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작가 프로젝트 결과 발표 및 총평
추천작에 올랐거나, 조회수가 높았던 작품들이 대거 응모하였던 제6회 작가 프로젝트는 당초 주제가 까다로워 작품 선정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많은 응모작들이 풍부한 창의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유머로 무장하고 있어 심사 기간 내내 처음과는 다른 의미로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6회에 걸쳐 매번 다른 소재로 진행된 작가 프로젝트에서 한 번의 심사만으로 작품집이 구성 가능할 정도로 다수의 작품이 선정된 것은 드문 일인데, 그 정도로 수준 높고 또한 아스트랄 파워가 충만한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어서 보람찬 프로젝트였다. 그럼에도 모든 작품을 뽑을 수는 없어서 안타깝게 떨어트린 작품들도 상당한데, 세계관이 특이함에도 유머가 다소 부족하거나, 재미있어도 조금 평범해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양질의 작품임에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뽑고자 하는 작품의 결과 들어맞지 않아서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몇몇 작품들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뽑지 못함이 매우 아쉽기는 하다.
오랜 논의 끝에 아쉬움 끝에 떨어뜨린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F층 괴담」은 성격이 다른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다만 저주에 관해서 풀어가는 과정에서 흡인력이 떨어지는 게 아쉽다. 「우주 저편에서 개들이」은 아스트랄하다는 설정에는 부합하나, 결말이 많이 아쉬웠다. 예술가들의 비밀결사를 다룬 「무명작가 지장수 씨의 작품은」과 DVD 대여점 직원이 경험하는 기묘한 일을 그린 「황당한 이야기」는 흥미롭고 별난 전개로 눈길을 끌었지만 후반부의 흡인력이나 재치는 다소 부족했다. 「불가사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인물들이 주고받는 혼란한 대화의 흐름이 폭발력 있게 고조되는 서술적 구조가 돋보였으나, 기괴한 상황 자체에만 너무 함몰되어 전체적인 설득력이나 메시지가 부족했다는 인상이다. 「밥도둑 간장게장」은 흔히 통용되는 명제를 물리학적 법칙으로 풀어내는 포인트가 흥미로운 SF였으나, 설명조로 이루어진 전체적인 내용과 분위기는 주제에 크게 부합되지 않았다. 「내 입에 거미줄」, 「귀한 신부」는 사회의 일면을 은유하는 설정들이 독특하고 기이했으나, 현상에 대한 묘사나 진단 위주의 묵직한 이야기 진행은 이번 주제 작품으로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원조맛집」과 「블랙홀 존재론자」는 일상 속에서 아스트랄한 전개를 잘 보여 주어 공모전 주제에는 적합하였으나 상대적으로 웃음이 가득하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이세계, 순희네 떡볶이 집」은 흥미로운 도입부와 달리 전개 과정에서 흡인력과 유쾌함이 부족했다. 「기계가 되고 싶은 메시나의 노동권에 대한 사례」는 노동권에 대한 함의와 전개가 인상 깊었으나 유쾌함보다는 씁쓸함이 컸다. 「용사님?」은 사랑의 힘으로 용을 때려잡는 용사의 불굴의 고백기가 유쾌했으나, 공모전의 주제와는 거리가 있게 다소 평이하였다. 「치킨이 먹고 싶다니까!」는 황망할 정도로 비유와 패러디가 가득한 작품으로 매우 유쾌하였으나 전개가 산만한 점이 다소 아쉽다. 「피자가게 용사님」 역시 전체적인 플롯은 흥미진진했으나 매 단락이 지나치게 짧아 전개가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
최종적으로 프로젝트에 선정된 작품은 총 9작품으로 다음과 같다. 「창고」, 「오징어를 위하여」,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목탁 솔로」, 「생매장 여관의 기이」, 「죽음에 이르는 병, 발기부전! 그대로 놔두시겠습니까?」, 「무한마계지하던전」, 「You are what you eat」,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무한마계지하던전」은 인천 지하철 역사 상가의 복잡한 지하도를 던전에 비유해 경쾌하게 비꼰 작품으로 공모전 성향에 매우 부합하는 작품이었다. 「창고」의 경우, ‘아스트랄’이라는 주제 때문인지 세계관 자체가 황당무계한 응모작들이 많은 와중에 유일하게 비현실적 요소를 섞지 않은 채 공모전의 포인트를 모두 저격한 작품이었다. 향후 유사 주제로 또 이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창고」와 비슷한 센스의 작품이 더 많이 응모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징어를 위하여」는 끊임없이 펼쳐지는 유머와 반전으로 무장한 작품으로, 이 작품을 떨어뜨리면 달리 뽑을 작품이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목탁 솔로」의 경우, 동 작가의 「죽음의 춤사위」도 동시에 본선에 올랐으나, 「죽음의 춤사위」 쪽은 소재와 플롯에 비해 다소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최종적으로는 「목탁 솔로」가 뽑혔다.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은 반전과 유쾌함이 잘 어울리는 수작으로 웃음 사이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점이 유의미한 작품이었다. 「생매장 여관의 기이」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는 황당한 설정과 유머 사이에 구석구석 다양한 주제의식이 섞여 있는 점이 돋보였다. 「You are what you eat」은 진짜 매우 아스트랄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죽음에 이르는 병, 발기부전! 그대로 놔두시겠습니까?」과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두 작품 역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독자에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는 작품이었다.
이번 작가 프로젝트에서는 무려 다섯 작품이나 만장일치로 표를 받을 정도로 눈에 띄는 작품이 많고 경쟁이 치열했는데, 뽑힌 작품들이 모두 각기 다른 매력들을 갖추고 있어 향후 책으로 나올 경우 시너지가 기대된다.