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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새벽 수다

분류: 수다, 글쓴이: 후안, 17년 5월, 댓글6, 읽음: 86

아 새벽아닌가요? ㅋㅋㅋ 글 하나 쓰고 있습니다. 사실 요 며칠간 통 고객이 없어서 하루죙일 멀뚱히 서서 휴대폰만 만지작 거렸는디요… 갑자기 떠오른 소재와 (오호라 ) 어 이거 재밌겠는데 하는 자아도취의 감정과 함께 (그래 이게 바로 유레카지) 그동안 자게에 집중하느라 글을 올리지 않던 불찰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응? 인형괴담은?) 제 기반인 정 통 호 러 소설을 쓰고 있어요.

모 님이 얘기하기를, 제 글을 보면 아 이거 즐기면서 쓰는구나, 아 이거 억지로 쓰는구나 뻔히 보인다네요. 사실 그 동안 부계정으로만 글을 올리고, 제 정식 루트로는 신작을 쓴 적이 없습니다. 다 예전에 썼던 작품들이 태반이에요. (부계정으로 신작들을 올렸지만 태반이 병맛 위주라 별개) 그래서 야 너의 정체성을 파악해. 너는 병맛보단 호러가 어울려 라는 내 안의 붉은 마귀의 외침에 제대로 된 무서운 글을 쓰고자 며칠전부터 집필을 시작했고 엄청 힘들게 쓰고 있습니다.

쓰면서 느끼는 건데 너는 뭐를 가장 잘써? 하고 되묻게 되네요. 너는 뭐가 자신있어?

이건 내가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글을 봐주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죠. 저는 액션을 잘해라고 생각했지만, 글의 반응이나 기타 등등을 보면 또 아닌 것 같고, 영화적인 연출 좋잖아? 하고 반문하면 또 이상해요. 글을 쓰는거지 영화를 찍는 건 아니잖아요? 모 작가님이 제게 말하기를, 현실에서 있을 법 한 공포를 잘 건드립니다 라는 말이 제 뇌리에 박혔어요.

그래 나는, 있을 수 없는 공포보다 있을 수 있는 공포에 강한 거야.

그 동안 연출 하듯이 글을 썼다면, 이번에는 한 번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공포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만약 이 작품이 잘 뽑힌다면, 저도 나름 뭔가 하나의 선을 넘을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그래도 영화적 연출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제 글의 특징이 바로 그건데)

작품을 기대하며 쓰기는 오랜만입니다. 사실 제가 운좋게 수록 출간했었던 한공단 1권의 [감옥]이나, 한공단 3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기대하고 쓴 게 아니에요. 감옥은 그냥 괴담류의 확장이었고, 스트레스 해소법은 다 포기하고 던진 마지막 공이 스트라이크로 꽂힌 거니까요. 모처럼 기대되는 작품을 쓰고 있다는 것에 기쁨과 힘듬이 교차하네요. 정말 잘 쓰고 싶고, 잘 뽑아보고 싶습니다.

글을 쓰며 나만 만족하는 것이 아닌 이거 한 번 봐줄래요? 하고 자신있게 들이밀 수 있는 소설을 쓰는 거는 오랜만이라 뭔가 굉장히 긴장되고, 떨리네요. 이런 감정을 느낀게 얼마만인가 하고 돌아보게 됩니다.

뭔가 거창하게 얘기가 흘러갔는데 작품이 별로면 이거 아주 웃긴 상황이 될거 같아서 그만할게요 (안 돼 자신감을 유지해!)

 

병맛 글들은 계속 올릴겁니다. (내일 m님을 만나고 난 뒤, 강남역 살인마에 대한 병맛 괴담 구상중에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공포 소설만 쓴다고 작가 개념이나 사상을 오해하지 마세요. 혹시 몰라 하는 이야긴데, 이 사람 뭔가 정신 세계가 또라이 아냐 하는 분들 있으실 것 같아서 ㅋㅋ 나름 사회 생활 열심히 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저는 잔인한 것도 잘 못보고, 공포 영화 보다가 무서우면 소리 줄여버리고, 신체 훼손 장면이 나오면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는 여린 남자랍니다.

그냥 새벽 수다였어요. 편히 주무세요!

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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