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왜 코스믹 호러는 영상화가 어려운가?
※장르가 장르인 만큼 고어하고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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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코스믹 호러 혹은 그것에 영감을 받거나 기반을 둔 소설들이 영화화가 되면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는지에 대해 굉장히 잘 설명해준 영상이라 생각되어서 장르 문학을 사랑하시는 브릿G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가져와봤습니다.
비정형성, 추상성, 존재론적 공포…
물론 저는 영화와 소설 사이에 우열은 없고, 두 매체가 고유의 영역이 있어서 서로 잘 표현해내는 대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코스믹 호러는 확실히 소설에서 다루기 좋은 대상이 아닐까 싶네요.
참고로 영상에서 자료화면으로 많은 영화가 나오는데, 그 중 ‘이 장면이 나온 영화가 뭐지?’하고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제 기억에 의존해 최대한 영화들을 추려봤습니다. (에일리언, 나이트메어, 엑소시스트는 뺐습니다)
영화제목 (영상에서 해당 장면이 나온 시간대)
: 간략한 평가
위와 같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간략한 평가는 내용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들어가니, 스포일러를 아예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숨겨놓겠습니다. 필요하신 분만 펼쳐서 봐보세요.
살인병동(원제 : The Void) (0:30, 1:18, 5:25, 6:29, 7:18)
: 러브크래프트의 분위기가 굉장히 잘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사교(邪敎) 집단, 알 수 없는 의식,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 두려움과 광기, 초월적인 존재의 등장… 특히 그로테스크하고 형언하기 어려운 잔혹하고 끔찍하고 괴랄한 디자인이 완성도 있게 구현되었습니다. (<더 씽> 이후로 꽤나 만족할만한 디자인) 그런데 후반부에 살짝 힘이 빠지는 게 좀 아쉬운 영화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잘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꽤나 만족한 영화였습니다.
서던리치:소멸의 땅 (원제 : Annihilation) (0:34, 1:16, 2:28, 4:04, 5:33, 5:41, 5:46, 6:35)
:
직관적인 공포라기 보다는 상당히 정적이고 추상적이며 생물학적인 철학이 담긴… 호러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에서 온 색채’가 많이 떠오르는 전개입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지만, 형언할 수 없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다룬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살려낸 영화라 생각됩니다. 호러답지 않게 굉장히 아름다우면서 뒤틀린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영화들 중에는 이 영화가 가장 ‘존재론적인 공포’를 잘 살리려고 노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미스트 (0:46, 1:01, 2:32, 5:16, 7:14)
: 스티븐 킹 원작 단편소설을 가져다가 그대로 만든 영화죠. 스티븐 킹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는 봐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실패한 스티븐 킹 원작 호러 영화 중에서 그래도 전 이 정도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네요.
다만 결말이 소설과 영화가 다르고, 영화는 결말로 인해 상당한 호불호와 함께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린… 쿨럭…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를 보셔야 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아직 안 봤는데 평이 별로 안 좋더군요. 종말론적인 분위기와 스티븐 킹 소설답게 광기에 물들어가는 인간군상이 인상깊은 영화입니다. 역시나 <그것>도 그렇고 <캐리>도 그렇고 괴물이나 초능력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이 제일 무섭습니다.
버드박스 (1:14, 2:39~3:08, 5:09, 5:29)
: 넷플릭스 오리지널입니다.
영상에서도 언급되었지만 괴물의 모습이 끝까지 안 나옵니다. 그래서 이 점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속 시원한 진상규명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당황스러울 수 있는 전개이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꽤 괜찮게 봤습니다. 영상에서 말한 것처럼 영리한 방식으로 코스믹 호러에 빠져든 세상에 관객도 간접체험하게 만듭니다. 다만 드라마와 인간군상의 묘사는 다소 아쉽…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2:23)
: 이것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입니다.
규모는 코스믹 호러급이긴 한데,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음… 썩 훌륭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클로버필드>와의 연결점도 상당히 느슨하고, 그렇다고 독립된 하나의 SF호러로 보기에도 더 예전에 나온 <이벤트호라이즌>이 더 공포스럽고 재밌습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 내린 평가로, 여러분이 이 영화를 재밌게 보셨다면 재밌는 겁니다. 감상에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ㅎㅎ
더 씽 (3:13)
: 너무 오래전에 봐서 ‘살인병동’이랑 또 촉수 나오는 다른 오래된 영화랑 장면 구분이 어렵네요 ㅠㅠ 혹시 잘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코멘트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굉장한 영화입니다. 제가 코스믹 호러가 뭔지 크툴루 신화가 뭔지도 모를 때 그로테스크라는 감성(?)에 대한 취향(??)을 일깨워준 영화죠. 그로테스크한 디자인과 잔혹함과 사람간에 퍼지는 두려움과 광기와 의심의 묘사는 수준급입니다. 이게 1982년 것이랑 2011년 게 있는데, 제가 오래전에 연달아 봐서 장면이 마구 뒤섞여있네요 ㄷㄷ 근데 둘 다 재밌습니다.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을 재밌게 읽었다면 꼭 추천합니다.
이것 말고 뭔가 한 남자주인공이 책 때문에 벌어지는 러브크래프트 분위기의 기이한 영화(아마 7:24의 장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 드디어 생각났습니다. 존 카펜터 감독의 ‘매드니스’라는 영화입니다. 근데 제가 아직 그 영화를 안 봐서 뭐라 평가는 못 하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굉장히 좋네요.
이 외에도 제가 놓친 영화가 장면이 있거나 틀린 부분이 있다면 코멘트에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모두들 코스믹 호러 영화를 보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