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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코와 리타’를 보고 나서..

글쓴이: ina, 17년 5월, 댓글2, 읽음: 64

사실 저는 글도 좋아하지만 영화를 좀 더 좋아하는데, 치코와 리타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영화평을 써봤습니다.

단지 영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거 같아서 올려봅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어떤 사람은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라고 평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감동적으로 몰입해서 본다.

그렇다면 뻔하고 진부하다는 것은 뭘까?

 

같은 스토리인데 사람마다 평이 극과 극으로 느끼는 것은 결국. 영화를 보는 사람이 영화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얼마나 몰입하고 공감을 하고 있는가로 정해진다.

몰입은 그 주인공의 일이 마치 나에게 벌어지는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와 닿을 때 일어난다. 어떻게 저런 안타까운 상황이 있냐며 슬퍼하기도 하고 기쁜 상황에 나도 같이 웃으며 기뻐하는 경험을 통해 영화를 보고 나서 시간이 지나도 과거에 그 세계에 다녀온 것 같은 아련한 추억이 남아있는 것이다.

반면 몰입을 하지 못하는 상태는 영화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데도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말도 안 된다’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영화 밖에서 말 그대로 흘러나오는 영상을 관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영화 안에서 무슨 짓을 하든 말든 별 관심이 없는 상태가 전혀 몰입되지 않는 상태이며 그나마 쟤들 뭐 때문에 싸우고 있지 하고 관심 있게끔 볼 수 있다면 그나마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정도로는 선방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사람마다 몰입의 차이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나는 그것을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이 생각이 변할 수도 있으니 현재의 내 생각이라고 한다.)

현실을 열심히 살아오고 본인의 감정에 충실히 살아온 사람들은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왔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눈물을 펑펑 흘릴 만큼 슬픈 일도 있었고, 원치 않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나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지 않아 끊어내야만 하는 일, 내가 좋아하지 않음에도 거절하지 못해서 그 사람과 함께 있었어야만 하는 일, 이루어질 수 없는 누군가를 오랫동안 혼자 좋아했던 가슴 아픈 일과 같이 수없이 많고 다양한 일들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그 일들은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기 때문에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현실 그 자체의 일이었다.

그런 일들이 영화 안에서 일어나는데 그 영화에 현실성이 없을 수가 없다. 내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는데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남 일처럼 치부할 수 없다. 영화 속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유사한 일이 과거의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에, 내가 겪었던 과거의 안타까운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주인공의 감정이 너무 잘 이해가 되는 순간 영화 자체에 대한 몰입이 일어난다. 그래서 주인공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겪었던 일들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영화를 봐도 뻔하고 진부하다라고 느끼는 사람과 펑펑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차이가 생기는 게 아닐까?

그래서 깊이 공감하면서 몰입했던 영화는 주인공들과 내가 감정적으로 이어져 있었다는 연결된 느낌과 함께 한때의 기억을 공유했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나도 한때의 추억처럼 영화 안의 장면과 감정이 생생하고, 그 장소와 그때의 노래와 그때의 감정을 공유했기 때문에 영화는 나에게 남다른 추억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취향의 영화를 좋아하고 나와 같은 기분을 느껴주는 사람과 함께 영화 보는 것을 행복해하는 것 같다. 누군가와 같은 감정을 함께 공유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그 대상이 영화여도 소중한 사람이어도 참 행복한 일이다.

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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