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 트루 디텍티브 ~시즌 3
트루 디텍티브 (True Detective) / 시즌 3 / 2019
HBO의 간판 드라마. 시즌 1때부터 눈여겨봤던 드라마로 시즌 2에서 약간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즌 3에서 명예를 회복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2도 재밌게 봤었기에, 이번에도 기대하고 보았지만 실컷 기대해놓고 막상 볼 때는 건성으로 띄엄띄엄 보았다. 그래도 완주했으니 경사로세.
트루 디텍티브도 세 번째 시즌이나 되었으니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을 만한 구조가 생겼는데, 바로 작품이 다양한 시점에서 전개가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시즌은 두 형사의 과거 수사 일지를 듣는 형식으로, 형사들의 기억 속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었고, 두 번째 시즌은 세 형사와 한 거물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 이번 시즌 3은 한 형사의 젊은 시절(70년대) 그리고 거기서 한 5 ~ 10년쯤 지난 시기, 그리고 거의 다 늙어 기억상실을 앓는 현재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시즌은 남부 고딕과 컬트 호러적 요소를 섞어 맛을 냈고, 시즌 2는 마찬가지고 ‘절어있는’ 남부의 경찰들을 다루었다면, 시즌 3도 역시 남부, 한 마을에 벌어진 두 아이의 살인/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들을 다룬다.
어느 정도 스포일러가 있다. 시즌 3의 진상은 의외로 별 거 없다는 것이다. 시즌 3은 잡히지 않는 진실을 몇십 년이 지나서까지 고집스럽게 좇는 한 형사의 고독한 싸움을 보여준다. 진실은 거기에 비하면 너무나도 어이없다. 그 때문에 어떤 감상자들은 ‘겨우 이딴 거 보려고 내가 8회분까지 봤나’하고 화를 낼 수도 있다. 솔직히 이해한다.
시즌 3의 감상 포인트는 사건의 진상에 있지 않다. 고작 그 단순한 진실 때문에 얼마나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어야 했나? 그 고통은 과거 미국 남부의 어떤 면을 드러내는가? 이를 활용해 시즌 3은 시대상을 다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디언 참전용사에 대한 차별, 흑인에 대한 차별, 꽉 막힌 경찰 행정과 ‘그때 그 시절’ 비리와 폭력.
시즌 3은 어떤 사건으로 말미암은 그 이후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것이지, 그 사건의 진상을 캐물으려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후더닛, 와이더닛을 묻는 것보다 훨씬 유독하고 다층적인 작업이지만, 한 번 해봄직한 이야기다.
과거의 상처를 수습하고 치유하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물론 우리의 시즌 3은 거기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즌 3은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았고 더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암시를 숨겨놓고 끝난다. 그것은 열린 결말이고, 사실 과대망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허나,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만은 없다. 상처를 주는 과거는 어쩌면 별 것 아닌 일일 수 있고, 거기에 대한 집착을 그만두고 앞으로 더 좋은 순간을 기억하는 데 전념하자.
시즌 3은 굉장히 행복하게 끝났기 때문에, 이대로 트루 디텍티브를 끝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HBO가 간판 드라마를 이대로 내버려둘리 없으니, 시즌 4를 기대해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