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에서 장편으로의 프로젝트 두 번째 시즌, 이번에도 좋은 원천 단편을 장편화하는 프로젝트에 많은 작가분들의 참여가 있었다. 2년 전에 개최된 첫 시즌을 거쳐 두 편의 장편소설이 계약되었으며, 이번에는 기존의 경험을 기반으로 좀더 장편화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달여의 논의 끝에 최종 선정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공작단풍」은 ‘이식’이라는 설정과 ‘빨강’이라는 색감을 이야기에 의도적으로 중첩시켜 불안하고 의구심이 드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설정이 탁월한 단편이었는데, 장편 기획안은 단편에서보다 이주민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좀 더 사회파 특성이 강해지는 면모가 엿보였다. 단편 호흡으로도 맞춤했던 이야기였던지라 여러 사건들의 개연성 확보나 메시지를 녹여내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가져갈 수 있다면 기대해 볼 만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 판단했다.
「유로파의 마녀」는 탄탄한 세계관과 설정이 장점으로 돋보이는 작품으로, 주제 의식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스토리 시놉시스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단편의 다소 신비로우면서도 음산했던 분위기가 장편으로 개편되면서 완벽한 기승전결을 갖추어 또 다른 매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이는 ‘장편에서 단편으로’ 프로젝트의 목적에 부합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야기 소재 자체가 일반 독자층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수도 있고, 분량이 계획했던 것보다 다소 길어질 염려가 있는데 이를 적절한 이야기 구사를 통해 잘 풀어나가는 것이 과제로 보인다.
「올챙이가 없는 세상」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작중 시대상에 맞지 않는 듯한 설정이나 일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사건은 보완이 필요해 보이나, 아동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로그라인과 기승전결이 명확하여 장편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저자의 기획 의도처럼 장편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잘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자애의 빛」은 신체강탈자 공모전에서 수상하여 책으로도 출간된 작품으로서, 독특한 설정의 스토리라인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장편화를 위해 제안된 시놉시스는 기존의 단편을 길게 늘이는 정도라고 생각되어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단편 자체가 가진 매력을 살리면서도 장편으로서 늘어지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작업화 과정에서 이야기를 좀더 입체적으로 만들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할 듯하다.
「모란만개」는 디테일하고 개연성 있는 설정이 보완되어야 할 듯하나, 풍부하고 다채로운 사건과 인물이 인상적이었고 흥미진진한 대하 동양 판타지로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아쉽게도 마지막까지 고민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선정되지 않은 작품은 다음과 같다.
「놋뱀과 푸른 빛」은 제4회 로맨스릴러 문학상 예심 당시에도 장르 특성상 장편 호흡으로 풀어내기에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으나, 기획안 내용으로는 웹소설과 단행본 사이에서 끝내 적절한 출판 형태를 찾기가 어려웠다.
「흔적」은 단편 호흡에서는 감성적인 유대가 잘 드러나는 소프트 SF였으나 안드로이드와 인간 사이의 감정, 그리고 신분 등급 등에 대한 매끄럽지만 다소 전형적인 흐름과 메시지를 전하기에 장편으로서 임팩트가 있는 설정이나 포인트를 찾기가 어려웠다.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어버린 추억으로」는 치유적 면모가 강한 소프트 SF 단편이었는데, 옴니버스 형태로 개작을 해도 단조롭고 도식적인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암흑색맹」은 흥미로운 기존 단편의 소재를 잘 활용한 기획안이었으나 실체가 없는 존재를 탐사해 나가는 코스믹 호러를 긴 호흡으로 개연성 있게 풀어내는 부분과 출판 시장에서의 대중적 호응도 등을 다각도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검은 호수」는 이야기의 목적이 확실하고 공포를 조성하기 위한 장치들이 훌륭하나, 상대적으로 이야기들의 연결 고리들이 약했고 결말 부분에 우연에 기대는 요소가 있어 장편 분량의 스토리를 이어 나가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오마카세-죽을 만큼 맛있습니다」는 이야기 자체의 재미는 훌륭했으나 지역색이 너무 짙어 일반 독자들에게 거부감이 느껴질 것 같았고, 이외 독자층에게 확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오씨 관찰기」는 단편에 담긴 이후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담아냈는데, 지하인과의 대립과 부성애의 호소력이 짙은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에 있어서는 스토리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느껴졌고, 후반부의 이야기가 기존 설정과 충돌한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소서어러」는 타임리프 공모전 대상 수상작 「데드볼」의 장편화 프로젝트였다. 「데드볼」이 워낙 흥미로운 설정이었고, 그간 여러 차례 입상한 전력이 있는 저자의 참여가 기대되어 마지막까지 고심한 작품이다. 한 차례 더 논의를 거쳤지만, 역시 「데드볼」이 가진 매력이 거의 담기지 않은 부분은 단편에서 장편으로 프로젝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열린 우주와 그 적들」은 에피소드 간의 연결 고리가 희박하고 에피소드들을 관통하는 큰 스토리가 부재하여 아쉬웠다.
「동경 벡터 1004」는 중심인물을 파악하기 어렵고 등장인물의 과거에 집중한 도입부가 기존 단편 「민트 어택!」의 어반 판타지 매력을 살린다고 보기 어려웠다.
「너의 얼굴이 들려」는 단편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갈 뿐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을 통해 단편의 이야기를 키워갈지에 대해 알기 어려웠다.
「화경제(火鏡祭)」는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주인공과 로맨스 서사가 모호하여 장편화 했을 때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올 웨이즈 인천」은 주요 인물과 로그라인이 명확하지 않고 ‘마계 인천’을 주제로 한 단편집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친애하는 오영에게」는 소재와 배경이 무척 매력적이었으나 시놉시스가 비교적 간결하여 장편다운 세부적인 사건이나 인물상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이번 단편에서 장편으로 프로젝트 두 번째 시즌에서는 모든 작품이 포기 없이 완성도 높은 장편소설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