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분류: 수다, , 23년 7월, 댓글4, 읽음: 92
시인이 망할 수 있을까? 유리문에 차압딱지가 붙은 치킨집 앞을 함께 지나가다 너는, 소설은 망하잖아. 소설가도 망하고. 그러니 시인도 망할까? 라며 망한 소설가 친구에게 독백한다.
너의 그 망한 소설가 친구는 네게 귀 기울인다. (또 시작이란 표정으로)
시인이 망할 수 있을까?
너는 답이 정해진 질문을 되뇌고, 네 망한 소설가 친구는 할 수 없이 네가 듣고픈 말을 하지. 그렇겠지? 안 읽히는 시가 망한 시라면. 그렇게 망한 시인이 된 너는 네 망할 소설가 친구에게 눈을 야린다. 아니지. 맞지. 아니지, 맞지, 시는 망할 수 있어도 시인은 망하지 않아, 그건 인생이 망한다는 소리야. 그럼 인생이 망하지 않은 너의 인생이 망한 친구는, 그럼 망하는 소설가가 어딧냐, 짜증을 낸다.
불 꺼진 닭대가리 네온사인 아래에서, 인생이 망할 수 있나? 없나? 정말 없다고 생각하나? 망한 시인과 소설가는 한참을 빙글빙글 돌며 말하다가, 하지만 시는 망하지, 소설도 망하고. 그렇지 암. 결론을 내리곤 잃어버린 단골집을 대신할 아직 잊혀지지 않은 치킨집을 찾아 어깨동무하고 자리를 뜬다.
인생이 망할 수 있는 사람과 인생이 망할 수 없는 사람 이라는 제목으로 작년 언젠가 쓰고 잊었던 시를 찾았는데, 이젠 올릴 데도 없어서 그냥 수다글로 올려봐요.
요즘 제 상태가 별로인데, 그래도 브릿G에 재미있는 글 올려주시는 작가님들 덕에 잘 지냅니다. 항상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