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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흔이님과 후안님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2

분류: 수다, 글쓴이: 후안, 17년 4월, 댓글5, 읽음: 83

“상식이는 이 너굴맨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고!”

그가 막 방문을 나서려 할 때 예상치도 못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 프사의 남자는 환청을 들었거니 했다. 왜냐면, 이 집에는 고양이 프사의 남자와 그의 애묘, 둘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오한이 밀려왔다. 등골이 서늘했다. 배고프남은 굳어버린 채 그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고개를 돌리면 무언가가 자신을, 덮치고 말 거라는 무시무시한 두려움이 그를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상식아. 제발. 도와 줘. 너의 애교가 필요해. 입양한 지 일주일이 채 안된 상식이는 배고프남(가 고픈 양이 사의 자의 줄임말) 에게는 두 번째 아이였다. 첫째인 ‘깜디’는 숨겨온 파이터 본능으로 배고프남의 손과 발을 상처투성이로 만들고 유유히 창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멍청한 집사 놈 같으니라는 경멸어린 눈빛과 함께. 이래서 검은 고양이는 안 돼 하고 생각했던 배고프남은, 두 번째 아이는 하얀 털의 페르시안 고양이를 들이기로 결심했었다. 깜디 이 나쁜 냥. 나쁜 냥! 하지만 상식이의 애교로 깜디와의 좋은 추억을 떠나보낼 수 있었는데 듣도 보도 못 한 너굴맨이라는 존재가 우리 상식이를 처리했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상식이는 갔어. 내가 보내줬어. 이 너굴맨이 처리……억!”

억? 배고프남은 이 억양에서 바뀌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뭔가에 공격당한 것이다!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배고프남이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니, 방금 전 만해도 그릇 안에서 자신을 유혹하던 탱글탱글 한 너굴맨의 면발이 공중으로 치솟는 게 보였다. 국물이 튀고, 면발이 승천한다.

그리고 그런 면발을 이리저리 갈기갈기 산산조각을 내고 있는 것은 바로, 깜디다!

“깜디야!”

배고프남의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말을 건다.

[집사. 넌 너무 멍청행. 식사란 자고로 이지가지 메뉴가 달라야 한당. 내가 잠깐 아팠다고 걱정돼서 계속 맛대가리 없는 병원 식만 먹이면, 아 날 생각해줘서 고마워 역시 넌 훌륭한 집사야 이럴 거라고 생각했냥! 유리나리(방광염 치료 사료) 병원 식은 너무 짜다냥! 그만 좀 먹여냥! 남자가 돼서 방광염 정도 걸려 볼 수도 있지 그걸 뭐가 그렇게 걱정 된다고 짜디짠 병원 식만 쳐먹이냥! 그래서 네게 경고했다냥! 왜 모르냥! 잠깐 반성하라고 자리를 비웠더니, 새로운 주인을 모시지 않나. 페르시안 족속은 곱게 자라기만 했지 세상 물정 모른단 말이다냥! 나같은 길냥 출신이 고생도 해보고 세상 살아갈 줄 안단 말이다냥! 걱정되서 와봤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냥!]

설마, 깜디가?

“건방진 고양이가……” 믿을 수가 없었다. 솟구쳐 흩날리던 너굴맨의 면발들이 순식간에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꼬불거리는 면발들이 서서히 하나의 형상을 만든다. 그건 바로, 작은 사람의 모습이다. 꼬물거리는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면발이 고개를 까닥거렸다.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둘 모두 내 손에 죽어라.”

[집사 조심냥! 저 미친 면발은 무공을 쓴다냥!]

배고프남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너굴맨이 두 손을 모아 앞으로 뻗었다. 팡! 그릇과, 국물이 튕겨나가며 거대한 하나의 용의 형상을 만들었다.

“생 수 오 백 장!”

라면 국물의 용이 그릇을 뒤집어쓰고 배고프남에게로 향했다. 지켜보던 깜디가 몸을 뒤틀며 하얀 발을 오므리더니, 굽어진 등을 펴며 특유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끼야아앙!]

폭신폭신 포동포동한 깜디의 육구에서 핑핑 하는 소리와 함께 하트모양의 핑크색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핑크색 하트 모양의 기운과, 용의 형상을 한 라면국물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네. 저도 뭔 짓을 하고 있는지………..

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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