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겁먹은 건가..
눈에 보이는 문제점들.
첫 번째 작품은 만들 때부터 계속 아차 싶었다.
난 이런 색깔이 아닌데.. 난 이런 장면은 안넣는데.. 난 이런 대사는 안치는데.. 난 이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닌데..
내가 잘 살릴 수 있는 특기는 하나도 살리지 못한 괴작이었고 졸작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 브릿지에 가입하기 1년 전이었던 나는 뭐가 그렇게 급했던지 그냥 원고투고를 하였고 그 결과 당연하듯 거절당하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내가 어째서 그딴 작품을 투고했는지 후회했고 지금 봐도 그 작품은 그저 증오스러울 뿐인 흑역사다.
두 번째 작품을 만들었다. 근데 가식적이라는 느낌이 만드는 도중에 내 목을 조였고 토가 나올 뻔했다.
난 이렇게 무작정 현실을 긍정하는 캐릭터는 안만드는데.. 그나저나 문장 참 한숨 나오게 적었네.. ‘~는 ~고 ~며 ~여서 ~이다’ 쯧.. 이렇게 벽돌체로 적어 놓으면 멀쩡한 사람도 난독 오겠다.
참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복잡한 글을 다 만들고 그걸 명작이라 생각한 당시의 나는 그걸 브릿지에 연재하는 인생 최대의 시련을 달성해내였고..
그 결과 히비오르에 플래티넘 트로피 달성이라고 뜰 정도의 실수를 해버렸다.
그렇게 무수한 반성에 반성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을 오래동안 가졌고 내가 가진 장점들과 단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난 글을 못쓴다. 진짜 자진모리 휘모리 엇중모리로 가지가지 하는 필력은 세상 그 무엇보다 똥이었다.
멀쩡한 뇌도 난독오게 하고 작가가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의 마구잡이 엉망진창 난리부르스 소란 요란 떨기 글이다.
이유는 단순히 문장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주제에 글을 쓴다고 펜을 잡은 게 문제.
처음부터 맞춤법도 모르는 주제에 단어는 무슨 문장을 잘 적어낼 수 있었을까.
근데 장점은 있었다. 오히려 정법에 어긋난 나만의 방식이 개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다.
난 남들처럼 보통의 글을 쓰지는 못한다. 창의적이지만 망작은 잘 쓴다. 하지만 열심히 연구해서 남들의 발끝이라도 따라갈 정도의 기본 지식이 쌓였다면
난 남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는 것이고 남들이 거북하지 않을 선에서 색다름을 선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만의 필력을 만들어 갔다. 이것이 내가 받아들인 현실이다.
그리고 모래시계의 태엽은 처음으로 역겹지 않은 작품으로 태어나주었다.
참으로 감사하지만.. 솔직히 무섭다. 쫄아버린 것 같다. 두 번의 실패와 너무나도 분명한 패인이 망설임을 가증시켰고 내가 이것도 잘한 것인지 의심만이 가기 시작한다.
이전에 만들었던 쓰레기 3작에 비해서 정말 많이 진보하였다. 구더기가 당연 파리의 날개를 펼치고 땅에 떨어져야 하는 운명이었지만 성장이라는 신이 주신 축복에 의해 나비가 된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은 무섭다. 솔직히 후속작 로드맵 미완성인데 원고투고 하기 무서워서 그냥 엮어 만든다고 큰소리쳤다.
작품이 완결나서 쉬고싶지만 진짜 쫄린다.
나.. 성장한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