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래님을 기다리며
예전부터 리뷰를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한 작품을 고를 수가 없어서 자게에서 추천을 해 봅니다. 아마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지만, 위래 님 작품들입니다.
천가을 님이 일부 작품을 추천해 주신 적이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짚어서 다시 한 번 소개 드리고 싶네요. 일단 글이 다 재미있고,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저는 현실에 판타지를 능청스럽게 슬쩍 끼워넣는 솜씨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한 아가씨가 자기 키보다 큰 눈덩이를 굴리고 갑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사람들이 즐겁게 하나둘씩 말려듭니다. 쓸데 없는 짓 하지 말라고 발끈하는 사람이 없어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광경이죠.
다른 사람과 2mm 이상 닿지 못하는 소녀. 소년은 왜 그런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습니다. 그저 그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요소가 제시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마음이 열려있다는 건 공통점이네요. 그로 인해 글이 따뜻해집니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마구 지하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같이 타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당황하지 않아요. 그 무덤덤함 자체로 유쾌하고, 글의 주제와 은근히 연결되기도 합니다.
비현실적인 설정은 없지만, 둘이 나누는 대화가 약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해야 하나요. 잔잔하고 따뜻합니다. 사실 이 글의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흉내를 내 본 것이 얼마 전에 제가 올렸던 엽편입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가 잘렸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물론 당사자도 별로 개의치 않아요. 머리가 잘렸는데도요. 그게 이 글의 주제입니다. 따뜻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판타지적 설정과 주제가 결합하는 부분이 너무 절묘해서 좋아하는 글입니다.
판타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사랑스럽고, 좋습니다.
이 글 역시 판타지가 아니지만 톡톡튀는 캐릭터와 긴장감 있는 전개, 즐거운 결말때문에 기분 좋게 읽어집니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데도 느긋한 주인공들이 다른 글들과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이 두 글을 빼 놓을 수 없겠죠.
덤벙대는 헛똑똑이 박사와 시니컬하면서도 챙겨주는 조수의 콤비가 너무나도 유쾌합니다. “걷어차고 싶을 정도로 화사한 미소였다.” 라는 문장 하나로 둘의 캐릭터를 설명해 버리는 작가님의 표현력도 놀랍고요. 정말, 이 시리즈 연재로 계속 내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고 싶습니다.
이 분의 글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천연덕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상황”이 판타지적인 설정이든, 장애물이든, 서로 다름이든, 아니면 위기든 상관없이 등장 인물들은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을 인정하는 동시에, 꿋꿋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고 나아갑니다. 아마도 스스로의 단단함에서 비롯되었을 그런 천연덕스러움이 무한대에 가까운 포용력과 따뜻함을 만들어 냅니다.
너무 많은 글들을 링크해서 누를 끼친 건 아닌가 조심스럽지만, 3월에 마지막 글을 올리시고 돌아오지 않는 작가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추천글을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