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담을 공유합니다 2
밑에 유권조님 글 보고 용기를 내어 남겨봅니다.
사실 전부터 자유게시판에서 종종 저는 글을 못써요, 저는 아직 부족해요 이런 글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제 나름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이런 글 올리면 실례될 것 같아 (니 까짖게 뭔데 같은 ) 자중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배운 것을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될까 싶어 이 글을 남깁니다.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2004년 부터 글을 썼습니다. 막 군 제대하고 나서부터였는데, 고딩때 노트에 끼적이던 글들을 웹 에 올리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막 그때 유행하던 것이 엽기 공포 였는데, 제가 쓰는 괴담들이 인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콧대가 엄청 높아져 버렸습니다. 타칭 팬카페까지 존재했으니까요.
그런데 우연찮게 제 글 중 하나가 마음에 드니 연락바란다고 메일이 왔습니다. 그 메일을 통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유망 작가 모임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쟁쟁한 분 들이 많았습니다. 현재 브릿지에 장편 출간작을 연재하고 있는 분들도 상당 수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분들이 대표인 모임이었습니다. 당시 그 모임의 인원수가 6명 정도 였는데, 저는 일종의 막내, 게스트 작가의 형태로 인연을 이어 갔습니다.
당시가 2007년 경 됩니다. 그리고 저는 끊임없는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아 내가 지금 까지 쓴 글들은 전부, 엉망이구나 하는. 글 공부 하나 안하고 창작이나 문법에 무지했던 저로서는, 정말 내가 한심하고 한심하구나 하는 자괴감만 들어 위축 될 뿐이었습니다. 꼴에 인기 좀 끌었다고 위풍당당 하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초라했습니다.
그래서 작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는데,
뭔가 있어보이려는 문체와 글을 쓰려는 거였습니다.
대충 무슨 느낌인지 아실겁니다. 글을 쓰는 분들 다수의 잘못 된 선택 중 하나입니다.
거창한 묘사, 혹은 문체야말로 답이야 하는 생각은 버리셔야 합니다.
거의 1년을 거기에 꼴아박았습니다. 완전 삽질 한거죠. 계속되는 비평은 저를 더욱 위축하게 만들었고, 저는 글을 손에서 놓아야 되나 싶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단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재밌는 장면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 그 이상이하도 아닙니다. 와 이거 글로 쓰면 재밌겠다 그런거? 그런데 내심 남들과 비교하고 주눅이 들어, 자꾸 있지도 않은 품격이니 묘사니를 껍데기만 따라하며 포장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 와중에 그 모임의 수장인 000작가님이,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후안아. 너는 습작을 아무리 해도 안돼. 책 부터 읽는 게 먼저다. 아무리 지금 상태로 글을 써도 더는 발전하지 않는다. 일단 책을 읽어라. 글은 쓰지 말고.”
많이 쓰면 쓸수록 늘거라는 제 생각은 완전히 틀려먹었 던 거죠. 엄청 충격 먹었었어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도서관에서 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개인적인 부분이지만, 두가지입니다. 이 두가지야말로 정말 중요한 겁니다.
1. 각자의 개성이 있다.
2. 글에는 호흡이 있다.
1번은 일종의 필살기입니다. 그 작가만이 최고로 잘 표현하는 것. 어느 작가는 유려한 묘사, 어느 작가는 톡톡 튀는 대사, 어느 작가는 강렬한 액션. 그것은 내가 따라하려해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선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내가 무엇을 제일 잘 쓰는가 에 대한 답입니다.
2번은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장에는 호흡이 있습니다. 문장을 봤을때, 내가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호흡을 벗어나 길어져 버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해서 읽습니다. 그러면 흥미가 떨어집니다. 곱씹어서 다시 읽는 다기 보다는, 이해가 안 되서 다시 돌아보는 성격이라고 할까요?
제가 지금 남기는 이 글은, 순수하게 제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글입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하셔도 저는 아무 할 말 없습니다. 그냥 제 생각과 경험을 말씀드리는 것 뿐입니다. ^^;;
이 호흡을 공부하기 위해, 저는 무엇을 했냐면, 우습게도 작문의 방법을 알려주는 거창한 책들이 아닌 ‘기자가 기사를 잘 쓰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말 그대로 기사는 한 눈에 들어와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1번, 과연 내가 가장 잘 하는, 아니 가장 좋아하는 글 쓰기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 했습니다. 너 남들과 다르게 자신있게 쓸 수 있는 부분이 뭐야? 하고 물었을때, 자신있게 어 나 이거 하나는 잘 해 하고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고민 했습니다. 그렇게 그 부분을 찾았습니다.
모임 작가님 중 한 분이 제게 알려주셨거든요. (역시 브릿지에 장편을 연재하고 계시는 000작가님, 아니 형, 땡큐!)
그렇게 내 장점을 알게되니, 더는 누군가를 따라가고 혹은 남에게 보일 때 뭔가 있어보여야 된 다는 압박감과 자괴감을 벗어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좋은 글을 써서, 좋은 작품이 나오고, 좋은 반응을 보인 작품집에 수록했습니다. (아직도 저는 그 글이 제 인생 베스트 글이라 생각합니다.)
글이 꽤 길어졌네요. 이제부터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는 장르소설의 의의가, 재미라 믿습니다. 그리고 여기 브릿지 모든 분들은 그 재미 하나 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고수분들이십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수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 웹 사이트들 중에, 브릿지 만큼 탄탄한 곳 없습니다. 내 글은 왜 반응이 없지 고민 하지 마시고, 자신의 장점을 찾으세요. 그리고 그 장점을 찾았다면, 최대한 읽기 쉽게 표현하세요. 한번에 한 호흡에 문장이 들어와야 합니다. 너무 길면 쉼표를 쓰시면 됩니다. 쉼표의 의의가 이겁니다. 쉬었다 읽으라는.
저는 제 장점이 무언지 알고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호흡을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묘사와 문체는 부족하지만, 최소한, 저는 제 글을 읽는 분들이 뭔 소린지 몰라서 헷갈리는 부분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가독성이야말로 1순위다 라는 목표를 잡았고 그렇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십년도 더 된 얘기를 끄집어내서 부끄럽네요. 저는 글도 쓰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쓰잖아요. 한 동안 삶에 지쳐 슬럼프에 빠져 지냈지만, 그래도 다시 부활해서 쓰고 있습니다.
다들, 자신의 필살기를 찾으세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각성 하지 못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