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글쓰기
요즘 영화를 자주 봅니다. 왓챠나 imdb, 로튼토마토, 메타크리틱 이용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던 터라, 아마 올해 들어서 본 영화 수가 그 이전 평생 본 영화 수만큼 되지 않을까 싶네요.
본업이 글을 쓰는 거라 영화를 재밌게는 보지만, 한편으론 영화를 보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때가 있어요. 소설의 경우 한 사람이 평생 볼 만큼의 작품이 비축되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신간을 읽을 이유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런 시점에서 먹고 사는 데에 큰 도움이 안 되는 영화관람을 계속 해도 되는 걸까 싶을 때도 있어요. 그걸 확연히 느낀 게 맨인더다크를 보면서 였어요. 맨인더다크의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썼을 경우, 영화버전 만큼의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는 엄청난 필력이 있어야겠죠. 그 정도 필력이면 맨인더다크의 소재를 굳이 쓸 필요가 없습니다. 더 좋은 소재를 찾는 게 이득이니까요.
다소 장황해진 감이 있는데, 영화를 보는 것이 무용하다는 입장을 펼치는 건 아닙니다.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의 작법이 있고, 그걸 소설에 적용하기란 지난하다는 생각을 풀어본 거에요. 이벤트를 보게 돼서, 자유게시판에 뭐 하나 글을 써야할 입장에 처했거든요. 이왕 쓰는 거 뻘글보다는 약간이나마 내용이 있는 걸로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요.
여기에 더해, 이번 작가 프로젝트의 주제가 공포 인 만큼 이 주제에 대해서는 더 파고들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호러무비가 호러소설보다는 더 대중적이니까요. 호러소설은 읽은 게 별로 없습니다. 클라이브 바커, 스티븐 킹, 브램 스토커나 공포 단편집에 실린 여러 작가들의 글… 적어도 한국에서는 호러소설의 경쟁력이 약한 편이죠. 그에 반해 호러영화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봅니다. 재밌는 거, 무서운 거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고, 공급이 꽤 많이 된 편이에요. 실제로 소설을 읽을 때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게 더 공포를 느끼기 쉽고요. 그치만 영화적 작법은 소설에 써먹기가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