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3문3답]에 참여해봅니다!
3문3답 문항
1. 글을 쓸 때 가장 공들이는 부분과 그 이유 (ex: 속도감, 반전, 캐릭터성, 배경설정, 세계관…)
-> 설명을 장황하게 펼쳐 관심을 이끌었다가, 마지막에 방향을 확 돌려서 읽으시는 분들이 조금 놀라실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도입 부분에서 다들 알고 계실법한 이야기나 현실에 있을법한 설명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모두 아실법한 이야기로 시작해 긴장을 풀어준 다음에 마지막에 엉뚱한 방향으로 확 돌려버리는거죠.
판타지나 SF쪽 이야기를 쓸때도 비슷하게 다들 알고 있을법한 소재를 사용해서 환기를 시킨 뒤에 마지막에 이걸 비틀어서 마지막에 여운을 남기려고 신경을 쓰고 있어요.
제가 쓰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짧은 엽편들이라, 이야기가 빨리 끝나서 담을 수 있는 내용이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분량에 맞게 이야기를 압축하다보니 이런 것에 신경을 쓰게 된거 같아요. 구술체나 대화로만 구성하는 형식도 그래서 사용하게 된거 같고요
이게 사실 어느게 먼저인지는 모르겠어요. 분량을 맞추기위해 저 방법을 신경쓰게 된건지, 그냥 짧은 이야기들을 쓰다보니 저도 모르게 저 방법을 터득한건지요.
세계관이나 캐릭터들은 가능하면 느슨하게 여지를 남겨두고 설정을 짜고 이야기를 만들고 있어요. 제가 쓰는 이야기들이 짧게는 원고지 2매가 안되는 엽편들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이 이야기들을 엮어서 하나의 세계관을 만드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거든요. 제가 집중력이 부족해서 큰 세계관을 한번에 짜기에는 힘든점도 있고요.
트위터에서는 한편의 이야기를 타래 형식으로 엮어서 만들고, 중간중간에 특정 트윗에 인용 리트윗 기능을 이용해 파생되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어요. 마치 하나의 가지에서 다른 가지들이 빠져나오듯이 말이죠. 어쩌면 브릿G의 스레드 소설과 비슷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트위터에서 썼던 이야기들을 브릿G에 옮겼던 소품집 ‘망상 인터뷰 모음집’에서는 글 안에 하이퍼링크를 통해서 인용 리트윗 기능을 재현해보려고 했었죠.
2. 내가 생각하는, 혹은 독자들이 말해준 내 글의 특징은? (ex: 문체가 대중적이다, 설정이 참신하다…)
-> 브릿G에 연재했던 ‘망상 인터뷰 기록집’ 인터뷰 중에 동물들이 하는 말을 번역해주는 통역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원래는 트위터에 먼저 올렸던 이야기인데, 난생처음 1만 리트윗을 넘었었죠. 그런데 인용 리트윗으로 ‘진짜인줄 알았네’ 하는 내용이 많이 달렸어요.
아마, 실제 동물어 통역기가 한동안 트위터에서 유행을 했었고, 제가 처음에 이야기한 부분도 제가 이야기를 쓴다는걸 잘 모르시는 분이 보면 판타지나 SF가 아니라 그 통역기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사실 트위터가 이야기를 올리는 플랫폼이 아니라 SNS인점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오해하실 수 있는 그런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싶은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창작물임을 명시하는 트윗을 넣으려고 했죠.
그래도 한편으로는 제 이야기가 사실처럼 보였다는 점에서 제가 앞에서 공들인다고 말씀드렸던 부분들이 잘 작동했다고 생각해서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음… 그리고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이 읽기 쉽다. 대화만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머리속에서 그려진다. 말씀해주기도 하셨서든요. 그게 제 이야기의 특징인거 같아요.
3. 나만의 작법이 있다면? (ex: 전개 방식~ 캐릭터 설정은~ …)
-> 아까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이 읽으면서 머리속으로 그려진다. 라고 말씀해주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정말 머릿속에 사람 몇명 앉혀두고 서로 대화시키면서 이야기를 써요. 어쩔때는 제가 소리내면서 말하면서 쓰기도 하죠. 물론 이런경우 주로 혼자 있을때만 하지만요.
그리고 이야기를 쓸 때, 가능하면 무조건 트위터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써요. 워드프로세서나 메모 어플리케이션도 있기는 하지만, 전 트위터가 가장 맞더라고요. 220자 정도의 제한을 둔 작은 페이지로 이야기를 쓰다보니, 불필요한 내용이나 장황한 문장을 축약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부족한 집중력을 몰아주는데 도움이 되어요.
혹시 워드프로세서가 실행되어있는 모니터에서 길을 잃어보신 적이 있으세요? 저는 굉장히 많아요. 23인치 모니터 가득 떠있는 하얀 바탕에 검은색 프롬프트가 깜빡이고 있으면, 제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도무지 가늠하기가 어렵거든요. 하지만 트위터는 그렇지 않죠. 작은 화면에 시작과 끝이 한번에 보이니까요.
다만 단점이 없는건 아니에요.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그 내용을 빠르게 트위터로 옮겨 적다보면, 가끔 했던말을 또 하기도 하고, 앞뒤가 안맞기도 하고, 말로 들을때는 괜찮아 보이지만 쓰고 나면 문법이 엉망인 비문이 되기도 하니까요.
거기다가 트위터는 이런 문제들을 수정하는데 최악의 플랫폼이에요. 우선 올리면 수정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지웠다가 다시 쓸수는 있는데, 만약 타래의 중간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쓰는게 나을 정도로 대공사로 이어질 수 있고 그래요. 그런데 만약 다른 사람이 리트윗을 했다? 그러면 공사는 물건너간거죠. 그냥 메모 앱에다가 “야, 거기 니 오타냈어. 나중에 브릿G로 옮길때 수정해.” 라고 해놓는 수밖에 없어요.
사실 이것 때문에 트위터 블루 구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뒤에 트위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바라보며, 구독하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했죠…
+추가문항(하셔도 되고 안 하셔도 됩니다.) : 내 개성과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글 하나
-> 음… 얼마전에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연재하던 소품집이 출간 작업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그 작품을 비공개로 돌려야 했거든요. 그래서 그 작품을 지금 소개해드리기는 어려울거 같아요. 혹시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신다면 출간되는 단편집을 봐주신다면 저는 무척 감사할것 같습니다.(지금은 텀블벅에서 펀딩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도… 따로 올린 단편이나 엽편 중에 올린 것들 중에 제가 말씀드린 특징이 잘 살아있는 거라면… 최근에 올린 ‘6월, 6시, 6시 15분’ 하고,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렇게 두편을 소개해드릴 수 있을거 같아요.
‘6월, 6시, 6시 15분’은 트위터에 올린 이야기는 아니지만(브릿G 소일장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제가 쓰는 스타일을 이용해서 썼거든요. 혼잣말로 독백하는 주인공, 어디선가 들어본법한 이야기와 설명, 마지막에 살짝 뒤틀어보는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잘 썼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나름 쓰고 만족한 이야기입니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는 트위터에 올렸던 이야기예요. 그래서 트위터에 쓰는 스타일을 그대로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물론, 브릿G에는 인용 리트윗 기능은 없으니까, 구분선을 통해서 인용 리트윗으로 뻗어나온 이야기들을 구분했고요.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한 이야기라 가볍게 보시기에는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사실… 제가 집중력이 부족하다보니까 책을 그렇게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 한번 읽는데 굉장한 힘이 들거든요. 그래서 제 이야기들은 만화나 게임 텍스트, 회사 계획서 보고서(…)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전문적인 작법의 공부는 생각도 못해봤고요. 그래서 소설의 느낌과는 다소 다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동안 이런 스타일에 많이 컴플렉스랄까? 그런걸 느꼈거든요. 나는 제대로된 소설을 쓰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느낌이었고 제 이런 특징을 지워버리고도 싶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제가 좋아서 쓰는 이야기잖아요? 제가 자신있어하는 이야기고, 또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렇다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조금 더 공부하고 연구하면 이 작법 스타일도 더 극대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후… 여기까지입니다. 막상 쓰고 보니 제대로 쓴건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제가 어떻게 이야기를 쓰는가에 대해서 한번 복습하면서 정리하는 시간이 된거 같아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모쪼록 브릿G에서 활동하시는 모든 작가님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극대화해서 멋진 작품을 쓰실 수 있도록 기원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