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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T 관람하는 법(?)

분류: 영화, 글쓴이: 조나단, 20년 8월, 댓글3, 읽음: 75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 보셨나요? 반응들을 보니 호불호가 나뉘는 것 같더군요. 어떤 유명 평론가 분은 감독의 정신상태까지 의심하는 것 같고… 해서 저도 본 김에 개인적인 감상을 섞어 썰을 풀어봅니다.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이라면 참고하시라고요.

 

1.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놀란 감독의 작품 중 <메멘토> 이후 가장 신선했던 것 같아요. 

가장 좋았던 건 심플하고 명쾌한 시나리오예요. 감독은 아이디어에서부터 시나리오까지 6년여가 걸렸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응축된 느낌이더군요.

다만 다른 분들은 인버젼이나 테넷 같은 용어들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던데. 해서 잠깐 (어려운 용어는 빼고) 설명 드리면… <테넷>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정확하게(?) 양분된 영화예요. 

 

전반부는

주인공(이름 자체가 Protagonist더군요)이 ‘테넷’이라는 비밀단체에 들어가고, 미래에서 지령을 받아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당을 추적하는 과정이죠. 여기까진 캐쥬얼한(?) 007 분위기로 흘러가는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인버젼(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르는) 현상들을 목격해요. 당연히 궁금증이 일고… 이후 자신 때문에 총에 맞은 여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함께 인버전 게이트(? 회전문)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지요.

후반부는

과거로 간 주인공이 (전반부에서) 자신이 왔던 장소들을 다시 거치면서, 여주인공을 살리는 동시에, 과거로 온 상황을 역이용해서 악당을 잡을 방법을 모색해요.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앞에서 목격한 ‘인버전 현상’을 일으킨 주체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깨닫게 되죠.

구조적으로 아주 심플한 수미상관(?)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 시나리오가 차별적이고 멋진 건, 여타 ‘시간’을 소재로한 영화 클리셰들을 뛰어넘는다는 거예요. 일반적인 회귀물(?)이라면 과거로 온 주인공이 ‘어느 시점’에서 다시 순차적으로 진행되겠지만.

이 영화는 여주인공이 총에 맞는 순간부터, 역순으로 영화 초반 시점까지, 단계적으로 되돌아가요… 그러면서도 주인공의 목적(여주인공을 살리고 악당을 잡는)은 계속 앞으로! 진행되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간 걸까요, 아니면 자신의 타임라인 상 미래로 계속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거기에 영화 전반에 깔아놓은 밑밥들. 테넷이라는 단체의 실체는 뭐고, 누가 지휘하며 명령을 내리는 걸까요? 

 

‘인버전’이라는 소재를 최대한 활용한 멋진 하일라이트 시퀀스가 끝나고… 영화는 그 모든 걸 명쾌하게 설명해요. 조연인 닐(로버트 패틴슨)의 짧은 대사 하나로 말이죠. 

스포라 밝힐 순 없지만,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순간에 느껴지는 쾌감이 마음에 들어요. 

 

2

그 구조적 심플함만 파악하신다면, 그 다음부턴 놀란 특유의 거대한 영상을 즐기면 됩니다! 영화 초반의 대사 “이해하려고 하지 마, 그냥 느끼면 돼.”라는 설명처럼 말이죠.

예고편에서 나왔던 인버젼 액션들도 좋고, ‘10분이라는 작전 시간을, 미래와 과거 양쪽에서 협공하는’ 테넷 요원들의 하일라이트 시퀀스는 이질적이면서도 멋져요. 

이왕이면 커다란 화면으로 보시기를. 이를테면 아이맥스 같은.

 

 

덧. 캣 역할의 엘리자베스 데비키라는 여배우가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남자들을 능가하는 우월한 키와 명품 패션 감각도 멋지지만. 조연임에도 영화에서 분명한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멋진 캐릭터예요.

덧2. 주인공 역할의 존 데이비스 워싱턴은 덴젤 워싱턴의 아들이라네요… 허.

이상입니다. 영화 보시는데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즐감하세요.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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