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후기
촬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진행을 봐주고 왔습니다. 세월호 아이들 어머니들이 치료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노란리본’이라는 4.16 가족극단을 만들어 활동 중이시고, 3주기 연극제를 담는 촬영이었습니다.
촬영진행 경험이 없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좀 주저했습니다. 그분들 눈을 마주보고 인터뷰를 딸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하지만 친구도 그래서 도움을 청한 것이었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연극은 기대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극본이 좋더군요. 우리 일상을 드러내는 블랙코미디였는데, 세월호 어머니들의 연극이라는 인상만 지운다면 맘 놓고 웃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들 연기도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는 예진이 학생의 어머니는, 따님의 꿈을 작게나마 이뤄주고 싶어서 연극을 해보시기로 결심하셨다던데, 그래서인지 제게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작은 감초 역할들을 천연덕스럽고 맛깔나게 연기하시더군요. 관객을 많이 웃게 하셨습니다.
연극을 보고, 어머니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그분들은, 잘 이겨내고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광화문에서 보고 뉴스로만 접하던, 항상 슬픔 속에서 사시는 모습들이 아니었습니다. 힘든 아픔을 겪으셨지만 잘 이겨내고 계시고, 여느 강한 어머니들처럼, 당신들의 현실을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그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저처럼 고정된 이미지로만 그분들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
덕분에 조금은 죄책감 같은 것을 덜고 편히 울고 웃게 됐습니다. 연극이라는 치료 프로그램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것 같고, (소규모 극장이지만) 매번 객석을 채워주시는 관객들도 큰 힘이 됐다고 하시더군요. 세상은 여전히 각박하지만, 그래도 작은 곳에서 소통이라는 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덧. 현재 안산에는 세월호 추모관 건립이 논의중인데, 지역민들이 ‘납골당을 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모양입니다. 부조리함과 지역 이기가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프더군요. 어머니들은 더 그런 것 같고. 그들을 욕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혹 안산에 사시는 분이 계시다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덧. 글을 마무리하려다 보니, 괜히 즐거운 게시판 분위기를 망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드네요… 그러나, 해도 되겠지요? 돌아오면서 제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착잡함을 덜어낼 ‘글쓰기’ 행위가 필요했습니다.
이제 소주 한 잔 하고 자야겠습니다. 아니 한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