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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신간이 나왔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룬 꿈 (feat. 브릿G)

분류: 수다, 글쓴이: 후안, 23년 7월, 댓글28, 읽음: 164

안녕하세요! 후안입니다.

 

개인사라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제 경험이 소설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싶어 글을 남겨봅니다. (신간 소개는 덤;;)

 

예전에도 자게에 글을 남긴 적이 있는데, 저는 그냥 이야기 만드는 게 재밌어서 글에 대해 아무것도 배운 것 없이 인터넷 카페 괴담 위주로 활동하다가 운 좋게 2006년 데뷔를 했습니다. 황금가지가 큰 도전을 했는데, 바로 당시 공짜로 보는 글이라 취급받던 마이너 중에 마이너인 호러 장르를 무려 작품집으로 출간한 거죠. 다들 성공할까 걱정했지만 그 결과물의 시작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참여작 감옥.]은 무려 5쇄까지 가는 기염을 토했어요. 당시 영화 잡지에서 인터뷰도 하고 반응이 엄청났어요. (신고 먹어서 19금 판정 받기 전까지… 당시 시대 배경에는 어쩔 수 없었죠 ㅠㅠ)

 

저는 고무되어 막 빛나는 미래를 상상하게 됐어요. 이제 시작이다. 종이책 데뷔를 했으니(공저이지만) 앞으로 죽죽 꽃길이 기다릴 거야! 그런데 내 맘과는 다르게 현실을 자각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분량이 길어지니까 그 흐름을 모르니 필력도 가뜩이나 딸리는 데 왜 안되지 하는 자괴감이 들고. 글쓰기를 독학했다 보니 타인의 글들과 비교도 하며 자책하고. 그게 계속 쌓여 안 좋은 감정이 속에서 뭉치더라고요. 결국 한공단 2권은 패스하고, 다음 작품집인 [한공단3 – 나의 식인 룸메이트 – 참여작 스트레스 해소법.]에 참여할 단편을 계획하고 올인했죠. 분량은 단편이지만 무려 반 년 걸렸고 수정 또한 8차를 거쳤으며 온갖 피드백을 들으며 작품을 수십 번 뒤집어엎고는 했어요. 다행히 통과되고 반응도 좋았고 제 자신에게 만족했어요. 이겨냈어. 할 수 있잖아. 이제 다시 꽃길이야. 그게 2008년입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의지가 무너졌어요.

 

글을 못 쓰겠더라고요. 약간 전에 에너지를 다 소모한 거도 있는데, 돌이켜보니 그냥 제가 한심한 거예요. 나 재능은 있나? 이런 필력으로 작가라고 명함 내밀 수 있나? 다른 사람들 다 나보다 글 잘 쓰는데 뭘 믿고 설쳐? 이런 생각들이 너무 몰려 속에서 터졌어요. 그동안 쌓였던 우울한 감정들이 폭발한 거죠.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요. 습작은 계속했었지만 큰 기대 없이 그냥 예전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나 들려주고 그러자. 꽃길은 없어. 이런 심정으로요.

 

그렇게 일반인으로 살다가, 브릿G 오픈 메일을 받았어요. 2017년이죠. 아무 생각없이 평소 썼던 작품을 올렸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 별생각 없이 방문하니, 제 단편에 반응이 죽 달린 거예요. 당시 올렸던 작품은 KBS 에서 [이야기 발전소] 라고 창작자들 작품을 소개해 주는 방송에 나간 적이 있는 단편이었고, 작품 공개는 2008년경이라 꽤 오래된 작품이고 큰 기대 없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놀랐고, 심지어 제가 데뷔했던 한공단 후속 작품집에 실리게 됐어요!  [한공단7-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 참여작 고속버스.] 그리고 2008년과 2017년 사이의 공백, 9년의 시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예전의 저와 나이를 먹은 저는 경험과 생각이 달랐죠. 그렇게 다시 시작해볼까? 이 도전을 브릿G가 도와준거죠! 이미 펜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복귀한 저뿐만이 아니라 브릿G로 데뷔해서 작가가 되신 분들이 참 많아요. 일단 단편으로 시작하는 작가님들에게는 브릿G가 너무 고마운 플랫폼이죠. 결국 브릿G의 은혜를 입어 복귀한 저는 예전의 꿈을 되찾으며 하나하나 그 길을 다시 걸어갈 수 있었답니다. 작가 프로젝트와 단편 공모전을 거쳐 제가 글을 쓰면서 이루고자 했던 버킷 리스트를 하나하나 완성할 수 있게 해준 든든한 친구랄까요?

 

그래서 항상 고마워 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의 안식처’는 황금가지와 브릿G며, 언제나 첫 단편 공개는 브릿G로 정했어요. 무료 작품들을 그냥 공개하는 것은 작가들에게 큰 의미입니다. 창작에 대한 대가 없이 독자님들께 그냥 보여주는 거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첫 작품집은 황금가지에서 나올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도 실망하지 않아요. 제가 글을 다시 쓰도록 손을 내밀어 준 그 상황이 고마우니까요. 제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준것은, 바로 브릿G입니다. ‘고속버스’가 별 반응이 없고 브릿G가 계약을 안 했다면 전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갔겠죠. 꿈을 버리고. 그걸 다시 희미하게나마 잡아준 거예요.

 

글을 시작한지 참 오래됐네요. 2006년 데뷔이니 지금까지 17년이 지났어요. 물론 중간에 9년을 쉬긴 했지만 결국 제 2의 인생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저는 2017년 브릿G의 초대 메일을 받았을 때가 제2의 시작이라 봅니다. 꿈은 결국 이루어집니다. 제 이름이 단독으로 들어간, 저만의 장편소설도 공개했고요.

 

홍보라기 보다는 넋두리지만 ㅋㅋㅋ 일단 링크는 남길게요.

https://naver.me/5WB0LajW

 

소설가로 자신의 작품이 책으로 나온다는 거, 참으로 어렵고 험하지만, 그 기회가 정말 몇 년 걸려 이뤄질 수도 있답니다. 브릿G가 아니었으면 저는 이정도의 결과물을 내지 못했겠죠. 17년 걸렸어요. 모두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적어도 소설가가 꿈이라면 항상 쓰고 도전하세요. 미래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다시 글을 쓰게 만들어 준 황금가지와 브릿G에 감사를 표합니다. :)

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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