부였고, 추리소설에 크게 재미는 못 느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어떤 계기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우연히)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 교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을 연달아 읽게 되었고, 그 후로 본격 추리소설에 푹 빠졌습니다.
이 네 편의 소설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라고 꼽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은 분명합니다. 이후 저는 ‘이게 실제로 가능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억지 트릭(…)이 사용된 소설을 보면 기절할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으니까요.
2. 내 글의 지향점
“나에게 있어 추리소설이란 단지 지적(知的)인 놀이의 하나일 뿐이야. 소설이라는 형식을 사용한 독자 대 명탐정, 독자 대 작가의 자극적인 논리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러므로 한때 일본을 풍미했던 ‘사회파’ 식의 리얼리즘은 이젠 고리타분해. 원룸 아파트에서 아가씨가 살해된다, 형사는 발이 닳도록 용의자를 추적한다, 드디어 형사는 아가씨의 회사 상사를 체포한다, 이런 이야기는 좀 그만두었으면 좋겠어. 뇌물과 정계의 내막과 현대사회의 왜곡이 낳은 비극 따위는 이제 보기도 싫어. 시대 착오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역시 미스터리에 걸맞은 것은 명탐정, 대저택, 괴이한 사람들, 피비린내나는 참극, 불가능 범죄의 실현, 깜짝 놀랄 트릭……, 이런 가공의 이야기가 좋아. 요컨대 그 세계 속에서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거지. 단, 지적으로 말씀이야.”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양억관 옮김, 한스미디어 출간, ‘십각관의 살인’ 중에서>
이 내용이 제 글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3. 내가 세운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
전혀 도달 못했습니다. 일단 목표 하나는 <깜짝 놀랄 서술 트릭을 쓴다.>이고 다른 하나는 <‘~ 시리즈’라고 묶을 수 있는 시리즈물을 쓴다.>인데 둘 다 시도도 못 했어요.
아니, 사실 몇 가지 아이디어는 짜 봤는데 그냥 꽉 막힌 상태입니다. 흑흑.
4. 글이 안 써질 때 나만의 방법
그냥 안 씁니다. 평생 글 한 자 안 써본 것처럼 탱자탱자 놉니다. 그러다 보니 게으른 성격과 결합하여 아무런 성과도 없이 시간만 흘러가네요. 채찍으로 등을 좀 얻어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는지… 그래도 이렇게 여기에 글을 쓰다 보니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좀 듭니다. 내일은 한글 파일을 열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